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어깨 마사지 좀 받아 볼까? 아님, 목 마사지를 좀 받아 볼까? 아니면, 발 마사지 좀 받아 보면 좋을 거 같은데…”

가끔 어깨가 아프거나, 목이 뻣뻣하거나, 발바닥이 아플때 지나가는 소리로 ‘마사지를 좀 받아 볼까?’ 하는 말을 하면 남편이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한번 마사지 받고 나면 자꾸 받고 싶어져서 안돼!”

빈 말이라도 ‘아프면 한번 받아 봐’ 한다고 해서 내가 선뜻 마사지 실에 벌렁 누울 것도 아니지만 왠지 그 소리는 날 즐겁게 하진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까운 집사님 한 분이 나의 허락(?)도 없이 전신 마사지실에 예약을 해 놓고 무조건 가자고 합니다.

“일단, 다 돈을 지불해 놨으니까 안 가면 내 돈만 날리는 거에요”

어깨도 아니요, 목도 아니요, 더군다나 발바닥도 아닌 전신 마사지라니 궁금하기도 하고, 한번 받아 보고 싶기도 하고, 내 돈도 아니고 남의 돈을 날릴 수가 없어 못이긴 척 따라 갔습니다.

2인 1실 마사지 방.
베트남 아가씨가 상냥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이 합니다.
그리고, 등짝(?)을 훌렁 내놓고 엎드리라고 합니다.
머리부터 시작하여 목 줄기, 어깨, 등짝…

목과 어깨는 견딜만 한데 등을 훒어 내리자 무지하게 아픕니다. 시원함을 기대하고 왔다가 무너지는듯한 등짝의 아픔 때문에 갑작스레 후회가 밀려옵니다.

“아야!”

그때 갑자기 옆에서 마사지를 받고 있던 집사님이 내 대신 아프다는 듯이 아야!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아야?”

바로 뒤를 이어 베트남 아가씨가 노련하게 한국 말을 따라 합니다.

‘아~, 아프면 아프다고 하면 되는구나.’

나도 곧 뒤를 이어 ‘아야!’하고 소리를 질렀더니 곧 힘껏 누르던 손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이제 언젠가 한번 받고 싶었던 종아리 마사지 시간…

그런데 놀랍게도 종아리를 누르는 순간, 말할 수 없는 깊은 통증으로 온 몸이 저려왔습니다. ‘아야!’ 소리가 아니라 ‘악!’ 소리를 지를 정도의 아픔입니다.

참았습니다. 아파도 참아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견디었습니다. 아파도 견뎌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야 종아리의 뭉친 것이 풀리는 줄 알았습니다.

베트남 아가씨의 손길이 잠시 멈추는 듯 하더니 조금 지나 다시 종아리 고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아~’

아픈 신음 소리가 여러 번 지난 후, 갑자기 한국말이 들려옵니다.

“제가 그냥 베트남 아가씨인양 모른 척 하려다가 너무 몸 상태가 안 좋으셔서 말씀 드려요. 종아리가 너무 비정상적으로 부어 있구요, 몸 관리를 전혀 안 하셨네요.”

“아녀요. 부은 것이 아니라 제 종아리가 원래 그렇게 굵어요. 그리고, 몸은 괜찮은데요……”

“굵은 거와 차원이 다르게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종아리가 부어 있어요. 그리고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그렇게 아픈 거에요. 이렇게 종아리 아파하는 분은 첨이어요. 몸을 너무 혹사 시키셨네요. 몸 관리 좀 하셔야겠어요.”

그 소리를 듣자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겁잡을 수 없이 흘러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20년 이민목회 동안 몸 한번 살피지 못하고 혹독하게 부려만 먹은 내 몸뚱아리가 너무 가여워서인지, 아니면 지난 세월이 서러워서인지…

그 동안 내 맘속에 쌓여있던 아픔과 서러움, 목회자이기에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없었던 나만의 힘듦이 하염없이 흐르는 뜨거운 눈물 속에 녹아 내리는 듯 얼굴에 덮고 있던 하얀 수건을 흠뻑 적셨습니다.

“내가 안다, 내가 다 알어… 내가 다 알고 말고…”

주님의 잔잔한 음성이 내 마음을 울리지 않았다면,
아마도 난 온 종일 서럽게 서럽게 울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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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