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찾아가는 용기와 기도
아이와 눈을 맞추려 해도, 불러도 돌아봐 주지 않고, 매일 혼자 노는 모습을 보며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이 무너집니다.
누워서 기차 바퀴만 바라보는 아이, 옹알이 한번 해 주지 않는 아이, 품에 안기는 법조차 모르는 아이… 1년이 넘어도 한마디 말조차 없는 내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절절한 아픔과 걱정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출산 후,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 마주했을 때 많은 부모님들은 스스로를 탓하며,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인 채 의사를 찾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찍 진단받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대부분은 취학 이후, 아이를 맡은 교사나 경험이 많은 주변인들의 말을 통해 아이의 다름을 다시 한번 확인받고, 또 다른 절망을 맞이합니다.
“다른 아이들과 정말 달라요.” “하루 종일 그네만 타고 있어요.” “매트타임에도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해요.” “혼자 땅만 파고 있더라고요.” “장난감을 가지고도 남들과 다르게 놀아요.” “기다림을 배우지 못해요.”
이런 말을 듣고 유치원이나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GP를 만나게 되고, 소아과 전문의와의 끝없는 상담과 진단의 시간들이 시작됩니다. 오클랜드에 거주 중이라면 KAIKARANGGA(구 TAIKURA TRUST)와 상담을 통해 진단과 도움이 이어지고, 때로는 직접 기관에서 아이를 관찰하며 부모 상담이 진행됩니다.
사람에 대한 배려가 깊은 나라답게 진단 방법과 기관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부모의 마음은 복잡하고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쿠블러-로스 변화 곡선: 부모의 심리 변화 여정
쿠블러-로스의 변화 곡선은 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심리적 여정을 이해하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과정은 선형적이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다르게, 때로는 반복적으로 다가옵니다. 이 변화는 죽음, 이별, 실연과 같이 인생의 가장 아픈 순간과도 닮아 있습니다.
충격과 부정–끝없는 밤, 부정의 눈물
뉴질랜드에서는 거의 1년 넘게 이어지는 상담과 검사 끝에 장애 진단을 받은 후, 많은 부모님들은 깊은 절망에 빠집니다. 특히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 부모님들은 한국에 가서 다시 진단을 받아보는 방법을 권유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매일 밤마다 쏟아지는 눈물과 함께 “설마, 우리 아이가 그럴 리가 없다”며 진단을 부정하는 마음이 반복됩니다. 의사의 실수일 것이라 믿으며 스스로를 설득해 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은 점점 더 부모님의 마음을 파고들고, 막막함과 두려움이 더욱 커져만 갑니다.
분노와 원망–이유를 찾고 싶은 마음
조상의 묘 자리가 문제라며 이장을 하시는 분, 이름에 문제가 있다고 이름을 바꾸는 분, 집터를 탓하며 이사를 선택하는 분, 서로의 잘못이라며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고부간의 갈등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부모 상담을 하며 항상 드리는 진심 어린 말씀은, “절대 본인의 잘못으로 장애아를 낳았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의학이 이렇게까지 발전한 지금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책하는 대신 아이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사랑으로 보살펴 주신다면, 아이의 인생에서 새로운 길이 열릴 것입니다.”
협상–희망을 찾아 떠나는 여정
한숨과 자책으로 흐르던 날들이 지나고 나면, 많은 부모님들은 아이를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재정적 여유가 있거나 한국에 기반이 있는 경우, 역이민이나 한국 치료를 선택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언어치료, 미술치료, 감각통합치료, 음악치료, 연극치료, 운동치료 등 다양한 전문 치료와 정부의 지원금이 있는 한국은 부모님들에게 천국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한국으로 가기 전, 뉴질랜드에서 ORS(The Ongoing Resourcing Scheme) 펀딩을 꼭 받고 가시길 당부드립니다. 이 펀딩은 아이가 21세까지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을 다닐 수 있게 해주며, Door to Door(통학)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뉴질랜드에서의 진단과 히스토리는 훗날 아이의 성장과 지원에 큰 힘이 됩니다.
우울–마음의 한계와 쉼 없는 고통
엄청난 돈과 시간, 노력을 투자해도 변화가 더딘 아이를 보며 부모님들은 한계에 부딪힙니다. “우리 아이가 나보다 하루만 먼저 떠나 줬으면…” 많은 장애아 부모님들이 품는 절실한 소망입니다.
뉴질랜드에서는 21세가 되면 정부가 제공하는 Residential Home에서 아이가 부모를 떠나 독립적으로 살아가도록 지원해 줍니다. 한국인의 기준에서 완벽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부모님들의 삶에는 분명 큰 위로가 됩니다. 이 시기, 극심한 우울을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아이의 미소와 존재가 부모님을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신앙이 없는 분들에게는 더욱 하나님 곁에서 견디길 권합니다.
수용과 적응–진정한 희망의 시작
오랜 과정을 거쳐 마주한 수용의 단계. 장애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비로소 아이의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용 이후에도 매일같이 새로운 어려움이 찾아오고, 절망이 반복됩니다. 장애 자녀를 키우는 그 고통과 어려움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멋진 미래를 위해 오늘도 용기를 내고, 다시 희망을 품게 되는 그 길 위에 있는 모든 부모님을 위해 간절히 기도합니다. 당신의 사랑과 용기가 아이의 세상을 바꿉니다.
오늘도 울다 잠든 당신에게 조심스럽게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이의 내일이 두렵고,
내가 없는 아이의 세상이 겁나서
하루를 겨우 버텨내고 있는 그 마음을
하나님은 다 알고 계십니다.
“이 아이는 제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울며 매달렸던 밤들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기억하고 계십니다.
당신이 지치지 않도록,
당신이 떠난 뒤에도 이 아이의 길을
하나님께서 끝까지 책임져 주시기를
저도 함께 기도합니다.
당신의 사랑은 헛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아이는,
지금도 하나님의 가장 깊은 사랑 안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