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멜로디, 그러나 낯선 감동이 밀알의 예배당을 가득 채웠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모여 예배하는 밀알 찬양 예배에서, 특별한 순서가 마련되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밀알 식구들이 연주한 ‘어메이징 그레이스’였습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예수님을 믿는 사람뿐만 아니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명곡입니다. 그 익숙함 덕분에 복음을 전하는 다리가 되는 곡으로 자주 활용되곤 합니다. 하지만 익숙함이 지나치면 식상해지기 마련입니다. ‘새 노래’를 선호하는 교회 트렌드 속에서 이 곡은 예전만큼 자주 불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이 곡이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인지 장애를 가진 분들과 영적인 대화를 시작할 때, 이 곡은 닫힌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더불어 장애인 음악 치료에 자주 사용합니다.
밀알은 새로운 음악 치료 프로그램을 위해 공명 실로폰과 핸드벨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밀알 학생들과 함께 연주할 곡으로 ‘예수 사랑하심은’과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선택했습니다. 두 곡 모두 조 편성이 쉽고 함께 부르기 좋은 곡들입니다.
악기가 처음 소개된 날, 밀알 식구들의 눈은 호기심과 흥분으로 빛났습니다. 신기한 소리에 귀 기울이고, 직접 두드려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밀알에는 음악에 재능이 있는 학생 봉사자들이 있어, 이들의 도움으로 학생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 각자의 파트를 맡게 되었습니다.
첫 연주는 예상대로 혼란스러웠습니다. 모든 음이 제멋대로 쏟아져 나왔고, 들어가야 할 때를 알지 못해 박자가 맞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은 밀알 식구들이 표현하지 못했던 속마음의 소리였을지도 모릅니다. 망치를 휘두를 때마다 튀어나오는 자유로운 소리가 답답했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과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첫 연주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우리도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함,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공이었습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했던 일들이 많았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협동 연주는 사실 꿈꾸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옆 사람의 눈치를 살피고, 박자를 맞춰야 하는 이런 연주는 많은 장애인들에게 도전적인 과제였습니다.
하지만 밀알 식구들은 해냈습니다. 그리고 이왕 하는 거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연습했습니다. 때로는 꽃이 가득한 정원에서, 때로는 아침 일찍, 때로는 오후에 짬 나는 시간이 있으면 연습하며 즐거워하고 재미있어했습니다.
이번 달 밀알 찬양 예배의 특별 연주 순서,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시작되었습니다. 비록 비장애인들의 참여는 많지 않았지만, 밀알 식구들끼리 하나님 앞에 진심을 다해 드리는 예배였습니다. 연주가 시작되자, 제멋대로였던 첫 연주와는 달리 아름다운 화음이 예배당을 채웠습니다. 완벽하게 정돈된 연주는 아니었지만, 그들의 진심은 소리 하나하나에 묻어났습니다.
연주를 마친 후, 모두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들의 연주는 그야말로 ‘어메이징’했습니다. 은혜의 이야기를 담은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그날 예배에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장애를 넘어, 음악으로 하나 된 이들의 연주는 하나님께서 주신 특별한 은혜였습니다.
이런 활동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올해 만들어진 밀알 청소년 자원 봉사단 덕분입니다. 밀알 청소년 봉사단은 장애인 인식 개선 음악 경연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최근 청사모 킹덤 페스티벌에서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밀알이 킹덤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특별한 부스를 운영했는데, 일반 부스와 달리 간판 없이 마련된 공간이었지만 밀알은 장애인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하는 대신 그들의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밀알 청소년 자원 봉사단은 ‘I love 밀알’ 배지와 직접 만든 예쁜 팔찌를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장애인의 힘든 삶을 전시하는 대신, 그들과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이 아닌, 우리의 이웃이자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인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밀알의 노력은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부스를 방문한 백여 명의 청년 중 절반인 50여 명이 자발적으로 소액 후원했으며, 이는 밀알의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음을 보여줍니다.
이날 밀알 학생들도 킹덤 페스티벌에 참여하여 다른 부스들을 방문했는데,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받아주었습니다. 그들의 인격과 존엄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장애인 자원 봉사단 학생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청년, 청소년들의 문화 속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킹덤 페스티벌은 밀알이 추구하는 가치, 즉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이 아닌 ‘같은 하나님의 형상, 같은 그리스도인’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노력이 결실을 맺은 좋은 예였습니다.
밀알은 앞으로도 이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정이 아닌 배려로 자연스럽게 더불어 살아가는 활동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이런 작은 움직임이 우리가 사는 이 땅을 건강한 공동체로 만들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