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한국의 한 교회에서 교역자로 지내는 동안 그 교회를 위한 선교 대계를 세워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혼신의 힘을 쏟아 그 프로젝트를 수립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필자는 ACTS 선교학 석사 과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이어서 이를 아는 그 교회 지도자들의 뜻을 따라 그 교회에 맞는 선교 전략을 세우려 했던 것이다. 지역 교회가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란 체질을 갖추려면 그 교회에 알맞은 선교 전략을 가져야 한다. 우선 각 지교회는 선교부가 필요하다.
교회 선교부
대부분의 지역 교회는 여러 조직 가운데 선교부를 갖고 있을 것이다. 교회 사역에 있어 복음 선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담임목사를 비롯 교회 지도자들은 선교부에 큰 관심을 쏟는다. 만일 그 교회에 선교에 대한 학문적 지식과 현장 경험을 갖춘 이가 책임자로 있다면 그 교회는 선교지향적 교회로 나아가는 데 적잖은 유익을 얻을 것이다. 혹 전문인이 없을지라도 이 일에 뜨거운 열정과 깊은 관심을 가진 성숙한 성도가 있으면 그들은 주변에서 이런 이들로부터 직간접적인 협력을 받을 수도 있다.
뉴질랜드에는 다양한 선교 단체들이 본부를 두고 있으며 또한 은퇴 선교사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게 살고 있다. 필자는 해밀턴 초입의 고돈톤이란 소도시에서 선교 훈련을 받은 적이 있는데 채플 시간에 다양한 선교회 소속의 중진 혹은 은퇴 선교사들로부터 강한 도전을 받았던 기억들이 난다.
약간 주제에서 벗어나는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으나 사실 필자는 오랫동안 기도해 오는 일이 있다. 뉴질랜드 모처에 기도원을 세우는 일인데 이 기도처의 목적은 한 가지, 세계 선교를 위해 기도하는 사역을 감당하는 것이다. 이 일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이미 이곳에 은퇴한 선교사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사실 이들보다 선교 현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이들이 드물고 만일 이들이 함께 거하며 정례적으로 기도한다면 세계 선교를 위한 강력한 기도연대가 이루어질 것이다. 교회 선교부에 유익한 몇 가지 일들을 제시하자면 이런 것이다.
_상설 & 특별 프로그램
교회의 단기 선교는 장기 선교를 지향해야 하고 이 방향으로 가기 위한 단계별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 일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선교부는 상설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상설 프로그램은 교우들에게 그 교회가 왜 선교적 교회를 꿈꾸는지 상세 설명할 수 있는 선교에 대한 성경적 원리를 가르치면서 아울러 현장 경험이 풍부한 선교사들을 청하여 이 비전이 어떻게 실재가 되는지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성령께서 마음을 동하게 하실 때 교인들이 신청하여 배움이 가능한 상설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 교회 선교 자원을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단기 팀이 모집 구성되어 일정을 잡았다면 이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가게 될 선교지에 대한 지식 습득 기초 언어 학습 그리고 체력 훈련까지 이 팀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 과정 가운데 원 팀이 되게 해야 한다.
_대상 구체화
여기서 말하는 대상은 지역이 아닌 복음 전도 대상 즉 복음을 듣게 될 사람들이다. 물론 한 지역의 모두를 대상으로 할 수도 있지만 보다 구체적인 대상을 두고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그 지역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려고 한다면 거기에 맞는 사역을 준비해야 하고 환자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면 이에 맞는 사역이 준비되어야 한다.
산족 선교를 계획한다면 우선적으로 부족의 지도자를 공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많은 준비를 했어도 접촉 자체가 금지된다면 시도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태국 농키우라는 라후족 마을에서 복음을 전할 기회가 있었는데 두 사람의 통역자를 통해서 전달하게 되자 전하는 자나 듣는 자나 매우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전해 듣기로는 다른 교회 단기팀의 경우 한글 – 영어 – 태국어 – 부족어로 통역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해 무척 애를 먹었다고 한다. 불가피한 경우도 있겠으나 조금 더 대상을 구체화한다면 그것에 알맞은 준비도 가능할 것이다.
_사역 현장
원 팀 & 지도력 교회의 선교팀이 현장에 갔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수님을 경외함으로 서로에게 복종하는 것이다(엡5:21). 자신의 뜻과 달라도 리더십에게 복종해야 하며 리더들도 전체 팀의 의견에 자신을 맞추어야 한다. 현장에서의 분열은 그들이 전하는 복음을 무력하게 만들고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문제는 사탄의 공격이 현장에서 더 강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현장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순위를 정해 두는 것도 유익하다. 필자의 의견은 현장에서 중요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 1) 선교지 지도자의 뜻을 따르고 2) 팀 임원들의 뜻을 따르고 3) 그래도 발생한 이슈로 인해 원 팀이 되지 않아 어려움이 지속되면 그 결정을 보류하고 다같이 기도함으로 성령의 뜻이 밝히 드러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배움의 현장 선교지에서는 철저히 배움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모두가 더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 안다고 하며 경험했다고 하는 이들로 인해 팀웍에 어려움이 생긴다. 선교 현장에서 더욱 지켜야 하는 가르침이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라는 말씀이다(빌2:3).
모 교회 단기팀의 실화다. 가장 연령이 높은 이가 자신의 바람대로 되지 않자 역정을 냄으로 팀 전체가 힘들었고 통역으로 참여했던 태국인(불신자)조차 화를 내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그 현장에 있었던 현지인들은 또 어떠했을까?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나까지 얼굴이 붉어진다.
선교는 자신의 내면세계에 선교가 이루어진 사람에게 주신 사명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낮아지심을 자신의 것으로 본 삼으려는 이들이 선교를 하는 것이다. 선교 현장에서 십자가 대신 자아를 드러내는 이들은 모두에게 심각한 폐해를 끼친다. 무엇을 주려 하기 이전에 하나님의 일터에 배우러 가야 한다.
복음은 사랑 지난해 필자는 섬기는 교회 단기 팀과 함께 태국 치앙라이 산골로 가기 전 간절한 기도로 성령의 인도를 구했다. 그때 성령께서 내게 허락하신 지혜의 말씀은 너희 모든 일을 사랑으로 행하라(고전 16:14)는 것이었다. 팀원들과 나누었고 ‘모든 일을 사랑으로 하라!’가 구호가 되어 일마다 이것을 외치며 시작하고 마쳤다.
영혼을 사랑하지 않으려면 왜 그 먼 곳까지 가겠는가? 사랑으로 섬긴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면 왜 생면부지의 그들에게 가겠는가?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선교지에 가지 말 것을 권한다. 보다 잘 사는 나라에서 선물 보따리를 가져가 무언가 자신보다 못해 보이는 이들에게 전달함으로 자기 과시를 하려는 마음이 티끌만큼이라도 있으면 현지에 가지 않은 것이 좋다. 오직 아가페 사랑이 동기가 되어 하나님 형상으로 창조된 소중한 영혼들을 섬기려 선교 현장을 찾아야 한다.
후속 조치
교회 선교부는 단기든 장기든 선교 사역을 마치고 귀환한 이들에 대한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가벼운 혹은 얼마간 무거운 후유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교회 지도력과 함께 저들을 위한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개별 상담이 필요한 경우 성숙한 성도를 멘토로 연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귀국한 팀 전체와 함께 각자 경험한 하나님의 역사에 대해 간증을 나누고 심령 부흥회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다양한 후속 조치를 통해 선교팀들의 현장 배움이 그 교회의 영적 자산으로 남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