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맞추어지다

드디어 찾았다. 은퇴 3년 10개월 만에 남은 평생 해야 할 일을 찾았다. 햇볕이 렌즈에 모이면 불을 일으킨다. 삶도 그렇다. 무언가를 해내려면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삶의 집중력은 비전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은퇴 이후의 비전을 찾는 데 4년 걸렸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을 찾고 나니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나만의 길을 찾다
은퇴 후, 개교회를 떠나, 모든 교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찾았으나 현실은 녹녹하지 않았다. 내가 펼치고자 하는 비전과 현실의 차이는 컸고, 생계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아 전전긍긍했다. 평생을 주님께 헌신한 사람이 생계 문제의 문턱에 걸려 허덕이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올해에는 주님의 교회 설교 목사로 6개월째, 설교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말씀 증거를 통해서 성도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확실히 사람들의 응원이 힘이 된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혼신을 다해서 사랑의 물을 주었더니 그 사랑이 나에게 몇 배로 돌아왔다. 그래서 내가 가야 할 길은 말씀증거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개교회 도우면서 동시에 개교회를 넘어서서 공공성을 지닌 말씀증거자로 사는 일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평생 말씀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자로 살기로 했다.

길을 찾으니, 삶의 통합 이루어지다
길을 찾기 전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길이 확정되지 않으니 생계 문제에 집착하게 되었다. 생계를 해결하는 일과 주님의 일을 하는 일 사이에서 항상 갈등했다. 두 가지가 통합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주님의 교회에서 다시 설교자로 6개월을 집중하다 보니, 생활인으로서의 나와 목회자로서의 나를 통합하는 평생의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남은 평생, 말씀을 읽고 연구하고 가르치는 삶을 살아내는 일이었다. 그 길이 결정되고 나니, 생계를 위해서 우버 기사를 하든, 무엇을 하든 상관이 없어졌다. 말씀을 연구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허락되면 나머지 삶의 부분들은 이래도 저래도 다 맞추어 살 수 있다.

길을 찾으니, 어디서 사느냐 문제없어지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25년을 살았다. 21년 목회한 곳에서 은퇴를 한 후, 그 지역을 떠나 제3의 지역으로 가서, 제3의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 2022년도 6개월, 다시 2024년 올해 6개월간 오클랜드 교회들의 부르심을 받아서 임시 당회장으로, 설교 목사로 일하면서 오클랜드로 이주할 생각도 했었다. 교민들이 많으니 할 일도 다양했다. 하지만 평생 말씀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결단을 하고 나니, 어디서 사느냐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말씀 연구를 ‘위해서’ 생계를 해결하고, 삶의 컨디션을 만들어 가고, 열린 마음으로 모든 곳을 받아들이고 나니 먹고 사는 문제, 어디에서 사느냐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길을 찾으니, 내면의 질서 잡히다
마음의 갈등은 내면의 질서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두 마음을 품게 되면 갈등이 생긴다. 하지만 한 마음을 품게 되면, 모든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목회자로서 품위를 유지하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우아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나름, 애를 썼다.

생계에 매이면 주의 일 하지 못하는 것에 마음이 쓰이고, 은퇴한 상태에서 단기적으로 주의 일 하는 일에 전념하게 되면 앞날이 걱정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그런 모든 것을 통합할 수 있는 나의 길을 찾았다. 역시, 주님은 길을 만들어 주시는 분이시다. 큰 방향은 정해졌고, 그 방향을 향하여 나아가는 매일 매일의 삶은 항상 새롭다. 그래서 오늘도 새롭고 내일도 기대된다.

길을 찾으니, 이상과 현실 좁혀지다
골짜기 하나를 사서 라마 나욧 수양관을 만드는 일이 평생소원 중의 하나였다. 넬슨과 브렌하임 중간 산악지역에 102h의 산골짜기를 알게 되었다. 답사했다. 엄청난 소나무 숲과 목장과 7개의 방이 연결된 건물과 별채가 있었다. 오래 동안 사모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그곳을 선택할 경우, 속세를 끊고 수도사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데 아직은 주변 정리가 안됐다.

현지답사를 통해서 현재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들이 정리되었다. 이상과 현실의 폭을 좁혀 나가는 일도 삶의 묘미이다. 꿈은 꿈 대로 살려두고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서 즐기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길을 찾으니, 공존과 외로움 모두 즐기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의 사람들이 떠나간다.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래서 당황하게 되고, 때론 두려움도 느낀다. 길을 찾기 전에는 그랬다. 그런데 평생 해야 할 나의 길을 찾게 되니, 혼자의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더 좋다. 혼자 있을 때는 말씀 연구하고, 함께 있을 때는 말씀을 적용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에 더 좋다. 공존과 외로움, 모두를 사랑하게 되었다.

나이 듦은 무르익음이다. 점점 더 자유를 누린다. 이런 시간이 이루어져 가는 과정들이 감사하고 신비하다. 남은 생애의 가야 할 길이 정해지니, 잔잔한 마음의 평화가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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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승관
나는 꿈꾸는 사람이다. 목회 35년 동안 교회를 통해서 세상을 구원하는 꿈을 꾸었다. 3년 전, 조기은퇴 후 교회의 울타리 밖으로 나왔다. 현재 Uber Driver로 생계를 해결하며, 글쓰기를 통해 세상, 사람과 소통하는 영혼의 Guider되기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