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

뉴질랜드에서 살면서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한국에서 바쁘게 살다가 뉴질랜드에 오게 되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한다. “일을 하거나 학교를 다녀도 비교적 한국보다 남는 시간이 더 많은 데 도대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지? 특히 밤 문화도 없는데….”. ‘혼자 있는 시간’에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여기에서 인생의 갈림길이 나뉜다
사이토 다카시는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10년의 혼자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가 쓴 『혼자 있는 시간의 힘』에 의하면, “대입에 실패한 18살부터 메이지대학에 직장을 얻는 32살까지 10여 년간을 고독의 늪에서 보냈다.

그는 이 시기를 암흑의 10년이라고 불렀다. 그 시절을 지나면서 혼자 있는 시간에 느끼는 고독감을 엄청난 에너지로 바꿀 수 있었다.” 그는 이 10여 년의 ‘혼자 있는 시간’을 엄청나게 공부하며 보냈다. 이런 고독의 시간 덕분에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 그는 현재 일본에서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교육자가 되었다.

적극적으로 혼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
“먼저 홀로서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젊은 시절에 습관처럼 도전을 해온 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스스로를 단련하는 시간이나 에너지를 기술로 전환하는 시간으로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고독한 시기에 자신을 단련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필요하면 언제든 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뭔가를 배우거나 공부할 때는 먼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많은 사람 속에 섞여 있다는 생각이나 태도로 임하면 딱 그만큼만 얻을 수 있다. 배움의 힘도 떨어진다.”

혼자 잘 설 수 있어야 함께 잘 설 수 있다
“적극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기 안의 샘을 파고, 지하수를 퍼 올려야 한다. 자유롭게 내면에 축적된 내공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보인다. ‘혼자여도 괜찮다’는 당당함이 여유로움과 안정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들끼리 이인조, 삼인조로 일하면 일이 훨씬 수월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각자 단독자가 되어야 한다. 혼자서 충분히 일 처리를 잘하는 사람끼리 팀을 짰을 때 콤비나 트리오는 저력을 발휘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긍정하라
“선비란 헤어진 지 사흘이 지나 다시 만날 때 눈을 비비고 다시 볼 정도로 달라져 있어야 한다.”는 오래된 속담이 있다. 이 속담처럼 사흘 동안 서로가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면, 혼자 있는 시간을 이상적으로 보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신뢰하는 친구와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지 않아도 좋다. 만나지 않는 동안 서로가 고독 속에서 절차탁마(切磋琢磨, 옥이나 돌 따위를 갈고 닦아서 빛을 낸다는 뜻) 해간다고 마음먹으면 의지가 생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이용하여 혼자가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세계를 즐길 수 있다면 40대, 50대, 60대가 되어도 충실한 날을 보낼 수 있다. 친구와 함께 안락한 날만 보낸 사람은 갑자기 혼자가 되었을 때 외로움을 감당하지 못한다.”

혼자 있는 시간에 자신의 실력을 키워라
『도전 성경 1,000독』의 저자 조상연 목사는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1년간 안식년을 보냈다. 그는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외로웠던 그 ‘혼자만의 시간’을 자신의 성장 시간으로 만들었다.

“당시 나는 뉴질랜드와 호주에 갈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7년 개척 목회를 했던 교회를 맡기고, 유전성 질병으로 아픈 딸과 함께 2004년부터 1년 동안 안식년을 가졌다. 그 기간에 성경을 더 열심히 읽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많은 선배 목사님이 성경 중에서도 로마서가 제일 어렵다고 말하는 걸 들었기 때문에 로마서부터 읽기 시작했다. 가장 어려운 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면 모든 성경을 쉽게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로마서를 읽으면서 성경을 보는 눈이 생겼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로 로마서를 1,000번이나 읽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눈이 나빠져 안경을 끼게 되었지만 나는 새로운 시력을 얻었다. 영적인 눈이 밝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음의 눈으로 성경을 보는 법을 알게 되었고, 성경을 통해 육신의 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하나님이 보이기 시작했다.”

외로움과 고독은 차원이 다르다
‘외로움’은 사람이 어떤 상황을 맞이하면서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이라면, ‘고독’은 사람이 의지적으로 외로움을 선택하는 결정이다.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외로움을 선택하는 것이 고독이다. 시험을 앞둔 학생이 시험 준비를 위해 혼자 있는 시간을 선택한다면 이때의 나 홀로 있는 외로움은 고독이다. 그 고독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에 외로움과는 차원이 다르다.

예수님은 새벽에 한적한 곳으로 나아가셨다
혼자 있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모른 채 혼자 있게 된다면 시간만 낭비하며 보낼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모델에게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 모델은 바로 예수님이시다.


예수님이 외로움을 느껴서 새벽 미명에 한적한 곳으로 나아가신 것이 아니다. 예수님은 사역의 분주함 가운데도 기도 시간을 확보하셨다. 이는 예수님이 고독을 선택하신 것이다. 예수님은 수시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셨다. 하나님 나라 사역과 십자가를 감당하시기 위해 고독해지셨다.


세상의 고수들을 관찰해 보라. 이들은 모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그 시간을 통해 뭔가를 이뤄낸다. 이들이 비록 외로움으로 힘들지라도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차단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더 가지려고 한다. 글 쓰는 작가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 그들은 오늘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고독을 피하지 말고 돌파하라
뉴질랜드에 살면서 외롭다고 불평하며 살 수 있다. 하지만 이 ‘혼자 있는 시간’을 스스로를 단련하는 과정으로 만들어라. 혼자 있는 시간과 그 시간에 견뎌야 하는 고독은 우리 자신을 훈련시키고 풍요롭게 하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그러므로 혼자 있는 시간은 우리 인생에서 소중하고 귀하다.


성경은 말씀한다.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엡 5:16).”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 달라진다면, 당신이 할 것은 고독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돌파하는 것이다.

이전 기사흩어진 사람들
다음 기사말씀의 거울에 나를 비추기 ‘느낀 점’
김 지겸
감리교신학대학교 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목회트렌드 2024』및『다음세대 셧다운』공저. 오클랜드감리교회 담임목사. 하나님이 사람과 소통하시려고 성육신 하신 것처럼, 기독교인도 세상과 소통할 통로가 필요하기에 인문학을 통해 세상과 만나는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