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우연히 중고등학생들을 뒤따라 걷다 보면 여학생이건 남학생이건 상관없이 욕섞인 대화가 들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입에 담지도 못할 ‘욕’들이 너무나도 대중적인 ‘언어(?)’로 대화의 추임새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욕설은 물론이고 찰진 욕을 섞어가며 개그 소재로 사용하는 인터넷 영상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욕쟁이 할머니의 음식점이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혹시 실어증에 걸린 사람들도 욕을 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실어증은 대뇌의 손상으로 어릴 때부터 습득한 언어의 표현이나 이해에 장애가 생기는 병적 증상이라고 합니다. 발화하는 근육은 정상이지만 뇌의 언어 중추 이상으로 발생하며, 운동성 실어와 감각성 실어, 또는 이 두 가지의 혼합형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언어 기능을 상실한 환자가 어떻게 욕은 가능할까요? 언뜻 생각하면 참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우리 뇌의 구조를 이해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뇌에는 언어 능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영역이 있습니다. 그러나 감정이 섞인 욕설은 대뇌와 간뇌 사이에 있는 변연계에서 다뤄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언어를 관장하는 뇌의 특정 부분에 문제가 생겨도 여전히 감정이 담긴 욕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뇌과학자로 유명한 조장희 교수는 “욕은 언어이나 일종의 감정 표현이기 때문에 감정을 담당하는 뇌의 변연계가 활발히 활동해 피질에서 욕을 만든다.”고 욕에 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욕설은 감정과 매우 강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욕을 내뱉을 때 쓰이는 근육의 움직임은 뇌의 여러 곳에 저장된다.”고 하는 언어전문가 엠마 번 박사의 연구도 있습니다.
아무런 생각없이 듣게 되었던 욕설이 뇌리에 깊이 박히게 되면 다른 말들이 기억에서 전부 사라졌을 때조차도 우리의 기억에 저장된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수 있는 이유입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유머 과학잡지인《황당무계 리서치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과학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 제정한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이 있습니다. 이 상은 기발하고 우스꽝스러운 연구를 한 사람에게 주는 상입니다.
2010년 이그노벨상 평화상은 리처드 스티븐스라는 교수가 받았습니다. 리처드 스티븐스는 그의 아내가 아기를 낳았을 때 평소와 달리 욕을 많이 하는 것을 보고 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내의 욕설로 출산을 담당했던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자, 의료진들은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다’며 괜찮다고 말했답니다. 이에 리처드 교수는 ‘과연 욕을 하면 고통이 줄어드나?’라는 것에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는 ‘고통에 대한 반응으로써의 욕(Swearing as a response to pain)’이라는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연구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차가운 얼음물에 손을 담근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 측정하고 심장 박동수를 기록했습니다.
이때 한 그룹은 아무리 힘들어도 순화된 언어를 사용하도록 했으며 다른 한 그룹은 욕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고통스러운 순간 욕을 하는 그룹이 결과적으로 더 잘 참고 고통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습관적으로 욕을 하는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욕을 하더라도 그 효과가 떨어지고 오히려 절망적인 상상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욕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욕 한마디에 자신의 분노나 감정을 모두 담아 표현할 수 있기에 굳이 다른 언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욕을 하는 사람들은 어휘력이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욕을 하면 자신이 세 보일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보다 약한 또래들에게 나름의 우월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 결과 욕에 도취되어 절제력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욕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욕을 듣는 것도 문제입니다. 욕을 지속적으로 듣게 되면 충동 억제나 이성적 판단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 발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욕을 하는 것도 듣는 것도 뇌 발달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욕과 뇌 기능의 관계 연구에 따르면 욕은 전두엽의 발달뿐 아니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언어폭력을 심하게 당하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고 스스로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 문제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욕을 하는 사람도, 욕을 듣는 사람도 그것을 자신에게 투영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언어폭력도 신체폭력에 못지않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뇌과학자들에 의하면 뇌세포의 98%는 언어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언어는 긍정적인 자아존중감과도 연결된다고 합니다. 교육학 사전에서는 ‘한 개인이 자기 자신에게 부여하는 가치’가 자아존중감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자아존중감은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는 척도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내면을 표현하는 말 그 자체가 자신에 대한 존재 가치의 표현인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 자녀들의 언어사용 습관은 그들의 인성이나 행동발달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창세기 1장 천지창조의 시작이 하나님의 말씀으로부터였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 모든 것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졌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바 되었기에 우리가 사용하는 말도 너무나 중요합니다.
기독교적 시각에서 심리학과 심리치료의 다양한 측면을 비판하는 여러 권의 책을 쓴 Martin Bobgan은 ‘하나님은 인간을 생각하는 존재, 말하는 존재, 행동하는 존재로 지으시고 자신의 생각과 말,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존재로 지으셨으며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인간이 자유의지에 의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때 변화할 수 있으며 그 변화의 예시로 야고보서 3장을 통해 ‘말’이 변해야 함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녀들에게 신앙적으로나 행동적으로 본이 되어야 합니다. 자녀들 앞에서 거친 말과 욕설뿐 아니라 폭력적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우리 자녀들의 말과 행동은 물론 뇌의 발달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그들이 외부에서 배워 오는 욕설과 폭력적인 언어에 대해서도 바로잡아 주어야 하는데 부모 자신이 그렇지 못하다면 어떻게 자녀들의 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습니까?
자녀들은 부모의 언어와 사고방식, 그리고 행동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자신 안에 투영합니다. 그것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이미 자녀의 눈에 비친 부모의 행동, 자녀의 귀에 들어온 부모의 말은 자녀들의 마음 안에 각인이 되는 것입니다. 자녀들에게 부모는 생존과도 직결되어 있는 존재들입니다.
그런 그들의 입에서 “네가 그렇지 뭐”, “그럴 거면 나가서 너 혼자 살아”, “그렇게 엄마 말 안 들을 거면 이제 엄마라고 부르지도 마!” 등등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도야 어찌 되었건 이러한 말이 우리 자녀들의 마음에 새겨지는 것입니다. 여기에 욕설이 더해지면 자녀들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폭력을 남기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녀들에게 신앙적으로나 행동적으로 본이 되어야 합니다. 자녀들 앞에서 거친 말과 욕설뿐 아니라 폭력적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우리 자녀들의 말과 행동은 물론 뇌의 발달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그들이 외부에서 배워 오는 욕설과 폭력적인 언어에 대해서도 바로잡아 주어야 하는데 부모 자신이 그렇지 못하다면 어떻게 자녀들의 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습니까?
청소년기는 진리나 종교의 개념에 대한 이해와 의미를 찾아가는 시기입니다. 우리 자녀들이 자신의 사명을 찾고 자아 정체감과 자의식을 형성할 수 있도록 신앙생활을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 주님 앞에, 자녀들 앞에 우리가 어떠한 모습으로 서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혀는 능히 길들일 사람이 없나니 쉬지 아니하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 가득한 것이라”(야고보서 3장 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