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내리세요!”

“빨리빨리 내리세요!(헤멘, 헤멘. 츸). 무조건 전철에서 빨리 내리세요!”

8년 전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주일날 오후 한국 작가의 작품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초청 행사라서 저녁 무렵 전시회 관람을 마치고 아내와 같이 지하철로 집에 돌아가는 중이었습니다.

한 정거장만 더 가면 시내 중심부 종점 ‘크즐라이(붉은 달)’ 입니다. 그러면 지상으로 올라와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종점을 한 정거장을 남겨둔 역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빨리빨리 전철에서 내리세요!” 역무원들이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러 댔습니다.

우리는 영문도 모르고 전철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할 수 없이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왜 지하철이 중간에서 갑자기 정차 했는지, 또 왜 승객들을 지하철에서 황급히 내리도록 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2016년 03월 13일 주일 오후 6시 40분경, 5백만 인구가 사는 수도 앙카라에서 가장 붐비는 도심 한 복판(오클랜드의 퀸스트리트 같은 곳)에서 차량 자폭 테러가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이 테러로 34명이 사망하고 125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나중에 CCTV 영상을 보니 그저 불 한번 번쩍한 것 뿐인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자폭 테러범이 자기 승용차 트렁크에 다이너마이트를 가득 싣고 앙카라 시내 한 복판에서 스스로 터트려 버린 것이었습니다. “나 죽고, 너 죽자! 같이 죽자!” 작전입니다. 나중에 이 자폭 테러의 배후에는 거의 46여 년째 튀르키예와 대치 투쟁 중인 쿠르드 반군(PKK) 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며칠 후 현장에 직접 한번 나가 보니 정말 처참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테러 차량 옆에 있던 시내버스와 다른 차들은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었고, 왕복 6차선 건너편에 있는 7-8층 사무실 건물들의 유리창은 폭발 당시의 충격으로 거의가 다 박살 난 상태로 놓여 있었습니다. 마치 전쟁 시 심한 폭격을 당한 것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와, 정말 끔찍하다!”는 것 이외에는 다른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또 한 가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그날 우리 부부가 5분만 빨리 도착했더라면… 그리고 그 테러 현장인 시내버스 정류장 앞에 서서 우리 집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더라면…. 그것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자폭 테러범은 정확히 우리가 타고 다니던 시내버스 정류장 앞에서 폭탄 테러를 저지른 것이었습니다. 그날을 되돌려 생각해 보면, 실상 나는 그 전시회가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나는 아내에게 자꾸 “빨리 집에 갑시다!”라고 졸랐었고, 아내는 뭔가 관심이 있는지 “아, 잠깐만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시간을 끌다가 겨우 집으로 오는 참이었습니다.

얼마든지 나의 “빨리 갑시다!”가 우세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만약 5분만 빨리 왔더라면 우린 정확히 그 시간에 그 폭탄 자폭 테러 현장에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아마도 우리 부부는 시체도 못 찾을 정도로 분해되어 폭발 연기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저 하나님의 은혜와 보호하심 때문에 목숨을 건졌다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을 듯합니다.

우리는 정말 내일 일을 알 수가 없습니다. 바로 몇 분 후에 우리 앞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잠언 27장 1절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너는 내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네가 알지 못하느니라.”

이러한 테러를 저지르는 튀르키예 동부 지역에 주로 사는 쿠르드족 사람들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우리도 독립하고 싶으니 땅을 좀 달라!”는 것입니다.

쿠르드 사람들은 그 뿌리를 살펴보면 성경의 메데 족속의 후예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쿠르드 사람들은 튀르키예 동부 지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이란, 이라크 등 인근 나라에 약 2천5백만 명 정도, 튀르키예 땅 내에도 1천5백만 명이나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쿠르드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테러를 벌이는 것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라도 서구 열방의 관심을 끌어내려는 것이고, 국제적 이슈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지요. 쿠르드 사람들의 무기라고 해봐야 기껏 해서 소총과 수류탄 정도입니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이란, 이스라엘, 사우디와 더불어 서아시아 중동의 군사 강국이며, NATO 회원국 중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튀르키예는 군대만 약 100만 명 이상의 정규군이 있습니다. 탱크, 장갑차, 전투기, 공격 헬기, 미사일, 드론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정면으로 붙어 싸워 보았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승부가 안된다는 걸 쿠르드 사람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쿠르드인들은 끊임없이 테러 공격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그러면, 튀르키예 7대 교회 성지 순례나 천년 고도 이스탄불을 한번 가보려고 하시는 분들은 생각할 수 있겠지요. “아니, 그럼 튀르키예는 지금 가도 괜찮은 나라인가요?” 튀르키예가 방문에 안전한가 하는 그 말이지요. 하지만, 안전 문제는 좀 안심해도 될 듯합니다.

그것은 이스탄불 시장 출신으로 지금 21년째 정권을 잡고 있는 대통령 때문입니다. 현직 대통령이지만 황제의 권세를 행사 중입니다. 행정부는 물론이고, 쿠데타 우려가 있는 군부, 사법부, 입법부를 총괄 장악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거주하고 근무하는 수도 앙카라 근처에서 자꾸 테러가 발생하니 좀 겁이 났던 것일까요? 지금은 앙카라로 들어오는 모든 도로에 검문소를 이중삼중으로 설치해서 계속 검문검색을 합니다. 그래서 인지 이후 지금 까지는 특별한 큰 테러 사건은 없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튀르키예를 12년째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 튀르키예 무슬림들은 철저하게 “행위 구원”을 믿기 때문입니다. 즉, 좋은 일을 많이 하면 ‘천국에 갈 수도’ 있고, 나쁜 일을 많이 하면 ‘지옥에 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인샬라!”(인샤 + 알라. ‘알라 하나님의 뜻이라면’) 입니다! 알라 하나님의 최종 결정에 따른다는 것이지요. 이게 믿음이 좋은 걸까요?

이걸 믿는 사람이 남북한 인구 보다 조금 많은 8천 5백만 명이나 되며 거의 대부분 무슬림들입니다. 하지만, 튀르키예는 한국 전쟁 참전국으로서 한국인을 형제 나라 사람들이라고 엄청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중 매주 9,200명, 1년에 약 50만 명씩이나 되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죽습니다.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자신들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으신 것을 모른 채 영원한 멸망, 지옥으로 계속 가는 중입니다.

성경 히브리서 9장27절은 말합니다.

“한 번 죽는 것은 사람들에게 정해진 것이요 그 뒤에는 심판이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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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용일
충대 ROTC 15기. 1993년 NZ 이민. 2012년 이후 튀르키예 앙카라 순회 선교사로 섬기고 있으며 선교지에서의 사역의 현장을 독자와 함께 나누면서 튀르키예의 선교를 향한 부르심에 더 순종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