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상여

이제 어머님이 못다 부르신 ‘봄날은 간다’를 맺으려 합니다. 재미없고 혹 징징거리는 것 같이 들렸다면 용서를 바랍니다.

이것이 나의 어린 시절의 재미없는 이야기입니다.


어머니는 생전에 아이들이 징징대거나 투정부리는 것을 아주 싫어하셨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당신의 육신도 지치고 힘드신데 여섯이나 되는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실 형편은 안 되시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겠습니까.

‘살아서 슬펐던 육신 버리러 간다. 상여는 꽃상여 비에 젖어 간다. 나도 언젠가 한 번은 저렇게 고았으리라… ‘

‘황천 가는 길’의 구슬픈 가사입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만나 시집오실 때 고우셨던 모습 그대로 꽃상여를 타고 봄나들이를 나섰습니다.

봄꽃이 만개하고 온갖 새들이 우짖는 화사한 봄날에 평소 좋아하시던
옥색 치마저고리로 갈아입으시고 너울너울 춤을 추시며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나의 어머니는 봄 햇살 가득하고 꽃 만발한 걱정 없는 곳에서 늘 행복하실 것입니다.


어머니는 지금 계시지 않지만 늘 우리의 마음 한편에 전설로 남아 계십니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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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다. 나의 어린시절 어머니는 삶이 너무 힘드실 때면 긴 한숨과 함께 ‘봄 날은 간다’를 나즈막이 부르시곤 하셨다. 나의 작업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