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를 통하여 일의 기쁨을 되찾다

은퇴를 결심했을 때 기대가 컸다. 모든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고, 하고 싶은 일 하고, 무언가 더 새로운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줄 알았다. 처음 몇 개월은 신났다. 하지만 6개월쯤 지나면서 계획은 빗나가기 시작했고 현실의 벽은 높았다.


3년간 폭풍 속을 헤맨 끝에 현실과 이상의 폭을 줄일 수 있었고, 몇 가지 생각의 정리가 이루어진 끝에 마음의 평온을 찾게 되었다. 은퇴의 시간이 한참 지난 선배들에게는 나의 생각이 어린아이 수준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은퇴를 앞에 두고 있는 이들에게 나의 시행착오가 영혼을 위로하는 한 그릇의 닭고기 스프가 되기를 바라며 시행착오를 통하여 얻게 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일감을 찾아야 한다
은퇴를 생각하는 이들의 주된 이유는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중압감 때문일 수 있다. 현재의 과중한 일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 은퇴를 고려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은퇴를 하고 놀아보면, 2-3개월 지나면서 놀이가 시들해지고 고역이 될 수 있다. 수많은 은퇴자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뭐하지?’라는 고민이다. 나이가 들수록 소일거리가 없는 것 때문에 고통을 느낀다. 그래서 은퇴를 할 때 단숨에 모든 일을 정리하지 말고, 100에서 10으로 줄일지라도 계속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일감을 찾아야 한다.

놀이를 일로 승화시키자
놀이는 조건 없는 기쁨을 준다. 하지만 유아적이다. 신나게 기쁨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나면 그뿐이다. 남는 것이 없다. 그래서 놀이는 유아적이다. 하지만 일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만큼의 열매가 있다. 일이 과중하여 기쁨이 없고 스트레스에 눌린다면 일이 고역이 되지만, 일이 절제할 수 있는 선에서 어떤 목표 의식을 가지고 하는 일은 기쁨이 되고, 그 기쁨은 열매로 이어진다.


노년에는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놀이로서의 일을 찾아내야 한다. 놀이와 일의 차이는 무엇인가? 놀이는 아무 생각없이 신나게 에너지를 발산하면 된다. 어떤 목적이나 방향이 없다. 놀이는 기쁘면 된다. 하지만 일은 목표 의식이 있다.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 일한다.


은퇴 전에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일지라도 먹고 살기 위해서 억지로 일했지만, 은퇴 후에는 크기를 대폭 줄여서라도 즐겁게 기쁨으로 놀이로 일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보아야 한다. 나의 경우 7-8가지를 생각한 것들을 도전해 보고 실패한 끝에 현재 나에게 가장 적절한 일을 찾아냈다.

일을 영성으로 연결시키자
영성이란 하나님을 닮아가는 것이다. 영성이 있다는 말은 하나님을 얼마나 닮았느냐를 의미한다. 그런데 하나님의 속성 중의 하나는 하나님은 일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창조로 끝을 내신 분이 아니라 지금도 일하고 계신다. 우주는 지금도 움직이고 발전한다. 일하시는 하나님은 아담을 창조하신 후에 땀 흘려 일하게 하셨다. 그래서 사람은 땀 흘려 일할 때 기쁨을 얻고, 하나님을 알게 되고 닮아가는 것이다.


창2:16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 경작하고 지키는 것이 아담의 역할이었다. 경작하고 지킬 때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각 사람에게 맡겨진 일을 감당할 때 기쁨이 온다.


일하는 자는 평생 청년으로 산다. 일을 놓는 순간에 급속한 노화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나이와 능력에 맞는 일을 계속 찾아서 죽는 순간까지 일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축복이고, 그 일 때문에 영성이 발전한다. 일할 때 기쁨이 있고, 일할 때 나로부터 해방되고, 일할 때 하나님과 호흡하게 된다.

일이 섬김으로 발전하니 삶의 질이 달라졌다
성경적으로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아서 일하는 것을 사역이라고 한다. 사역자란 섬기는 종이다. 사역의 본래의 뜻은 섬김이다. 교회 안에서의 사역이 섬김이고, 세상 속에서의 모든 직업도 섬김이 되어야 성경적이다. 성경적 관점에서 직업은 섬기는 일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사역이라고 생각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섬기는 종의 자세로 일하면 일의 질이 달라진다.


직업 선택의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Uber 기사가 되었다. 처음에는 섬김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1년 4개월 동안 3,000번의 손님들을 태우다 보니 섬김의 자세를 잃어버렸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적의 일은 우버하는 일이다. 이 일이 고역이 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섬김의 자세를 다시 갖기로 했다. 마음을 바꾸니 손님들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그들도 그러한 마음을 느낀다. 그들은 나의 섬김의 대상이고, 나의 이웃이고, 나의 삶의 동역자라는 사실로 대하니 우버 하는 일이 다시 놀이가 되고 기쁨이 되고 삶의 일부가 되었다. 생각 없이 일할 때는 중노동이었지만 생각을 바꾸어 섬김으로 대하니 사람들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일터는 나의 영성을 발전시키는 최적의 장소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는 은퇴가 없다.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하니 모든 사람들이 사랑스럽고 보배롭게 느껴진다. 확실히 마음먹기 달렸다. 똑같은 일을 해도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우버 하면서 느껴진다.


얼마 전 뉴질랜드 군인 한 사람을 태웠다. 19살 한국인이다. 어릴 때부터 군인이 되기를 원해서 뉴질랜드 군인이 되었다. 1년이 지나는 동안 한국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다고 한다. 집으로 데리고 와서 아내가 해 준 김치찌개를 대접했다. 얼마나 감동하면서 맛있게 먹는지 그 모습에 나도 감동했다. 그 청년과 마음을 나누면서 하나님 나라의 일과 세속적인 일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터가 하나님 나라이고, 교회가 하나님 나라이다.

일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모든 일이 영적 성장의 과정이다
3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고, 거절을 당했고, 실패를 경험했다. 그런데 그런 모든 과정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이해하고, 삶의 폭을 넓혀가게 되는 밑거름이 되었다. 평생 영혼을 사랑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를 드렸다. 평생 영혼 사랑을 위하여 노력했다.


그런데 갈증은 여전했다. 하지만 강단에서 내려와서 세속의 삶 깊은 곳으로 들어와 부서지고 깨어져 보니 강단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터득해 가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낮은 자리로 내려온 것은 축복이다. 얼마나 더 낮은 자리로 내려갈 수 있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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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승관
나는 꿈꾸는 사람이다. 목회 35년 동안 교회를 통해서 세상을 구원하는 꿈을 꾸었다. 3년 전, 조기은퇴 후 교회의 울타리 밖으로 나왔다. 현재 Uber Driver로 생계를 해결하며, 글쓰기를 통해 세상, 사람과 소통하는 영혼의 Guider되기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