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한

우리 집에 가려면 거쳐 가는 상수네는 동네 사랑방입니다. 상수 아버지는 지방을 다니며 건축 일을 하는 분이었습니다. 한동안 보이지 않으면 으레히 지방으로 일 가셨으려니 생각했습니다. 상수 아버지가 일 가서 집에 계시지 않는 날에는 상수네 앞마당에 있는 평상은 동네 아주머니들의 사랑채가 되고 때론 각자 반찬 한가지씩 들고와 간이 식당이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상수 아버지가 지방에서 돌아오셨는지 평상에서 막걸리 한잔하고 낮잠을 주무십니다.

상수 엄마는 드라마 삼매경에 빠지셨네요.

털털하신 상수 아버지는 늘 막걸리를 달고 사셨고 내가 지나가며 인사를 드리면 “아버지는 편안하시냐?”고 꼭 안부를 물으시고 “시간 되시면 내려오셔서 막걸리 한잔 하시라고 전해라”하셨습니다. 상수네 평상은 이제 흔적도 없겠지만 많은 이야기들을 간직한 동네 쉼터였습니다.

이전 기사자작나무 숲을 보러 갔다가
다음 기사가난 . 결핍 . 그리고…
해리 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다. 나의 어린시절 어머니는 삶이 너무 힘드실 때면 긴 한숨과 함께 ‘봄 날은 간다’를 나즈막이 부르시곤 하셨다. 나의 작업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