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참으로 죄송합니다!”

“아프리카 벌판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은 무엇일까요?”


“사자? 호랑이? 하이에나? 늑대? 코모도왕 도마뱀?”

여러 가지의 대답이 나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장 무서운 동물은 외로운 사슴이랍니다.
무리를 지어 집단생활을 하다가
그 집단에서 홀로 떨어져 나와
나홀로 벌판을 방황하는 외로운 사슴!

이 외로운 사슴!
아무리 무서운 동물을 만나도 죽기를 각오하고
이판사판 뿔을 들이대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덤벼 봐!”

아무리 강한 사자라도 목숨 걸고 덤비는 나약한 사슴 앞에
결국에는 묵묵히 그냥 돌아서고 만다고 합니다.
사자가 봤을 때는 웃기는 거겠지요.

저 역시 얼마 전에,
이판사판 하나님께 머리통을 들이대며
단판을 좀 내보려고 홀로 집을 나와
외딴곳에 머물며 외롭게 며칠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늘,
언제나,
변함없이,

덤빌 때마다 KO패를 당하는 건 늘 나이기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말씀으로 얻어 맞고
기도하다 얻어 터져
하나님 앞에 KO패로 죽사발(?)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머리통을 들이대도 묵묵!
아무리 이판사판 덤벼봐도 잠잠!!
아무리 맞짱을 떠봐도 묵묵부답!!!

제 풀에 속이 뒤집어져 스스로 KO패를 인정하고
보따리 싸 들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마음은 왜 이렇게 홀가분할까요?
홀가분하다 못해 마음은 왜 이렇게 시원할까요?

며칠 후,
“여보, 당신도 함 가 봐요.”

차마 말은 못 하지만 내심
“당신도 가서 함 얻어 맞고 얻어 터지고
KO패를 당해 봐!”


하루 지나 이틀 지나……
결국엔 가서 밥해 주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저는 또 속세(?)를 떠났습니다.

그동안 남편 나름대로 준비를 했는지
도착하자마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주일의 스케줄을 말합니다.

둘이서 부부 수련회를 했습니다.
아침에는 회복을 위한 묵상과 침묵,
점심에는 회상을 위한 대화와 산책,
저녁에는 회개를 위한 말씀과 울부짖는 기도!

혼자 가서 하나님과 독대를 함 해보라 했는데
둘이서 빡센 부부 수련회를 하게 되었지요.

서로가 날카로운 뿔을 가지고 올라 갔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찌를 것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아니라 아내에게 KO패를 당하지 않으려고
남편이 꼼수(?)를 쓴 것이 부부 수련회!!!

조건은 하나!
마지막 날 저녁에 꼭 묻고 싶은 질문 하나에 딱 1분만!
질문의 답도 딱 1분만 하기!!

1분이 지나면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1분이 지나면 언성이 높아지고,
1분이 지나면 니 맘대로 해!

그러기에 질문도 1분만, 대답도 1분만!

묻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1분이라니요.

첫날부터 피 흘리는 질문들을 적어 나갔습니다.
속을 후벼파는 하고픈 말들을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날 저녁에요……

“나한테 물어볼 거 있으면 물어봐!”
“없어요. 당신은?”
“나도 없어!”

매일 밤 남편과 아내가 아닌
하나님 앞에 부르짖으며 몽땅 다 쏟아 버렸더니
그 많던 피흘림의 질문과 후벼팔 말들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이고~ 주여! 용서하소서!
피흘림의 질문과 후벼파는 하고픈 말을
남편이 아니라 하나님께 퍼부어서 참으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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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