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꼰대

늘 정답 만을 이야기한다. 아는 것이 많다. 고집한다. 꼰대 말이다. 지금처럼 꼰대에 대한 이야기가 넘치던 때도 없는 듯하다. MZ들은 꼰대에게 직설적이다.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자신이 정한 선이 분명한 이들은 경험과 상황보다는 이치와 이해된 입장들을 이야기한다.

이견을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신이 이해하는 것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 말이다. 다만 무조건 우기며 듣지 않는 태도는 남녀노소, 소통과 상호 관계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 이것이 선한 영향은 당연히 아니지. 인격이 미성숙하다면 일촉즉발이다. 살얼음판이다. 이렇게 되다 보니 변화가 많은 시대엔 모두가 정답이고 더욱더 진리가 모호하다.

커피도 그러하다. 블렌딩 된 커피부터 지나치게 변형된 커피들도 있다. 콜라에 커피를 타서 마시기도 하고 주스에 커피를 추가하기도 한다. 새롭고 독특한 커피들이 난무한다. 독창적이라 하고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커피에서 멀어지니 무엇이 무엇인지 불분명할 때는 본질을 따져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왜 그렇게 변형되었는지 설명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렇게 커피 꼰대가 등장한다. 어쩔 땐 “커피는 그렇게 마시는 것이 아니야!”라고 하기도 한다. 정말 꼰대스럽다.

서핑 꼰대도 그렇고 신앙 꼰대도 그렇다. 70년대의 X세대가 MZ 세대와 같이 행동한다고 X세대가 아닌 것은 아니다. 꼰대는 전형적인 자기중심성을 가지고 접근한다. 다만 다양성과 독창적인 이유를 듣고 받아들이고 이해한다면 쿨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쿨하고 힙한 꼰대가 되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꼰대들은 다른 이들을 고려하지 않는다. 어쩌면 위로 올라간다면 더 꽉 막힌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함께 하고 싶은 어른들이 가까이에 있다면 복이다.

늘 MZ에 가깝다고 하거나 MZ세대에 기울어져 있는 X세대라고 고집해 보지만 이렇게 이야기할수록 나를 꼰대스럽다고 우습게 이야기하는 것이 그냥 재미있다. “자꾸 그렇게 이야기하면 할수록 더 꼰대가 되고 스스로를 X세대하고 이야기하는 거 아냐?” 더욱 청년 신앙인들이 재미있게 비틀어 이야기하니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고 웃어넘긴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 나와 같은 X세대인 플린은 나와 반농담조로 냉소적으로 열띤 커피 테이블 논쟁을 이어갔다. 플린은 에스프레소 Lab 연구실에서 새로운 커피들을 연구하는 아주 힙한 바리스타이다.

“아니, 봐봐! 나는 79년생이니까 완전 X세대들의 끝에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아? MZ세대들이 꼰대라고 보는 것 같아서 노력형으로 그렇게 해보는데 말이지. 너랑은 다르지. 78년생이 뭐 그렇게 MZ라고 우기니.”

이 말에 어딘가 고집하던 논리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까 네가 꼰대인 거고 노력하는 중이라는 거 아냐. 뭐 하러 그러노.” 플린이 하는 말에 이야기는 뼛속부터 개그감으로 가득 채워진 느낌이었다.

장난기 넘치는 추임새와 웃긴 제스처들이 대화에 넘쳐났고 우스꽝스러운 말들이 자연스럽고 평범하게 나왔다. 그가 부러운 건 반대로 전혀 웃길 줄 모르니 결국 그런 사람들 주변에 있으면서 그들의 삶을 보고 따라 하고 심지어는 공부하고 배웠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호감 가고 웃기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런 사람으로 그들 곁에서 하나님 얘기를 편안하게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해 왔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따라 하지 않는다. 어쭙잖게 웃기려 했다가 우습게 되는 요즘 말로 이불킥 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카페인이 가득 차서 한참 신이 났을 때는 더욱 그렇다.

플린은 그렇지 않았다. 개그감도 생긴 것도 모두 호감형이고 늘 따뜻하고 친절하지만, 어딘가 쿨하다. 그는 내가 아는 X세대 중 가장 MZ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상당히 MZ에 기울어져 있다. 커피를 마시는 것을 봐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면 그의 말과 행동에 그리스도인으로 나타나는 모습이 있지 않을까 말이다.

그렇게 이 세대를 본받지 않고 거룩한 나라의 백성으로 산다면 뭔가 듣고 싶고 함께 신앙을 나누고 싶은 그런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멘토와 같은 좋은 리더로 이 세대와 다가오는 다음 세대에게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쿨한 꼰대 힙한 꼰대가 될 수 있다면 신앙 꼰대는 멋질 것 같다. 어딘가 그런 달곰한 커피향기가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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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성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기를 너무 행복해하는 커피 노마드이자 문화선교로 영혼을 만나는 선교사. 커피, 서핑과 음악을 통해 젊은 이와 하나님 이야기를 나누며 밤낮이 없는 커피 테이블 호스트를 자청하여 청년 선교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