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장 2

영천시장에서 산 바짓단을 줄이려 들어간 나래네 옷 수선집 내부 모습입니다. 모처럼 어릴 적 추억을 찾아 나섰던 동네의 모습에 실망을 하고 돌아서다 들린 시장이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공간이지만 내가 늘 꿈꾸던 옛 모습을 간직한 실내가 너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옛날 어머니가 쓰시던 손재봉틀과 같은 모델의 재봉틀도 있고 천 한장 달랑 두른 탈의실도 딱 내가 찾던 그림입니다.

요즘은 보기도 어려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뽕짝도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아줌마는 이 동네에서 태어나 자라고 신랑도 만나 평생을 여기를 못 벗어나고 살고 있다고 신세타령을 하시지만 나는 그게 부럽기만 합니다.

언제든 돌아올 곳이 있고 반가운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그곳이 고향이 아닐까요? 나는 오늘 채 한 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드디어 나의 고향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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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다. 나의 어린시절 어머니는 삶이 너무 힘드실 때면 긴 한숨과 함께 ‘봄 날은 간다’를 나즈막이 부르시곤 하셨다. 나의 작업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