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일상이 감사하고 기쁘지만, 특히 4월은 크리스천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일 것입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사하기 위하여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부활의 영광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생명 주셨음을 기념하는 절기이기 때문입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십자가의 사랑을 묵상할 때면 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던 용서가 함께 떠오릅니다. 기도를 가르쳐 달라는 제자 요한에게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모든 사람을 용서하오니 우리 죄도 사하여 주시옵고(누가복음 11장 4절)’라고 기도하라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죄 지은 모든 사람을 우리가 먼저 용서하기를 그래서 우리의 죄도 용서받기를 원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다른 사람들을 용서해야 할까요?
그때에 베드로가 나아와 이르되 주여 형제가 내게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리이까 일곱 번까지 하오리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게 이르노니 일곱 번 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할지니라(마태복음 18: 21~22)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하느냐고 베드로가 물으니 예수님께서 답하셨습니다. “일곱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하라.” 이 말씀은 결국 끝까지 용서하라는 뜻이겠지요.
혹시, 지난 회 글 마지막 부분에 소개했던 하인즈 딜레마를 기억하시나요? 그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인즈에게 새로 개발된 치료약을 팔지 않았던 약사는 자신의 죽어가는 아내를 위해 그가 약을 훔칠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약사는 오직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곳에 약을 숨겼다. 그날 밤 약사의 예상대로 하인즈는 약을 훔치러 들어왔다. 그러나 약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하인즈의 아내는 죽게 되었다. 깊은 슬픔에 빠진 하인즈는 약을 숨긴 약사에게 극심한 분노를 느꼈다.
오랫동안 용서에 관한 연구를 한 엔라이트(Robert D. Enright) 교수는 콜버그의 하인즈 이야기를 바탕으로 위와 같은 예시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용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반응은 매우 다양했습니다.
어떤 청소년들은 가해자가 처벌을 받아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어떤 청소년들은 죄를 뉘우치고 사과한다면 용서하겠다고 했습니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용서해 주라고 하면 용서하겠다는 청소년들도 있었습니다.
도덕적으로, 종교적으로 용서하는 것이 옳은 행동이니까 그렇게 하겠다는 청소년도 있었으며, 용서를 하게 되면 상처를 준 사람과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용서를 하겠다는 청소년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해자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무조건적으로 용서하겠다는 청소년들도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엔라이트(Robert D. Enright) 교수는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입었을 때 당연히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분노나 적대감을 갖게 되지만, 이러한 감정을 극복하고 오히려 동정심과 자비 그리고 사랑을 베풀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용서이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그럴 만한 자격이 없어도 우리는 용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용서는 용서받는 사람에게도 선물이지만, 용서하는 사람의 삶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용서하는 사람은 자신의 용서를 통해 삶이 더욱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며 더 이상 불행한 사건으로부터 얽매이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을 관찰하면서 엔라이트 교수는 용서에도 나름의 단계가 있음을 알아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 단계를 따르거나 각 단계를 꼭 거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엔라이트 교수는 용서의 과정을 통해 한 단계 한 단계 자신의 상처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 나간다면 완전한 용서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엔라이트 교수는 용서의 과정을 개방, 결심, 행동, 심화의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으며, 모두 20단계에 걸쳐 진행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첫 번째로는 개방상태입니다. 먼저 자신이 경험했던 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분노나 변화된 삶에 대해 들여다보는 단계이며, 상처로부터 자신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어떻게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1단계). 그 후 가해자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인식해야 합니다(2단계). 그 사건과 관련해서 자신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어느 정도 느끼는지도 알아야 합니다(3단계). 그렇게 되면 그 일과 관련해서 자신의 삶이 얼마나 낭비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4단계).
다음으로는 반복적으로 사건을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대면하는 것입니다(5단계). 자신은 이렇게 괴로운데 상처를 준 사람은 오히려 잘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6단계). 또한 그 일로 인해 자신은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었음을 의식하게 됩니다(7단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인생이 참 불공평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기도 합니다(8단계).
다음으로는 결심상태입니다.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을 용서하겠다고 생각하고 노력도 해보지만 별 효과를 못 느낍니다(9단계). 이 단계에서 용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더욱 진지하게 용서를 고민합니다(10단계).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진심으로 용서를 결심하게 됩니다(11단계).
행동상태로 접어들면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의 입장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합니다(12단계). 가해자의 입장이 되어 그가 살아왔던 삶과 환경 그리고 심리적인 상태 등을 진정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함으로써(13단계), 가해자에 대한 동정심이나 공감을 느끼기도 합니다(14단계). 또한 자신의 고통을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15단계). 이 단계에 이르면 자신에게 잘못을 저질렀던 가해자에게 보복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저지른 잘못에도 불구하고 그도 존귀한 인간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마지막 심화상태에서는 그동안 겪은 심리적 고통과 상처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기 시작합니다(16단계). 또한 자신도 가해자를 포함한 누군가에게 잘못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이 아프게 한 사람에게 용서를 빌어야겠다는 마음을 갖기도 합니다(17단계).
다음으로 자신이 아픔을 겪을 때 도와주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결국 자신도 나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됩니다(18단계). 고통과 용서를 경험하면서 성숙해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새로운 삶의 목표를 찾습니다(19단계). 마지막으로 용서한 사람은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과 그 일에 대한 분노 또는 적개심 등의 고통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20단계).
여러분들은 지금 용서의 단계 어디쯤 머물러 있나요? 지금 이 순간 내가 머물러 있는 그곳에서 다음 단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면 어떨까요? 마침내 그 계단 끝에 올라 완전한 용서와 자유함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며 사랑과 용서로 사는 복된 삶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자녀들도 사랑과 용서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부모님의 모습을 통해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는 건강한 크리스천들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늘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서로 사랑하라 그리고 끝까지 용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