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철이네 이사 가는 날

어릴 적 살던 동네 별칭은 ‘똥꼴’이었습니다. 똥차들이 집결하는 장소다 보니 그렇게 불렸지요. 자연스레 동네에는 똥 푸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이들이 많이 살았습니다.

강원도에서 서울로 온 동철이네 아버지도 똥을 푸셨습니다. 동갑내기인 동철이와는 학교도 같이 다니고 늘 함께 놀다가도 심사가 뒤틀리면 ‘똥 퍼’하고 동철이를 놀려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동철이네가 오늘 이사를 갑니다. 이삿짐 이래야 한 수레 겨우 되는 것을 온 가족이 밀고 끌면서 갑니다.

인심 좋으신 동철이 엄마, 항상 웃으면서 반겨주시던 동철 아버지, 말괄량이 동철이 여동생도 그리울 겁니다. 부디 따뜻이 겨울을 지낼 수 있는 좋은 집으로 이사 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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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다. 나의 어린시절 어머니는 삶이 너무 힘드실 때면 긴 한숨과 함께 ‘봄 날은 간다’를 나즈막이 부르시곤 하셨다. 나의 작업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