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를 기억하며

복날이 가까워지면 ‘개나 고양이 삽니다’ 하고 소리치며 다니는 개장사들이 나타나고, 온 동네에 시도 때도 없이 밤낮으로 시끄럽게 짖어대던 개들이 개장사가 나타난 것을 알아차렸는지 약속이나 한 듯이 조용해집니다.

우리 집 메리는 언제나 대문 입구에 묶인 채 집을 지키기도 하고 우리가 학교 갔다 오면 꼬리가 빠질 듯이 흔들어대며 반기던 개입니다. 여러 번 새끼를 낳아 쏠쏠하게 살림에도 보태고 우리가 야단맞고 시무룩해 있을 땐 곁에서 갖은 애교를 떨며 동무가 되어주던 그런 식구와 같은 개입니다.

오늘 메리는 우리의 곁을 떠납니다. 평시에 꽁보리밥에 시장에서 구해온 생선 찌꺼기를 넣어 푹 끓인 개밥도 아무 말 없이 잘 먹던 메리가 오늘은 도통 입에 대려고도 안 합니다.

보다 못한 아버지는 논산집 아줌마네 가셔서 갈비뼈 하나를 구해다 먹여보려 하지만 끝내 눈길도 안 줍니다.

우리는 너나 없이 울면서 팔지 말라고 애원해 보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 압니다.

어머니는 우리의 그런 모습이 안쓰러우신지 아끼시던 씨암탉 한마리를 잡아 저녁 식탁에 내놓으셨습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모처럼의 닭백숙을 먹고는 있지만 이 백숙을 먹게 된 이유를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메리는 이제 집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