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하지 않게 해 주세요 “

나도 부모인지라 자식이 공부하고 있는 학과에 대해서 많이 알아보게 된다.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얼마나 공부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점수가 되어야 합격할 수 있는지 많이 알아봤다. 그런데 그런 정보들은 유학원에서 많이 공유하다 보니 기본적인 정보만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치대는 B+ 이상이어야 된다고 하지만 그것은 신청 기준이지 합격 기준이 아니다. 해마다 합격 점수가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하는 말은 모두가 A+들의 싸움이라고 한다.


아니, A+ 받기도 힘든데 A+ 중에서도 점수 순위를 가려 합격자를 뽑는다니 정말 어렵나 보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의대, 치대를 입학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적성검사인 UCAT(University Clinical Aptitude Test)이다.


언어 능력, 수학 능력, 상황 능력, 의사결정 능력들을 알아보는 중요한 시험이다. 치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치대에 들어갈 자격을 얻지 못한다.


성적 A+를 받고도 UCAT을 통과하지 못해 치대를 못 들어가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하나님이 도우셔야 가능하다.

물론 합격해도 하나님의 은혜요, 떨어져도 하나님의 은혜이다. 나는 ‘God is good all the time’을 늘 설교 전에 고백한다. ‘all the time’ 안에는 우리의 실패도 들어 있고 우리의 고난도 들어 있다.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서 하나님보다 더 귀한 것이 없음을 늘 가르친다. 우리 인생에서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절대로 살아갈 수 없다.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아야 진정한 합격이다.


자녀들이 좋은 대학교에 합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자녀들이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불가능할 것 같은 도전을 심어 주며 치대를 공부하라고 권해 주었을 때에도 우리 자녀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합격했기 때문에 경험되는 은혜가 아니다. 불합격했어도 하나님의 은혜는 변함없다. 인생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인생의 참된 행복은 하나님을 바로 아는 것이며 하나님을 바로 믿는 것이다.

가족기도회를 하면서 딸아이가 내놓은 기도 제목이다.
‘치대에 합격하면 절대 교만하지 않게 해 주세요.’ 왜 교만하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 제목을 내놓았을까 생각해 봤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아들과 딸은 3살 차이다. 그래서 아들이 먼저 합격을 하고 3년 후 딸이 합격을 했다. 그런데 둘 다 1학년 때에 똑같은 말을 한 기억이 난다.
“아버지, 선배들이 하늘처럼 보여요, 신처럼 보여요.”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어떻게 합격했는지 모르겠다며 치대, 의대 선배들이 모두 하늘처럼 보인다는 말을 동일하게 해 왔다.


밤새워 공부해도 또 밤을 새워 암기해야 하는 공부들, 밥 먹을 시간에도 한 손에는 암기장을 들고 외워야 하는 공부들.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하여 합격한 선배들처럼 만약 본인들이 합격하게 되면 왠지 스스로 높아 보일 것 같은 마음에 교만하지 않게 해 달라는 기도 제목을 내놨다.


무조건 ‘합격하게 해 주세요’가 아니었다. 합격을 해도 교만하면 망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하나님의 뜻을 먼저 구한 것이다. 나는 그 기도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만약 합격해도 그 합격은 자기들의 능력이 아니고 절대적인 하나님의 은혜이기에 절대 교만할 수가 없다. 오늘날 많은 자들이 다 자기 능력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착각한다.

“도움을 구하러 애굽으로 내려가는 자들은 화 있을진저. 그들은 말을 의지하며 병거의 많음과 마병의 심히 강함을 의지하고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이를 앙모하지 아니하며 여호와를 구하지 아니하나니”(사 31:1)

우리를 도우실 분은 하나님이시다. 세상을 의지하거나 사람을 의지하는 자는 망한다. 오직 하나님만 바라봐야 살 수 있다. 이 절대적인 진리를 우리 자녀들을 비롯하여 모든 자녀들이 다 알고 믿었으면 좋겠다. 내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여호와께서 기드온에게 이르시되 너를 따르는 백성이 너무 많은즉 내가 그들의 손에 미디안 사람을 넘겨주지 아니하리니. 이는 이스라엘이 나를 거슬러 스스로 자랑하기를 내 손이 나를 구원하였다 할까 함이니라”(삿 7:2)

왜 하나님은 기드온 사사를 돕기 위해서 몰려온 3만 2천 명의 군사들을 다 돌려보내고 300명의 군사만 가지고 미디안과 싸우게 하셨을까? 숫자가 많으면 자기들 능력으로 구원을 얻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얼마나 많은 자들이 이러한 착각에 사로잡혀 살아가는지 모른다. 어느 정도 이뤘으면 다 자기 능력이라고 착각하며 교만하게 된다. 교만하면 죽는다.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이며 하나님의 도우심이다.

광야를 허락하신 이유
그렇게 기다리던 딸아이의 치대 합격자 발표가 다가왔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합격자 발표 날짜를 기다렸다. 새벽녘에 온라인상으로 발표되었다. 합격일까? 불합격일까? 불합격이면 어떡하지? 아침에 일어나 보니 결과가 나왔다. 합격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불합격도 아니었다. 합격 대기자인 waiting list였다.


사실 모두가 단번에 합격하는 것을 기대했다. 아마 본인도 충분히 기대했으리라 생각한다. 치대에 들어가려면 UCAT 점수를 통과해야 하고, 그 점수에 따라서 인터뷰 자격을 얻게 된다. 1학년 2,600여 명 가운데 300명 정도에게만 인터뷰를 볼 자격이 생긴다.


이 인터뷰를 통과한 사람 중에 60여 명 정도가 최종 합격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2학기 중간에 발표되는 인터뷰 리스트에 없으면 그간 치대를 준비했던 수많은 학생들은 아예 기회가 없어지기에 낙심하고 절망하게 된다.


딸아이가 인터뷰 리스트에 들었던 날이 생각난다.
‘아버지! 저도 인터뷰 붙었어요.’


그날은 신기하게도 3년 전에 오빠가 인터뷰 리스트에 합격한 날짜와 동일했다. 참 신기했다. 여하튼 하나님의 은혜로 인터뷰도 통과되고 성적도 합격선에 있다고 확신했다.


동기들이나 치대 선배들조차도 합격을 예상했던 아이였는데 합격자 명단에 없다니…. 왜 하나님께서는 곧바로 합격자 명단에 올려 주시지 않으셨을까?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생각이 났다. 광야를 허락하신 이유가 생각이 났다.


끝까지 하나님을 의지하며 지금의 상황에서 원망 없이, 불평 없이 믿음을 지킬 수 있는지 보기를 원하신 것이다.


딸아이는 하나님의 뜻을 믿으며 끝까지 기도하며 기다릴 거라고 했다. 누구보다도 긴장되며 초조했을 텐데 기다리는 시간 동안 절망의 말 한마디 없이 기도하며 잘 견뎌 준 딸이 대견했다.

합격 대기자는 하루하루 긴장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방학이지만 마음 편히 방학을 보내지도 못한다. 언제 발표가 될지, 언제 학교에서 연락이 올지 기도하며 기다렸다. 합격 대기자들에게 그 기다림이란 정말 쉽지 않은 기다림이다. 기다렸다. 또 기다렸다. 한 주가 흘러가고 두 주가 흘러갔다.


이젠 발표가 나와야 하는데 하면서 한 달이 흘러갔다. 분명 딸아이도 그 기다림이 힘들었겠지만 아빠인 나도 사실 마음이 무거웠다. 무엇보다도 최선을 다해 공부해서 합격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는데, 혹시라도 아깝게 탈락을 한다면 딸의 마음이 얼마나 상심될까 생각하니 내 마음이 더 무거웠다.


궁금한 마음에 아들을 통해 학교에 알아봤다.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새 학기 시작 이후에도 추가 합격자 발표가 날 수 있으니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대답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답신을 보는 순간에 너무도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간 무거웠던 내 마음이 갑자기 가벼워졌다. 캄캄했던 내 마음이 너무도 신기할 정도로 환하게 되었다. 마치 빛이 오면 어둠이 사라지듯 내 안에 있는 무거운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하나님의 평강이 나를 덮어 버린 것이다.

너무도 신기했다. 딸아이의 합격 가능성이 희박할 것 같다는 대답을 들었기에 낙심해야 하지만 하나님의 평강이 나를 덮어 버렸다. 절망해야 하는 그 순간 광명의 빛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나님의 강력한 임재를 느꼈다. 그분의 일하심이 경험되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 일을 통해서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이 있으시겠구나.

이 일을 통해서 역사와 환경을 주관하시는 분이 우리 하나님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시려는 계획임을 깨달았다. 강력한 하나님의 평강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역사가 기대가 되었다. 기적을 베푸시는 하나님을 믿었기에 소망 중에 인내하며 우리는 기도할 수 있었다.


기도할 수 있기에 우리는 그리스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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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재식
그리스도신학대학교(M.Div)와 침례신학대학교(D.Min)에서 공부했으며 청년사역과 다음세대 사역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갖고 현재 뉴질랜드 대흥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크리스천 자녀교육에 대한 책 ‘하나님이 하셨어요’를 집필하였으며 그 내용을 본지에 연재함으로 다음세대를 어떻게 품어야 할지를 함께 공감하기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