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속의 거울

태어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기가 선악을 구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2010년 미국 예일대 폴 블룸 교수의 연구팀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갓난아기들도 도덕적인 판단을 할 수 있고 선악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연구는 생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습니다. 아기들에게 동그라미와 사각형 그리고 삼각형을 의인화하여 만든 동영상을 보여줍니다. 영상의 처음 장면에서는 힘겹게 언덕을 오르는 빨간색 동그라미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빨간 동그라미가 언덕을 쉽게 오르도록 뒤에서 밀어주는 노란색 사각형이 나옵니다. 다음 장면에서는 파란색 삼각형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파란색 삼각형은 빨간색 동그라미를 돕는 것이 아니라 힘겹게 올라가는 빨간색 동그라미를 아래로 밀어 버립니다.

이 영상을 여섯 번에서 열네 번 정도 반복해서 보여 주고 난 후, 아기들에게 노란색 사각형(착한 역할)과 파란색 삼각형(나쁜 역할)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80%의 아기들이 노란색 사각형(착한 역할)을 선택했습니다. 도형 대신 곰 인형을 가지고도 비슷한 실험을 했는데, 이 실험에서도 역시 아기들은 ‘나쁜’ 곰 인형과 ‘착한’ 곰 인형 중 착한 곰 인형을 더 많이 선택했다고 합니다.

창세기 1장 27절에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습니다. 놀라우신 하나님이 지으신 인간이기에 알면 알수록 그 세밀하고 신비로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이 너무나 정교하게 지음 받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인간의 뇌는 참으로 놀라운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2% 정도밖에 무게를 차지하지 않지만, 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에너지의 20% 정도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두개골이라는 매우 튼튼한 뼈에 쌓여 있습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인 숨쉬기, 눈 깜빡이기, 음식 씹기, 체온조절 등도 모두 뇌에서 담당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뇌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인지하고 기억하고 판단하고 감정도 느끼며 행동합니다.


특히, 뇌신경 가소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뇌가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스스로 신경회로를 바꾸는 능력을 말합니다. 즉, 특정한 환경 요인을 따라 특정 방향으로 변화하는 성질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의 뇌가 어떤 것을 학습하느냐에 따라 그 방향을 더 강하게 기억하고 반응한다는 뜻입니다.


뇌의 신경회로는 일생을 통해 끊임없이 변하는데, 새로운 언어나 운동기능 습득이 왕성한 유년기때 사용되는 신경회로의 활동성이 최대치를 보이게 됩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줄어 들지만, 일생동안 어느 정도는 새로운 언어나 운동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수준의 뇌신경 가소성을 유지합니다.


이처럼 뇌는 경험과 학습을 통해 자신의 뇌 회로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연결을 추가해서 그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즉,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자기 스스로가 재설계할 능력이 있습니다.

picture by HANNAH OH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아이 앞에서 일부러 슬쩍 우는 척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멀쩡히 잘 놀다가도 어김없이 입을 실룩거리며 엄마를 따라서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가끔 장난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혹시 옆사람이 하품을 했는데 갑자기 같이 하품을 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또, 누군가가 레몬처럼 신맛이 나는 과일 먹는 것을 단지 보기만 했는데도 입 속에 침이 고이는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1996년 이탈리아의 학자 리촐라티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땅콩을 집어먹는 실험을 했습니다. 원숭이가 보는 앞에서 땅콩을 먹을 때,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원숭이의 뇌에서도 원숭이 자신이 땅콩을 집어먹을 때와 똑같은 반응이 일어난다는 결과를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뇌에서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입 세포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다른 사람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대입하고 함께 공유하는 것입니다. 또한 상대의 감정도 나에게 공감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뇌의 감정이입 세포인 ‘거울 뉴런(거울 신경세포)’ 때문입니다.

전혀 나와 상관없는 타인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이입하는데 하물며 자녀와 부모 사이는 그 정도가 얼마나 깊을까요? 우리 아이들이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 그리고 친구들과의 관계는 또 어떨까요? 우리 아이들이 바라보고 있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그들에게 이입되고 있을까요?

글 앞머리에서 언급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기들도 선악을 구별할 수 있다는 실험에 참여한 대상자들이 불과 생후 6개월에서 1년밖에 되지 않은 아기들이라는 것을 집중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린 아기 때부터 선악을 구별할 수 있으니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보여 주느냐, 들려주느냐, 경험하도록 하느냐’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어떤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지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건강한 뇌를 만드는 일을 도와야 할 것입니다. 건강한 뇌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체적인 영양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보고 듣고 경험하고 마음에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에 대한 환경적이고 교육적인 면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 두 영역에 대해 다음에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영양소의 측면입니다. 뇌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단백질 공급이 필수적이며, 에너지원인 탄수화물과 영양가 있는 좋은 지방 섭취도 필요합니다. 비타민도 필요하고 철분과 아미노산도 필요하며 기타 다양한 영양소들이 필요하니 음식을 골고루 잘 섭취하면 뇌가 활성화 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를 망치는 음식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트랜스 지방은 뇌 기능을 감소시키고, 심장 질환, 당뇨병 및 뇌졸중과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당분도 과다하게 섭취하면 좋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알코올은 뇌에 치명적입니다. 단 한 방울의 알코올 성분도 우리의 뇌세포를 파괴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뇌의 앞부분에 위치한 전두엽을 파괴하는데 전두엽이 하는 역할은 집중력, 기억, 추론, 추상적 사고 및 문제 해결력, 계획 및 의사 결정과 관련된 기능, 사회성 및 감정 등을 관장합니다.

다음으로, 환경적이고 교육적인 측면입니다. 뇌는 자신이 자주 학습하는 것을 더 잘 기억하고 그것에 강하게 반응합니다. 그들의 눈에 보여지는 우리의 모습들, 그들의 귀에 들려지는 우리의 언어들, 그들의 마음에 채워지는 우리의 삶과 신앙의 태도들이 과연 우리 아이들의 삶에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심리학에서는 아이와 부모의 애착 관계가 잘 형성이 될수록 종교 생활에 있어서도 절대자와의 관계가 잘 형성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녀들 앞에서 보여주는 삶의 방식이나 태도 그리고 자녀를 양육하는 모든 과정이 결국 자녀들의 신앙생활과도 직결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녀들 앞에서 부모로서, 주님의 자녀로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인간으로서 창조의 섭리에 맞게 잘 살아야 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창조하셨던 본래의 귀한 모습으로 세상 앞에서 그리고 우리의 자녀들 앞에서 예수님 닮아가는 삶을 실천하며 거룩하게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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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경
연세대교육대학원 석사. 홍익대대학원 교육학 박사 수료. 창천감리교회 장로.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 이사로 활동하며 술, 담배, 마약 중독문제와 태아알코올증후군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영혼육이 건강한 미래세대 세워 가기위해 부모와 자녀 교육에 관해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