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해도 너무 하십니다”

“올해도 나보고 또 광야를 가라구요?
지금까지 계속 광야를 쉬지 않고 걸어왔는데
올해도 또 가란 말씀이신가요?
해도해도 너무 하십니다.
정말 우리 아부지 맞긴 맞으신가요?”

정초 댓바람부터 아주 김이 팍! 새는,
그것도 한 달이나 두 달이나 산 다음이면
그나마 좀 이해가 가든지,
그나마 좀 생각을 깊이 하든지 할 텐데

2023년 새해를 맞은 지 삼일하고 사흘째를 맞는
새벽녘에 못 볼 것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대망의 2023 새해를 맞아
올해는 작년보다 좀 낫겠지,
올해는 작년보다 좀 살 만하겠지,
올해는 작년보다 좀 견딜 만하겠지……

작년에 이어
“너는 물 댄 동산 같겠고
물이 끊어지지 아니하는 샘 같을 것이라”
말씀까지 새해에 주신 마당에

푸른 초장은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푸른 풀 한 포기는 그래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해 사흘째 되는 동틀 무렵에
아주 겸손하게 두 손을 모으고 하나님 앞에
앉았습니다.

제가 앉아 구하는 것이 명색이 목회자로서
황금 두꺼비를 구하겠습니까?
금 송아지를 구하겠습니까?

올 한 해를 하나님 손에 맡기며
어떠한 상황 가운데서도
잘 견디고 잘 버티고 잘 이기고
믿음으로 승리하게 해주십사 간절히 구하는데

눈앞에 훤히 펼쳐지는 것은 다름 아닌
푸른 풀 한 포기 없는 메마른 광야였습니다.
그것도 작은 광야가 아니라
펼쳐진 널~따란 광야요……

순간!
나도 모르게 “어휴~~!” 소리가
기도 소리보다 더 크게 흘러나왔습니다.

“하나님! 올해도 이 광야를 가라는 말씀이신가요?
해도해도 너무 하십니다.
지금까지 광야를 허덕이며 꺼이꺼이 왔는데
올해도 이 광야를 걸어가라고 보여주시는 겁니까, 시방?”

갑자기 짜증이 확! 올라오면서
열심을 다해 하던 기도를 그냥 멈춰버렸습니다.
괜히 잘 견디고 잘 버티고 잘 이기도록 기도했다 싶습니다.

“아~ 몰라몰라몰라요. 더 이상은 못해요……
잡아 잡수든지 삶아 잡수든지 알아서 하셔요.”

벌러덩 그 자리에 그냥 누워 버렸습니다.

“사람을 부려 잡수시려면 에지간히 하셔야지,
맨날 광야 아니면 사막이라니……
내가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죽어라 견디고 참고 버티고 오늘까지 왔으면
긍휼히 좀 여겨주시던가,
아님, 하늘 문을 좀 열어 주시던가, 참내!”

아침에 남편에게 툭 말을 던집니다.
“올해도 광야를 갈 거라고 갈 길을 밝히 보여주시네요!”

묵묵히 듣고 있던 남편의 한마디!
“올해도 고생 꽤나 하게 생겼군!”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마주 보며 박장대소를 합니다.
그러면서 하늘 위로가 마음속으로 훅! 들어왔습니다.

“그래, 맞아!
광야는 하나님을 만나는 곳!
광야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질리도록 먹이시고,
반석에서 생수를 내 마시게 하시고,
구름 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하시고,
대적들과 싸워 이기게 하신
하나님의 역사와 기적이 있는 곳!
그래, 까짓 거! 광야를 또 걸으라 하시면 또 걷지 뭐!”

하나님 보여주신 광야를 걷기 위해
신발 끈을 더욱더 단단히 묶었습니다.
그리고 허리띠를 더욱 졸라맸습니다.

이제 난 걷기만 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다 알아서 하실 테니까요……

광야를 오래 걷다 보니 배짱(?)만 늘어서
이제 두려울 게 없습니다.
광야에 길을, 사막에 샘물을, 홍해에도 바닷길을 내시는
하나님이 내 아버지이시니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올 한 해도 은혜와 배짱으로 광야를 또 걸어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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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