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학교 이야기

<사진>이정혁 설교노트

2022년 한 해 동안 기독교 교육에 관한 글들을 주저리주저리 써내려 갔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과 느끼고 깨달았던 것들을 중심으로 매 회를 보내왔다. 이제 이 글을 마무리 하면서 다시 나와 우리 가정을 돌아본다.

6대 독자 가정으로 뿌리 깊게 우상 숭배하던 가정을 목회자 가정으로 변모하는 은혜를 베푸신 하나님, 이렇게 뉴질랜드에 사역지를 허락하셔서 담임 목회를 하게 하신 하나님. 생각하면 넘치는 은혜를 벌써 받았다. 그러나 항상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종종 목회자들끼리 하는 말로 “목회자의 자녀들은 모 아니면 도가 됩니다” 윷놀이로 비유하며 목회자의 자녀들은 커서 신앙적으로 본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전혀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말에 필자라고 예외가 아닐 수 있는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우리 아이들이 엉뚱한 짓을 할 수 있다.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으니 ‘모’는커녕 ‘도’도 아니고 ‘빽도’가 될 수도 있다. 하나님의 은혜가 없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우리 가정은 몸부림을 친다.

신명기 6장 6-7절을 보면 “오늘 너에게 명하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라”고 부모에게 명하셨다. 그리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라”고 하셨다. 다시 말하면 “부지런히” 가르치지 않고 “그냥” 가르쳤다가는 신앙 전수가 안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길을 갈 때든지, 앉았을 때든지, 누워있을 때든지, 그냥 기회가 닿는 대로 가르치고 말씀을 강론하라고 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서 가르치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 가정도 이 부분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무조건 성경 5장을 읽어야 한다. 한국에서 홈스쿨하면서 시작했으니 7-8년 정도 이어지고 있다. 당시 학교를 가지 않으니 아이들 입장에서 성경을 읽을 시간이 없다거나 부담이 된다거나 할 수 있는 핑계거리가 없었다. 줄기차게 읽었다. 뜻도 모르고 읽었다. 이제 6-7독 정도를 했다.

얼마 전에 계시록이 끝났다고 했고 모세 오경을 열심히 읽고 있다. 처음에는 잘 읽었는지 확인도 해 보고 싶었으나 실제 삶에서는 바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는 못한다. 그럴지라도 매일 매일 성경 읽기는 계속 시킨다. 큰 아이가 Y11이고 내년에 Y12가 된다. 한국 나이로 고2가 된다. 그런데도 일어나면 항상 성경 읽고 큐티 한다.

왜 아이들이 군말 없이 성경 읽고 큐티 하는 아이가 되었을까? 조기 교육 덕분이다. 판단하고 생각하기 전부터 행했으니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안 하면 이상하게 된 것이다.

목회자인 나는 노력해야 된다. 늘 주어진 설교 숙제(?)가 있으니 항상 말씀이 머리속에 있어야 하고 묵상하고 연구하고 설교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조기교육이 되어 있으니 이제는 자연스럽다. 말씀 읽기와 큐티는 아이들이 일어나자마자 해야 하는 필수 코스이다. 이 부분이 아이들에게 습관으로 자리 잡아서 너무나 감사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몸부림은 주일 설교 요약이다. 주일에 부서에서 목회자를 통해 들었던 말씀을 집에 와서 당일 주일에 내용을 요약하고 느낀 점, 깨달은 점, 새롭게 알게 된 점을 적는다. 그리고 적용하고 결단하도록 한다. 가정 안에서, 교회와 학교, 친구들 관계 속에서 오늘 들은 말씀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매주 설교 요약에 적어 내도록 한다.

주일 사역을 마치고 내 자리에 돌아오면 책상에 늘 세 장의 설교 요약문이 올라와 있다. 아이들이 모두 청소년 부서이다 보니 한 목회자의 설교를 아이들 세 명의 관점으로 적혀 있다. 마태, 마가, 누가가 한 분 예수님의 사역을 같은 관점으로 기록한 것이 공관복음(Synoptic Gospel)인 것처럼, 아이들 세 명의 관점으로 한 설교를 요약했으니 공관 설교문이 매주 올라오는 것이다.

이정찬 설교노트

얼마 전에 우리 교회가 설립 22주년을 맞이했다. 그래서 전임 목사님을 호주에서 모셔서 집회를 했다. 한 주간 특별 저녁 집회를 하였고 주일 2부 예배에는 청소년들과 청년들도 모여서 연합 예배로 드렸다. 마치고는 교회 생일 축하와 단체 사진 촬영도 했다. 그 날에도 아이들은 설교를 요약해서 내 자리에 올려놓았다. 막내 아이가 기록한 내용을 나누려 한다.

본문은 에베소서 6:10-20, 일시는 11월 5일, 제목은 승리를 위해 부름 받은 교회, 설교자는 송선강 목사. 늘 이 부분에서 아빠의 지적이 들어간다. 조이야, “님”자를 붙여야 한단다. 너는 어른 공경하는 마음이 필요하단다. 한글이 익숙하지 않고 어색한 아이이기에 그럴 수 있지만 알려는 준다.

이조이 설교노트

그런 다음에 설교 요약이 들어간다. “교회는 사람이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세우십니다. 아무리 머리가 크고, 똑똑하다고 해도, 몸이 없으면 쓸모 없음. 교회는 처음부터 승리하는 것을 작정한 위대한 공동체입니다. 하나님의 교회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그 날 세 가지로 승리를 위해 부름 받은 교회를 말씀하셨다. “①우리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강건해야 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 포인트를 보면 물음표(?)만 있다. 아마 생각을 해봐도 생각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겠는가? 세 번째는 기억했다. “③영적 싸움에 능한 자가 되라!” 나름 느낌표(!)도 사용했다. 그런데 그 다음 부분에서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송선강 목사님이 집회 시 강조한 내용으로서 개그 문구가 있었다.

그것은 “국물도 없다. 노 숩”이었다. “기도하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 노 숩” 설교 때 다시 이런 이야기가 나오자 아이는 영어와 이모티콘과 그림으로 그려 넣었다. “영적 싸움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No Soup 🙁 따뜻한 국그릇에 금지 표시”

설교 내용이 끝나면 지적, 감정적 내용들을 적게 한다. “말씀을 들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 마음에 들었던 생각”

막내는 세 가지 포인트를 적었는데 두 번째 포인트는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생각해도 모르겠다는 의미로 물음표 세 개(???)를 적었다. 위의 내용 요약에서는 물음표가 한 개였는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결단과 적용 부분이다. “이번 주에 내가 순종해 보고 싶은 것”

잘 보면 “기도 더 하기?” 물음표로 표시되어 있다. 이것은 아빠의 경험으로 아직 자신이 확실히는 결단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 진짜 자기 결단과 느낌은 느낌표(!)로 표시하는 것으로 볼 때, “기도를 더 해야 하나?” 이런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은 적어도 뉴질랜드에 와서 이렇게 설교 요약을 매주 해 왔다. 만 4년이 지났으니 아이들 당 200편 이상의 설교 요약이 있다. 세 명의 아이들 것으로는 600개 이상의 설교 요약이 있다. 필자는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자신들이 어린 시절에 들었고 느꼈고 결단했던 이 설교 요약을 선물로 주려고 한다. 부모가 남겨 줄 수 있는 유산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 신앙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필자가 이것을 나누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뉴질랜드의 다음 세대에 미래가 있기 위해서는 믿는 가정마다 이 같은 ‘몸부림’이 필요하다. 가정마다 상황이 다를 것이다. 괜찮다. 이런 몸부림을 위해서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실 것이다. 어느 것이든 붙잡고 꾸준히 해 나가면 될 것이다. 우리 자녀는 오늘이 가장 어린 시절이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바로 오늘부터 신앙 교육, 신앙 전수를 해 나가도록 해 보자. 동역자된 마음으로 늘 응원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