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졸 민폐 두부

“어휴, 얘 두부 때문에 귀찮아 못 살겠다.
도대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있나,
시끄럽게 굴지를 않나?
나갔다 들어 오기만 하면 왜 이렇게
쫓아 다니면서 빽빽거린다니~?”

4개월 된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해서
‘두부’라 이름 짓고 키운 지 근 4년이 지나가는 데
이노무 고양이 녀석이 시도 때도 없이
얼마나 귀찮게 쫓아다니고
보기만 하면 빽빽거리고 우는지
여간 성가신 게 아닙니다.

그럴 때마다 ‘옜다, 먹어라 이눔아’
듬뿍 밥을 주곤 하다 보니
나갔다 들어오거나 눈만 마주쳐도
목놓아 빽빽거리니
눈을 안 맞추려 일부러 못 본 척하기도 합니다.

유독 밥 주는 나만 졸졸 쫓아 다니니
귀찮기도 하지만 이쁘기도 합니다.

어릴 적부터 집안에서 키워 온 고양이인지라
꼭 집안에서 자야 하고
그것도 안방 침대 내 옆에서 자는 걸 제일 좋아합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밤이 되면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조용히 편하게 잠을 좀 자려구요.

그런데 혹 떼다가 혹 붙인다고……

새벽이 되면 안방 창밖에서 울어댑니다.
나 좀 들여보내 달라고……

일어나기도 귀찮고 잠 깨기도 싫어서 못 들은 척하면
딸아이 창문 앞에서 울기 시작합니다.
딸아이도 못 들은 척 잠을 자노라면
이제는 아들 창문 밖에서 웁니다.
열어 줄 때까지 웁니다.

새벽 네다섯 시에 곤히 자는 사람들 깨워 놓는
얄미운 두부에게 붙여준 별명은
졸졸 민폐 두부!!

이 졸졸 민폐 두부가 내가 나갔다만 오면
더 큰 소리로 울며 졸졸 쫓아 다니는 이유를
아들 말을 듣고서 이해는 하려고 합니다만……
동의할 순 없지만 그럴 순 있겠다 생각되긴 하지요.

아들의 말에 의하면 이렇습니다.

“엄마! 엄마가 나갔다 들어오면 두부가 더 우는 건
고양이들은 주인이 나가면
사냥을 하러 간 줄 안데요.
그런데 사냥 갔다 온 주인이 자기에게
아무것도 안 주니까 우는 거라는 거죠.
사냥감 내놓으라고……
그렇게 울어도 안 주면 빈손으로 돌아온
주인이 불쌍해서 자기가 대신 나가
주인 먹으라고 쥐를 사냥해 오거나 새를 잡아 와서
문 앞에 놓는다네요.
배고플 텐데 이거 드시라고.”

“아니, 주인님이 고마워서 쥐를 잡아 오는 게 아니라
사냥 못한 주인님이 불쌍해서 쥐를 사냥해 온다고?
나 먹으라고?”

웃기지도 않는 얘기지만
고양이들은 사냥도 못 하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생각한다는군요.

지금까지 먹여주고 재워주고 이뻐해 줬는데
사냥 못한 내가 얼마나 한심하고 불쌍해 보였을까요?
코딱지만 한 고양이 눈에 곰만 한 내가……

아이고, 나의 주인 되신 나의 하나님!
저는 안 그럴게요.

제가 하나님 앞에 늘 빽빽거리긴 하지만
사냥감 못 잡으셨다고
주인님을 불쌍히 여기진 않습니다.

사냥감 손에 쥐고 안 주셔서 가끔 열(?)받긴 해도
어찌 제가 사냥감 내놓으시라 빽빽거리겠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설마 제가 사냥감 잡으러 이리저리
헤매길 바라시는 건 아니시죠?

얄밉긴 해도 저는 민폐 두부에게
비스킷 밥도 주고 고기밥도 주고
간식도 잘 준답니다.

하나님께서도 늘 빽빽거리는 절
민폐로 여기지 마시고
이것도 주시고 저것도 주시고
이것저것 좀 툭툭 던져 주시면 어떠시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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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