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향기가 무르익어 가는 10월의 어느 멋진 토요일 저녁, 삶과 찬양으로 “예수는 그리스도시요 하나님의 아들, 구세주”임을 시인하며 고백하기를 원하는 잌투스 남성중창단이 타카푸나에 위치한 세인트조오지교회에서 ‘선한 능력으로’라는 주제로 정기연주회를 무대에 올렸다.
수많은 무대 경험을 갖춘 찬양팀이라는 자부심을 나름 과시해왔지만, 이번 연주회를 준비하는 9명의 단원에게서는 유독 더 많이 긴장하며 결기를 다지는 모습들을 엿볼 수 있었다. 무려 5년 만에 갖는 정기연주회이기 때문이었다. 연주회 직전에 팬데믹으로 인한 록다운으로 행사가 취소되고 모임의 인원 제한이 계속되며 또 여러 차례 일정이 연기되다 보니 4년씩이나 연주회가 미뤄진 것이다.
찬양으로 위로하며 하나님 증거 해
1997년 찬양을 통한 선교와 봉사의 소명을 가진 한인 남성 기독인들에 의해 창단된 잌투스 남성중창단은 지난 25년 동안 기도로 준비하며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찬양으로 주님을 높이며 받은 사랑과 은혜를 나누었다. 교회의 예배와 각종 행사뿐 아니라 여러 교도소와 양로원 등을 방문하여 찬양으로 위로하며 하나님을 증거하는 사역을 계속해왔다.
잌투스중창단은 여성 중창단인 샬롬중창단과 1998년부터 4차례 연합정기연주회를 하였고, 그후 16번의 잌투스 정기연주회를 열어 잌투스를 사랑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찬양의 축제를 가져왔었다. 그러나 느닷없이 닥쳐온 미증유의 사태를 겪으며 사람들의 만남이 제한되고 많은 안타까움 속에 찬양이 중단되었던 터라 이번 연주회는 쌓여왔던 찬양에 대한 갈망과 더불어 공교히 준비하고픈 의욕이 더 큰 부담으로 단원 모두에게 다가왔다.
앵콜곡을 포함, 17곡을 가사뿐 아니라 음정, 박자 그리고 나아가 악상까지 완벽히 외워서 소화해내야 하는 일은 참으로 지난한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과 서로를 향한 격려 가운데 수많은 연습과 암기의 과정도 은혜와 감사의 시간으로 삼을 수 있었다.
‘선한 능력으로’ 주제곡 연주
2-3일 계속된 꽃을 시샘하던 한파가 누그러져 푸근한 기운이 대지를 감싸던 10월 8일 오후 7시, 좋은 일기를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하며 ‘영광의 새노래’라는 힘찬 찬양으로 무대를 열었다. 긴 시간 동안 고대하며 준비한 이번 연주회의 주제곡은 단원 모두의 뜻을 모아 ‘선한 능력으로(Von guten mächten)’라는 곡으로 정했다.
히틀러 암살 기도 혐의로 체포되어 독일 패망 한달전 교수형으로 하나님 품에 안긴 독일의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의 글에 지그프리드 피츠라는 분이 곡을 붙인 노래이다. 혹자는 “생명과 심판은 하나님께 속한 것인데 크리스천이 살인을 도모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하지만, 그분이 남긴 말씀은 지금도 우리 가슴에 진한 울림으로 남아 있다.
“나는 미친 운전사가 난폭한 운전으로 여러 사람을 죽게 하고 다치게 할 때, 가만히 보고 있다가 죽은 사람을 장례하고 다친 사람을 치료하며 사상자의 가족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미친 운전사를 운전석에서 끌어내리려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는 말씀이다.
본회퍼 목사는 히틀러가 자살하기 3주 전 39세로 이 땅에서의 짧은 삶을 마쳤는데, 그의 인생 마지막 새해인 1945년 신년 메시지로 약혼녀 마리아에게 보낸 편지글이 바로 연주회의 주제곡인 ‘선한 능력으로’라는 곡의 노랫말이 되었다.
“그 선한 힘이 우리를 감싸시니 믿음으로 일어날 일 기대하네” 죽음 앞에서도 주님 주시는 평강을 누리며 믿음으로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했던 본회퍼 목사의 고백이 어려운 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삶의 신앙고백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담아 마음으로 불러낸 찬양이었다.
3사람의 전문 음악인이 출연해 멋진 무대 선사
잌투스 정기연주회에서는 초청 연주자로 여러 장르의 음악인들을 초대하여 함께 무대를 꾸민다. 단원들이 숨도 고르고 무대복을 갈아입는 막간의 시간이 필요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다양하고 멋진 음악들로 더 풍성한 연주회를 만들어 관객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 연주회에는 피아니스트 오태현, 소프라노 김은주, 바이올리니스트 이기혜 등 3사람의 전문 음악인이 출연하여 관객들에게 멋진 무대를 선사했다.
작년 정기연주회를 10일 남겨두고 록다운이 되는 바람에 연주회를 연기해야만 했었는데, 그 당시 바이올린으로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칼리지 학생이었던 오태현 군은 어느새 피아노로 전공을 바꾸어 오클랜드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는 어엿한 새내기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기립 박수 보내준 관객…찬양 받으신 하나님께 감사를
라단조의 주제와 17개의 변주로 구성된 멘델스존의 엄격변주곡(Variations sérieuses. op.54)을 때로 잔잔하게 때로는 휘몰아치는 격정의 음률로 연주하여 청중들을 큰 감동으로 이끌었으며, 한국에서부터 중견 성악가로 오페라와 음악회에 출연하며 활동하였고 이곳 뉴질랜드에서도 홀리보이스 단원으로, 무지개 시니어 합창단 지휘자로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많은 봉사를 하는 소프라노 김은주 님이 무대를 꾸며 주었다.
연륜이 돋보인 이 무대에서는 한국 가곡인 김효근 곡 ‘가을의 노래’와 노용진 작곡 ‘시편 23편’을 들려주었는데, 마치 아름다운 정경을 그림으로 보여주듯 풍부한 감성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마지막 게스트 연주는 바이올리니스트 이기혜 님의 무대였다. 9년 전 잌투스 정기연주회에서 오빠, 친구들과 구성한 콰르텟으로 멋진 연주를 보여 주었던 그 칼리지 학생이, 대학을 마치고 국제 콩쿠르와 독주회 등 왕성한 활동을 하는 전문 음악인으로 다시 같은 무대로 돌아와 미려한 선율을 선사한 큰 기쁨의 시간이었다. 역시나 Alexander Zarzycki의 마주르카(Mazurka No.1 in G Major, op.26)를 뛰어난 테크닉으로 연주하여 가진 기량을 마음껏 뽐내었다.
남성중창단의 중후한 울림이 주는 감동
잘 훈련된 남성들이 함께 내는 소리는 참 매력이 크다. 브랜딩에 유리하게 잘 섞어낼 수 있고 강약을 두드러지게 표현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특히 땅 밑에서 끌어올려지는 듯한 웅장함과 소리의 안정감에서 우러난 중후한 울림은 다른 합창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장점으로서, 한번 빠지게 되면 헤어날 수 없는 마성을 지니고 있다.
남성 성악가들과 팝페라 가수, 뮤지컬 배우들이 팀을 이루어 경연을 벌이는 ‘팬텀싱어’라는 TV 프로그램이 공전의 히트를 이루며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이유도 이러한 남성합창 특유의 매력에 기인하는 것이리라. 잌투스중창단은 ‘주 내게 오셔서’, ‘주 이름 거룩하시다’ 와 같은 조용히 마음을 터치하는 영감 있는 찬양들과 ‘주님이 주신 땅으로’,‘이 날에 감사하세’ 등 신나고 우렁찬 찬양들, 그리고 변주된 아카펠라로 편곡된 ‘주와 같이 길 가는 것’이라는 찬송을 한 곡 한 곡 열과 성을 다해, 찬양의 제사를 드리는 기쁨과 감격으로 올려드렸다. 황소를 드림보다 찬양과 감사를 더 기뻐하시는 그분께.
관객과 함께 노래 부를 때 위로가 돼
잌투스 정기연주회에서는 한 무대를 비 찬양곡으로 구성하여 가곡, 가요, 동요 등을 부르는 전통이 있다. 이 시간에는 창조주께서 지으신 수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우리에게 허락하신 고운 감성으로 노래하여 청중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가슴에 품은 그리움, 설렘 등의 애틋한 감정을 나누어 왔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가을이 와서야’라는 한국 가곡으로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고향의 가을을 그려냈고, 동요 ‘그리운 언덕’을 관중들과 함께 부르며 어릴 적 동무들과 함께 올라 뛰놀던 고향의 언덕을 소환해내었다.
또 낭만파 음악의 대가인 슈만의 ‘이인의 척탄병’이라는 가곡에서는 전쟁에서 패하여 적들의 포로가 된 황제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자 하는 두 군인의 비장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세번째 무대의 마지막 곡은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들국화의 노래였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걱정 한두 가지쯤 마음속에 품고 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사랑하는 사람을 맥없이 떠나보내 본 적 없는 이가 또한 어디 있겠는가. 노래의 가사 한마디 한마디가 강하게 마음속에 파고들어 깊은 파장을 일으켰던 듯하다. 연주회 후 많은 분이 이 곡으로 눈물 나도록 위로받고 마음의 힐링을 경험했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참 놀랍고 감사한 일이다.
요즘에는 음악으로 심리 치료한다는데, 한 곡의 음악이 사람의 마음속에 걸어 들어가 말을 걸고 감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위대한 힘을 지녔음을 새삼 깨닫는다. 원하기는 잌투스중창단이 듣는 모든 이들에게 마음의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노래를 오랫동안 계속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앙코르와 이어지는 박수에 찬양으로 화답
어느덧 연주회는 막바지를 향하여 치닫고 있었지만 잌투스의 찬양은 점점 더 풍성한 은혜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며 피치를 올리고 있었다. “내가 그의 옷에만 손을 대어도 구원을 받으리라”고 믿었던 12년 혈루증 앓아온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옷자락에서 전해지는 사랑’이라는 찬양을 잔잔하면서도 단원 각자가 간증하는 마음으로 들려주었고, ‘오 새노래로 주 찬양’으로 놀라운 일을 행하시는 주님을 높였다.
순서의 마지막 곡인 ‘구세주 예수’는 우리 믿음과 찬양의 이유를 집약해 놓은 찬양이었다. 피 흘려 우리를 구원하시고 자녀 삼아 주신 어린양 구세주 예수를 소리 높여 찬양하며 힘찬 ‘아멘’으로 잌투스 연주회의 모든 순서를 마쳤다.
끝날 것 같지 않는 박수와 쏟아지는 ‘앙코르’. 커튼콜의 시간이었다. 5년의 긴 세월 동안 잌투스를 잊지 않고 기다려 주신 관객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시 목을 가다듬은 잌투스중창단은 이미 몇 차례 무대에 올렸었던 ‘사공의 그리움’이라는 곡을 꺼내 들었다. 홍난파의 가곡 ‘사공의 노래’와 ‘그리움’을 합하여 편곡해 놓은 곡이었다.
힘찬 노 젓기의 기합 같은 멜로디와 뱃사람의 사무치는 정회를 대비시켜 놓은 멋진 합창곡을 신나게 불러 제겼다. “어기여차 디어라-차” 하며 곡을 마친 순간 깜짝 놀랄 상황이 눈 앞에 펼쳐졌다. 한 분 두분 손뼉을 치며 일어나시더니 관객 대여섯 분이 기립박수를 보내 주고 계신 것이었다. 물론 찬양은 하나님이 받으시는 것이고 그분만이 영광을 받아야 마땅한 것이지만, 5년간 쏟은 우리의 노력에 대한 찬사라고 생각하니 감사함에 코끝이 찡해졌다.
거듭되는 앙코르에 ‘찬양하라 복되신 구세주’라는 찬양으로 화답하며 우리 향한 주의 사랑을 영원히 소리 높여 찬양하리라는 다짐을 더 했다. 아쉽지만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 잌투스가 항상 헤어질 때 부르는 ‘폐회기도’라는 곡에 감사와 사랑을 가득 담아 관객들을 축복하며 2022년 잌투스 정기연주회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예수 이름으로 모였던 곳에서 우리가 헤어질 때 함께 하시며 평안 내려주소서… 광야 같은 세상에 항상 주 의지하며 승리 얻게 하소서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더 잘 준비하여 내년에 다시 만나기 바라
우리에게 25년 만에 처음으로 기립박수를 보내주셨던 관객들처럼 찬양받으신 하나님께서도 한없이 부족하지만 우리가 드린 열심과 정성에 커다란 박수를 보내주시리라 믿는다. 잌투스 연주회를 보기 위해 로토루아에서 오셨다는 노부부, 노래가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어 눈물이 핑 돌 만큼 감동스러웠다던 권사, 오랜만에 찬양이 주는 은혜에 푹 빠져 행복하셨다던 집사를 포함하여 오셨던 모든 분께 마지막 무대에서 잌투스를 대표하여 약속드렸다.
“보내주신 뜨거운 사랑과 격려를 마음속에 잘 간직하고 또 열심히 찬양드리며 살다가 더 잘 준비하여 1년 후 여러분 앞으로 꼭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모두 주께서 주시는 평강을 누리시기를 소망한다. 그 선한 힘이 감싸시니 믿음으로 하루하루 일어날 일들을 기대하며…
김희중 장로<익투스 남성중창단 리더>
한국 외국어대학교 졸업. 1995년 뉴질랜드 이민 와서 오클랜드 주님의교회 장로. 세계한민족노래자랑 등 다수 음악회 참가했고 한양교회, 목원교회, 오클랜드 주님의교회 등 여러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로 교회 합창 지휘 경력 37년이 된다. 현재 익투스중창단 리더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