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난 네거티브!

“엄마, 저 확진됐어요!”
“엉?”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어젯밤까지 멀쩡하던 아들이
깜깜한 새벽녘에 안방 문을 두드리며
코로나에 확진되었다고 알려줍니다.

우리 집에도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우째 더디 온다 했지요.

갑자기 온 집안이 자다 말고 화들짝 놀라
다 일어나 난리가 났습니다.

“야, 너 빨리 네 방으로 들어가서 꼼짝 마!”

아들을 방으로 몰아넣고 감금(?)을 했습니다.

청년이나 청소년이 있는 웬만한 집은
벌써 한 번씩 휙! 훑고 지나갔다는데
청년들이 늘 바글거리는 우리 집은
유월절 어린 양의 피로 죽음이 넘어가듯
이렇게 저렇게 잘 넘어가고 있다고
감사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매도 빨리 맞는거이 낫다고
맞을 건 맞고
걸릴 건 걸리고
넘어갈 건 넘어가고
치를 건 치러야겠지요.

우리가 무슨 용가리 통 뼈라고
끝까지 뻐팅기고 있겠습니까?

아직도 캄캄한지라 각자 방으로 해산시키고
이른 아침이 되자 명령(?)을 내립니다

아들에겐,
“꼼짝 말고 네 방에 있어. 나올 땐 마스크 쓰고!”

딸아이에겐,
“넌 오빠방 문 열지 말고 언능 검사해 봐!”

남편에겐,
“당신도 언능 테스트해 보구요!”

나에겐,
“난 멀쩡하니까 안 해도 괜찮아!”

늘 나에겐 관대합니다.

우리 동네를 넘어 오클랜드 북쪽까지 소문난
‘왕 엄살쟁이’요 ‘개 엄살쟁이’인 내가
콧구멍을 쑤셔대며 해야 하는 저 테스트를 할거라
우리 가족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을 거예요.

기다란 면봉을 하나씩 들고 지긋이 눈을 감고
콧구멍을 쑤셔대던 가족들 검사 결과는 모두 네거티브!

그래도 하우스 컨텍트라 일주일간 가족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삼일 차와 일주일 차에 검사해 봐야 한다고 해서
삼일 차에 어쩔 수없이 먼저 해 본 선배(?)들께
자세한 설명을 듣습니다.

긴 면봉을 가지고 콧구멍 깊이 넣은 후
대여섯 번을 살살 돌리고
또 이쪽 콧구멍에도 똑같이 한 후에
액체가 들어 있는 고무 통에 면봉을 넣고
1분 동안 잘 저어 주랍니다.

그리고 임신 테스트기처럼 생긴 것에
그 면봉 헹군 물을 서너 방울 넣고 기다리면
빨간 줄이 나오는 데
빨간 두 줄이 나오면 포지티브!
한 줄이 나오면 네거티브!

설명은 누구나 잘 듣습니다.
나도 귓등으로 잘 들었습니다.
이제 천천히 시키는 대로 잘 해야 합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천천히 콧속으로 면봉을 밀어 넣습니다.
헉! 들어가자마자 콧속이 간질간질!

콧구멍이 찢어지고 뇌까지 찌른 듯한 통증!
왕개엄살 증상이 들어가자마자 나타났습니다.

겁잡을 수 없는 재채기 콧물에 난리가 났습니다.

눈물 콧물에 주접은 있는 대로 다 떨고는
고무 통 액체에 넣고 면봉을 잘 저어 부었습니다.
시키는 대로는 잘합니다.
내 맘대로여서 그렇지……
당연 네거티브죠.

엄마의 행위(?)에 기가 막힌 딸이 말합니다.
“엄마는 100번 테스트해도 네거티브일 거예요.
면봉이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제대로 검사가 되겠어요?”

말하자면, 가슴까지 차도록 물속에 들어가야 하는 데
나는 물이 발바닥에 닿자마자 후다닥 뛰쳐나온 거라는 거죠.

물론, 오늘까지 여전히 난 네거티브입니다.
내일도 모레도 네거티브일 겁니다.
하라는 대로 안 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만 하니까요.

그러면서 말합니다.
“마음은 원이로되 콧구멍이 몹시 아파요.”

주여, 늘 핑계 대며 살아가는 절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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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