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의 동쪽에 사는 ‘돼지엄마’

한강의 동남쪽으로 모래펄과 갯벌, 청숫골, 그리고 논밭의 벌판과 큰 고개가 있던 지역은 새말, 논고개, 한티였다가 개포동, 청담동, 논현동, 대치동이라는 행정 구역이 됐다. 매봉산은 돌이 많아 독골이었는데 도곡동이라 부른다.

영등포의 동쪽은 경제발전과 더불어 늘어난 인구로 주택이 부족하여 토지구획 정리사업과 함께 도시화가 진행되어 땅 투기가 상승하면서 건축 붐이 일었다. 영동으로 쏠린 개발과 투기로 인한 부촌의 상징이 됐다. 싸이 강남스타일의 인기는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켰다.

강북에 있던 오래된 일부의 학교가 이주해오면서 강남 8학군이 됐다. 이 지역은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하고 대치동에 학원가가 형성되면서 사교육으로 유명해졌다. 치열한 교육 경쟁은 공교육보다 사교육에 집중했다.

서울 안에 있는 대학에 보내려고 전국에서 강남 8학군으로 유학을 오면서 더 나은 성적을 얻으려는 방법으로 학원의 선행학습을 선호했다. 학교는 한정적이지만 학원은 유명 강사가 있는 곳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의 유명 대학의 인기 학과는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해외 유명 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의 교육열만 가지고는 대학 합격이 안되는 것을 알게 됐다. 남보다 내 자녀를 유명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입시 제도와 학원에서 가진 정보 그리고 족집게 강사를 묶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학원의 정보와 유명 강사의 명단을 꿰고 내 자녀 및 비슷한 환경을 가진 학부모와 연계하는‘돼지엄마’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돼지엄마는 입시제도와 정보, 그리고 강사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영향력을 발휘했다.

돼지엄마는 개보다 후각이 나은 돼지로 지금은 정보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는 해석과 더불어 새끼돼지를 돌보는 어미돼지와 같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더 나아가 유명 대학 입학이 절실한 엄마들을 가려 모아 이끌어 간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유명 대학의 인기 학과에 지원하려는 과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수단이 은밀하게 거래됐다. 미국 아이비리그로 자녀를 유학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대리 논문과 각종 대회에서의 상을 받을 수 있는 스펙을 만들어 주고 부족한 부분은 족집게 강사가 대리로 시험을 치러 주는 유착 관계가 형성됐다.

영등포의 동쪽에 사는 돼지엄마의 정보와 돈으로 산 스펙을 얻은 자녀는 누구인가. 돼지엄마가 자녀의 성공을 위해 법을 이용하고 스펙을 허위로 기재하고 만들어도 성공하면 포장되는 시대이다.

투표를 통해 정당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불공정과 부조리는 만연하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는 법과 교육 그리고 종교의 건강 상태에 달려있다. 지금은‘스펙’보다‘리스펙’이 먼저 요구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