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메인 발성연습법

“지금도 울고 있어요?
지금 몇 시간째 울고 있는 거야~?”

우리 집 바로 옆 교회 유치원은 아침이 되면
유치원 꼬맹이들의 재잘재잘! 꼬물꼬물!
웃음소리와 우는소리,
시끌시끌한 소리와 아이들을 부르는 선생님의 소리가
적당히 잘 어우러져 사람 사는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 소리들 가운데
유독 목청 높여 우는 여자아이의 울음소리가
창문 너머로 생생하게 우리 안에 들려왔습니다.

얼마나 우렁차고 힘차게 울어대는지
재잘거리던 소리도
시끌시끌한 소리도
그 울음소리에 잠잠해집니다.

울어대는 그 아이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이제는 다 자라 시집갈 나이가 된
우리 딸아이가 생각납니다.
이 유치원을 다녔거든요.

우리 딸아이가 한 살 위 오빠 손을 잡고
유치원을 함께 다니다가
그 의지했던 오빠가 학교를 가게 되자
갑자기 홀로서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유치원에 혼자 내려놓고
쌩! 하고 가버리는 엄마 뒤에서
목놓아 엄마를 부르며 대성통곡을 합니다.

오빠도 없어,
엄마도 없어,
무슨 말인지도 못 알아 들어,
걸리버 같은 거인 선생님 품에 안겨
바둥바둥! 통곡하며 울다 결국,

목이 쉬어 울음을 포기하고,
울 힘이 없어 울음을 포기하고,
대성통곡하여도 오지 않는 엄마를 포기합니다.

유치원 밖에서 아이의 우는소리를
이 엄마는 잔인하게 다 듣고 있었죠.

“인생은 다 그런 거야. 때가 되면 엄마가 데리러 갈 거야!”

딸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하고 얼마 뒤,
더 질기고 강한 강자가 나타났으니
이름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어 심히 아쉽지만
바로, 우리 교회 집사님 딸이었습니다.

엄마가 유치원에 들여보내고 나면
엄마가 안 보일 때까지 빠이빠이!
손을 훠~이! 훠~이 저어가며
방긋방긋 웃으며 인사를 합니다.

그러다가 엄마가 갑자기 안 보이면
놀이터를 둘러친 철조망(?)을 붙잡고
대성통곡! 지축이 흔들려라 울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정말 그렇게 쌩! 하고 갈 줄 몰랐거든요.

얼마나 그 울음소리가 우렁차고 힘찬지
나이는 세 살인데
소리는 삼십 대 아줌마입니다.

붙잡은 철조망은 절대 놓지 않습니다.
걸리버 선생님이 덤벼도 절대 안 놓습니다.

울다 지쳐 힘이 바닥을 치면
철조망을 붙잡고 잠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토닥토닥!!!
“인생이 다 그렇지 뭐. 이러면서 내 시절이 지나가는 거지!”

그때 얼마나 발성연습이 잘되었던지 그 아이가 자라
지금은 찬양팀 싱어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그제도 어제도 목놓아 온종일 울어대던 그 아이!
울더라도 오늘 또 왔습니다.
울더라도 내일도 모레도 또 오겠지요.

“인생은 다 이런 가봐. 이러면서 세월이 가겠지?!”

맞습니다.
인생 별거 있나요?
이러면서 내 시절이 가고 이러면서 세월이 가는 거죠.

그런데, ‘다 이러면서 내 시절이 가고’
‘다 이러면서 내 세월을 보내기’엔
너무 짧은 인생 아닐런지요?

하루를 살아도 한순간을 살아도,
한 번을 불러도 단 한 번을 불러도
주님을 사랑하며 찬양하기에도 부족한 세월!

저 어린아이들처럼 온 맘과 온 힘과 온 정성을 다하여
목청껏 울부짖으며 목메어 엄마를 찾듯
언제 그렇게 하나님을 목메어 찾아보았는지…

오늘은 목청껏 하나님을 향한 목메인 발성연습(?)을
맘껏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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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