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이 덤빌 수 있는 내 나이!

“언니, 어디 가우? 웬 꽃단장?”
“어머, 얘 좀 봐라! 슈퍼에 가자며?”

“아니, 길 건너 슈퍼에 가는 데
무슨 꽃단장을 하고 그러우, 참내!”

몇 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여
언니네 집에 잠시 머물고 있을 때였습니다.

갈 때마다 달라지고 발전하는 고국인지라
가보고 싶은 곳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은 내 나라입니다.

지하도 건너 대형 백화점 지하에 있는 마트에
오랜만에 구경 삼아 가보고 싶어
함께 가보자고 말했다가 숨 넘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슬슬 일어나더니
화장도 하고
머리 손질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왼종일 꾸무적거리며 나서질 않습니다.

“언니, 명동 가자는 게 아니라 길 건너 슈퍼에 가자구.
그리꾸물대시다 오늘 중에 다녀 오겠수?”

“야, 잔소리 말고 너나 옷 갈아 입으라우!”
“아니, 이 옷이 어때서?”

언니 집 현관에 들어설 때부터 알아봤습니다.
오랜만에 온 막내가 반가워
정신없이 인사를 하더니 첫 마디가
“너는 어떻게 그렇게 하고 왔니~~?”

“왜에? 하루 종일 뱅기타고 오는데
그럼 드레스 입고 올 줄 알았수?”

‘어떻게 그런 옷을 입고 왔느니,
신발은 그게 또 뭐니,
무슨 머리가 그러냐’라는 둥
내 모습이 영~ 추리해 보였나 봅니다

뱅기 타고 내릴 때 이따만 선글라스에
명품 휘감고 내리던 시절은 이미 옛날이야기인데…

하기사 시시때때로 변하는 한국 유행에
반세기에도 변할까 말까 하는 뉴질랜드 촌놈(?)의
모양새를 어찌 비교할 수 있으리오…

그런데 백화점에 가보고서야 언니가 그렇게 나온
이유가 있었네요.

저녁 찬거리 사러 나온 아낙네도 할머니도,
아저씨도 아줌마도,
모두가 패션쇼에 나가도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이는
차림새들입니다.

추리하게 나가면 거들떠도 안 본다는 언니의 말이
왠지 서글퍼집니다.

무언가의 틀에 맞춰 살아가는 듯한 일률적인 모습들!
시장바구니 들고서도 고급 레스토랑에 가는 듯한
개성 없는 멋진 옷차림!

그 사람이 그 사람 같고, 그 얼굴이 그 얼굴 같고,
저 사람도 이 가방, 이 사람도 이 가방,
에브리바디 요 가방!

아이고, 헷갈려라!!!

좀 불편하면 어때? 이쁘면 되지!
좀 힘들면 어때? 멋지면 되지!
좀 귀찮으면 어때? 폼 나면 되지!

폼생폼사!
‘폼을 위해 살고 폼을 위해 죽는다!”

뭐, 나도 한때는 그렇게 살아야 잘 사는 줄 알고
열심히 폼생폼사 살았었지만…

그런데 지금은
아니요, ‘주살주죽’이지요

‘주를 위해 살고 주를 위해 죽자!’
이것이야말로 진짜 폼 나는 인생 아니겠습니까?

70 넘은 언니의 잔소리가
들어가도 들리고 나가도 들리고
에브리웨어 들립니다.

“넌 네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하고 다니니?”

“왜에? 내 나이가 어때서?
주살주죽! 덤비기에 딱! 좋은 나이!
겁 없이 덤빌 수 있는 내 나이가 좋기만 하구만!”

겁나는 것 없는 폼나는 내 나이!
겁 없이 덤빌 수 있는 내 나이,

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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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