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이 모자라 윗부분은 플라스틱 슬레이트로 대충대충 마무리한 화장실.
문도 제대로 닫히지 않아 볼일을 볼 때는 안에서 문고리 끈을 잡고 있어야 했고
여름철이면 지독한 냄새에 코를 쥐고,
겨울철에는 숭숭 뚫린 벽이며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매서운 찬바람에 엉덩이가 얼어붙을 것 같았습니다.
더구나 집과 떨어진 마당 한구석에 있어 어린 형제들은 밤에 혼자 가기를 무척 무서워했습니다.
그래서 어린 형제들은 돌아가며 두 명이 함께 가서 한 명은 문 앞에서 기다려주기로 서로 약속을 했습니다.
물론 각자의 차례가 되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안 가려고 싸움이 나고 그러면 또 어머니께 야단을 맞고,
한밤중에 단체로 집 밖으로 쫓겨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런 날은 서로 네 탓 타령을 하며 아버지께서 귀가하실 때까지
문 앞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며
여름에는 모기와 겨울에는 추위와 싸워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