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연합수련회

권효진 목사<한빛교회>

매년 4월 방학 즈음이 되면 각 교회별로 수련회를 준비한다. 주로 청소년 수련회다. 이민생활 십수 년이 지나면서 확실히 알게 된 사실은 4월 방학이 청소년 수련회 하기에 가장 적기라는 것이다. 겨울은 겨울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좋은 점도 있지만 어려운 점도 많이 있기에 늘 4월이 되면 각 교회마다 청소년 수련회를 기대하며 준비한다.

올해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12월부터 함께 수련회를 하기로 했던 교회 사역자들이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우선 당장은 ‘수련회를 할 수 있을까’였다. 도대체 가라앉을 줄 모르는 코비드19 상황에서 과연 수련회를 진행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문제였고, 결론은 ‘우선 준비하자’였다.

1월이 되었고, 함께 만나서 모임을 시작했다. 플랜 A, 플랜 B… ‘이러면 어떻게 하나, 저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는 뭔가를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기에 몇 가지 변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성령님의 인도를 따라 상의하고 있을 때에 이번 수련회 가운데 진정한 연합을 꿈꾸게 하셨다.

‘연합’은 가장 교회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이다. 분명 그렇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의 마음도, 더불어 세상도 ‘연합’을 용납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진정한 연합’을 누가 감히 꿈꿀 수 있을까.


그러나 크지 않는 네 교회의 담임목사들과 사역자가 모여서 기도할 때에 이번 수련회 가운데 진정 ‘살아 계시고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모두가 경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하였다.

즐거운 게임의 시간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삶에서 경험하게 해 주세요”
1월 30일, 주일 저녁에 네 교회의 교사들과 사역자들이 ‘The ARK’에 모였다. Auckland Anniversary에 맞춰서 1박 2일로 먼저 하나 됨을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각 교회별로 주일 사역을 마치고 열심히 달려갔고, 저녁 예배와 함께 모임을 시작하였다.

수련회를 위해서, 아이들의 관심거리가 뭔 지 요즘 청소년들에게 어떤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한지, 세상을 이기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등등 많은 이야기들을 새벽이 맞도록 나누었다. 그리고 우리는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은혜를 주세요”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삶에서 경험하게 해 주세요”

다함께 통성으로 기도해

그렇다. 작은 교회들이지만 함께 모여 이 땅의 청소년들을 품고 수련회를 하는 까닭은 하나 되게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 때문이다. 하나될 때 기뻐하시는 하나님 때문이다. 또한 하나 될 때에 진정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내일의 희망, 청소년들 때문이다. 그래서 어려워도 힘들어도 또 모이는 것이다. 부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연합수련회가 이뤄지길 소망한다.

청소년들의 눈물의 기도 들으시고 그 마음을 어루만져 주셔

지난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우리는 다시 한번 해밀턴의 ‘The ARK’에 모여 ‘청소년연합수련회’를 하였다. 주제는 ‘God is Real?!’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 ‘실재’가 되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함께 하였고, 우리는 살아 계신 하나님을 함께 볼 수 있었다!

이번 청소년연합수련회는 올해로 네 번째 맞는 행사이다. 몇몇 교회들이 모여서 사랑하는 청소년을 섬기고자 시작되었고, 해가 거듭될수록 더 사모하고 기대하는 수련회가 되었다. 과연, 나만 그런가? 결코 그렇지 않다!

수련회 준비는 결코 잠잠해질 줄 모르는 코로나19 시국에 시작이 되었다. 도대체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조마조마하는 심정으로 수련회를 준비하고 있을 때마다 교회의 청소년들은 ‘목사님, 이번에 수련회 해요?’,

‘꼭 해야 해요!’를 연신 외치며 수련회를 왜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확신처럼 일깨워 주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간절함은 그저 ‘가고 싶다’에서 ‘꼭 갈 수 있도록 기도하자!’로 바뀌었다. 아이들은 서로서로 기도하였고, 또 서로에게 꼭 함께 가자고 권면하였다.

수련회 시작은 바로 이 청소년들
“하나님께서 은혜 주실 거예요”

4월 25일 월요일 아침, 부지런히 출발하여 내려갔지만 점심때가 거의 다 되어서 도착하였다. 오클랜드에서 해밀턴을 지나 캠브리지에 있는 ‘The ARK’까지는 2시간이 넘는 거리였다. 오전 11시 30분에 개회예배를 드리기로 했었기에 마음이 급하였다. 더군다나 내가 맡은 순서가 ‘개회예배 설교’였으니 마음은 더 쪼그라들었다.

속으로는 기도하며 말씀을 생각하고 있는데, 뒷자리 한 학생이 “괜찮아요! 하나님께서 잘 도착하게 하실 거예요.”라고 하였다. 그 소리가 내 귀에는 ‘하나님께서 은혜 주실 거예요!’라고 들렸다. 그렇게 정신없이 도착하여, 짐도 내리지 못한 채 예배실로 달려갔다.

우리는 개회예배 전에 아이들이 예배실에 입장할 때에 열렬히 환영을 해 준다. 정말 잘 왔다고 박수와 환호로 맞이한다. 아이들은 얼떨떨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자신이 환영받는 존재라는 사실이 기분 나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인 아이들 앞에 섰다. 정말 사슴 같은 눈으로 집중된 아이들을 보았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자리,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과 만나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자리에 우리는 모였고, 하나님의 은혜 주심을 확신했다. 반드시 하나님께서 이 청소년에게 말씀해 주실 것이다!

어느새 그들은 한 팀이 돼
첫날 오후에는 공동체 훈련을 하였다. 청소년들에게는 이런 훈련이 단순히 게임이 아니다. 이런 공동체 훈련을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의 연합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교사들이 준비한 각각의 미션 장소로 가서 그곳에서 미션을 수행하면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미션을 이루는 형식이었다. 함께 뛰어야 했고, 서로를 도와야 했다.

여러 교회 청소년이 섞인 모임 가져

하나되지 않으면 한 코스도 제대로 넘어갈 수 없었기에 아이들은 어떻게 든 자신을 내려놓고 팀을 생각해야 했다. 처음에는 ‘잘 모르는 다른 교회 아이’였지만 어느새 그들은 ‘한 수련회에 참석한 한 팀’이 되어 있었다.

둘째날에도 마찬가지였다. 오후에 아이들은 함께 팀플레이를 해야 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누가 먼저’ 혹은 ‘누가 더 잘 하나’ 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것은 얼마나 팀이 하나가 되었는가 였다. 목회자로서 또 교사로서 그 아이들을 보며 즐거운 것은 그들이 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웃는 까닭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조금씩 조금씩 하나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나 됨은 바로 예배에서 나타나
이번 주제는 ‘God is Real?!’이었다. 교회에서 들은 풍월(?)로 하나님에 대해 아는 거 같고,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으니 믿는 것 같지만 하나님을 만나고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는 걸 안다.

모두가 모여 예배 드려

목회자로서의 소망은 그들이 어린 시절에 하나님을 만나고, 경험하여서 그 삶에 하나님께서 동행하시고, 주관하시는 참 목자가 되어 주시는 것이다. 목회자들의 이 동일한 마음이 이같은 주제를 갖게 하였고, 우리는 예레미야 10:10의 말씀을 붙들고 함께 말씀을 나누었다.

네 교회의 담임목사들이 각 예배의 설교자가 되어서 같은 말씀을 묵상하며 예배를 드리게 되니 말씀에 집중력이 있었다. 아이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아이들은 예배 안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있었고, 하나님의 말씀이 귀가 아닌 마음에 들리고 있었다.

찬양팀에 인도에 맞춰서 아이들과 모든 교사들, 사역자들은 하나가 되어 함께 뛰며 소리 질렀고, 함께 손뼉를 치며 즐거워하였다. 찬양의 가사 한 절, 한 절 속에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눈물의 기도가 바닥을 적시고 있었고, 그 한나와 같은 통곡에 하나님께서는 아이들 하나, 하나를 생각해 주사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셨다.

가장 기쁜 것 중의 하나는 ‘목사님, 우리 기도 시간이 너무 금방 지나갔어요!’, ‘맞아요 너무 짧았어요!’라는 고백이었다. 더 찬양하고, 더 기도하고, 더 하나님 앞에 머물러 있으려는 아이들의 고백에 ‘God is Real!’라는 사실을 고백할 수 있었다.

끝까지 하나님은 우리 중에 계셔
이번 수련회는 정말 우여곡절 끝에 시작되었다. 수련회 중간중간에도 계속해서 아이들과 교사들의 상태를 살펴야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테스트기를 꺼내야 했다. 수련회 2박 3일은 그렇게 무사히 지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수련회 다음날부터 SNS의 대화창에 불이 나기 시작했다. 각 교회별로 여기저기서 우리 학생 누가 확진이 되었다는 소식으로 채워지기 시작하였다. 결국 모든 교회의 대부분의 참석자가 확진되는 상황까지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까, 왜 그토록 조심하였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새로운 사실을 보게 되었다. 서로 누가 확진되었다. 몇 명이 확진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는 서로 기도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고쳐 주시고 낫게 하여 주시길 기도하였고, 그 교회의 상황을 만져 주시고 위로하여 주시길 기도하고 있었고, 이 일로 인하여 이 땅에 청소년들과 그 각 가정과 교회가 위축되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었다.

상황은 확진되어 ‘자가격리’였는데, 그 심령은 ‘수련회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하나님은 끝까지 우리 중에 계셨다.

이 세상이 이제는 더 이상 연합을 허용하지 않는 듯하다. 인터넷이라고 하는 좋은 도구도 있지만 그래도 감히, 모여서 함께 뛰고, 뒹굴고, 눈물 뿌리는 은혜를 따라올 수 없는데 세상은 점점 더 힘들어져만 가고 있다.

그래서 이 땅에 이런 청소년연합수련회가 필요하다. 여러 교회가 함께 모여 하나 됨을 경험하는 이 경험이 귀하다. 적어도 난 그렇게 믿는다. 우리는 내년에도 또 기대하는 마음으로 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