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이기고 봅시다!!”

“내래, 피난 내려올 때에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지
않았갓어? 다 죽는 줄 알았다 아이간?”

명절에 온 집안 식구들이 모이거나
흩어져있던 자녀부부들이 집에 오게 되면
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이야기는
우리 아바이의 이북에서 피난 내려오던
우리 가족사 이야기입니다.

그 가운데 피난 대원(?)이었던 제일 큰언니의
살아있는 생생한 역경의 피난 스토리는
“그거이 뭐가?”가
거의 백 번은 넘어야 끝이 나곤 했습니다.

피난길에 나선 대원으로는
우리 아바이와 오마이,
큰 오빠와
언니 둘,
업고 안고 가야 하는 어린아이 둘,
이렇게 일곱 식구였답니다.

업고 안고 가야 하는 어린아이 둘을 뺀
나머지 가족들은 피난 보따리를 이고 지고
들 만큼……
일 만큼……
질 만큼……
자기 덩치보다 더 큰 짐들을 질질 끌며
가지고 갈 만큼 챙겼다지요.

슝슝! 피융 피융!!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총알과 대포를 피해
논밭 구덩이에 한나절을 숨어 있기도 하고

동굴 속에 가득 찬 피난민들 틈에
비집고 들어가 쪽잠을 자기도 하며

자유를 향한 피눈물 나는 죽음의 문턱을
수없이 넘겼다고 합네다.

미군 군함으로 피난민을 실어 나르던 때,
“이 배를 타지 못하면 이제 우린 끝장이라우.”
죽을 힘을 다해 배에 올라 자리를 잡고 보니
큰아들이 없습니다.

“한 명이라도 잃어버리면 무조건 내리라우!”
배에 오르기 전 신신당부하신 아버지의 말씀대로
잃어버린 큰아들을 찾기 위해 모두가 내려야 했습니다.

미쳐 배에 타지 못한 수많은 피난민 틈에서
겨우 큰아들을 찾아 한숨을 돌렸을 때는
큰 군함은 검은 연기를 뿜으며 아득히 멀어져갔습니다.

이제 이 대목부터는 아버지 이야기의 크라이막스!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뱅기 한 대가 쓩~ 날아오지 않캈어?
그러더니 저 멀리 가는 배에다 어드러케 폭격을 가하는지
그 큰 배가 그만 금방 가라앉지 뭐가?”

결국, 큰아들 덕분에 우리 가족이 다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로 결론을 내리십니다.

며칠 전,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의 포화 속에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병든 노모를 차마 두고 갈 수 없어
11살 아들 손 등에 전화번호 하나 적어주고
죽음의 피난길을 홀로 떠나게 해야 하는 어머니!

아이들과 함께 집을 떠나 피난길에 오른다는
아내와의 마지막 통화 후
하얀 천으로 아무렇게나 덮인 세 명의 주검 옆에
동그마니 놓여있는 눈에 익은 회색 슈트케이스에
하늘이 무너져내린 남편!

십 대의 어린 학생들이 교복 대신에 군복을,
펜 대신에 총을,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을 청춘 남녀들의 신혼지가
포탄 떨어지는 전쟁터로 대신 해야 하는 아픈 현실!

나이 들어 떨리는 손으로 화염병을 만들며
어떻게든 내 나라 내 조국은 내가 지키겠다는
노장의 결사항전의 부르짖음이
온 지구촌을 흔들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오미크론으로 벌벌 떨고 있는 이때,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전진해야 하는
어린 군인들의 눈물과 피에 젖은 무거운 군화 소리가
오늘도 지축을 흔들며 이곳까지 진동해 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와의 전쟁!!!
그중에,
가장 힘든 나와의 전쟁!!!!

기도가 정말로 필요한 때입니다!
그리고, 전쟁은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합니다!
전쟁은 여호와께 속해 있음을 믿기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