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셋째 주 찬송/3월 넷째 주 찬송

3월 셋째 주 찬송/153장 가시 면류관

한국적 음악어법(音樂語法)으로 쓴 고품 있는 찬송
“나팔 소리로 찬양하며 비파와 수금으로 찬양할지어다. 소고 치며 춤추어 찬양하며 현악과 퉁소로 찬양할지어다. 큰 소리 나는 제금으로 찬양하며 높은 소리 나는 제금으로 찬양할지어다.”(시 150;3-5)

늘 즐겨 읽는 시편의 말씀이지만 여기 등장하는 악기 이름에 대하여 문제 제기를 하는 이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예배 때 가야금과 거문고, 해금과 대금, 나팔과 장고 같은 국악기가 등장하면 아직도 심기가 불편한 교인들이 많습니다. 왜일까요?

이 찬송은 일찌기 한국음악사에 있어서 대표적 작곡가인 나운영(羅運榮, 1922-1993)장로의 찬송입니다. 그는 서울 태생으로 연세대와 목원대, 전남대 등의 교수를 역임하였고, 우리나라 음악계, 교육계, 교회음악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었습니다.

교향곡, 협주곡, 오페라, 실내악곡, 현악사중주, 가곡을 비롯하여 칸타타, 찬송가, 동요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작품을 남겼습니다. 화성학, 대위법, 합창편곡법 등 많은 저서도 남겼는데,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는 외국에서도 널리 애창되는 세계적 성가곡입니다.

그는 특히 한국음악의 토착화와 현대화를 제창하여 5음 음계에 의한 선율, 전통적 장단, 한국적인 화성에 있어 독자적 음악어법(語法)을 창안하였습니다.
그는 대학 스승으로서 나의 교회음악관을 세우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분으로, 나는 그분이 매월 개최한 800여곡의 찬송가 자작 발표에 수차례 참여하였습니다.

찬송 시를 지은 정대위(鄭大爲, 1917- )목사는 함남 원산 태생의 대표적 진보 신학자입니다. 평양 숭실학교 졸업 후 일본 동지사대학과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미국 예일대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조선신학교, 한국신학대학, 독일 함부르크대, 캐나다 오칼턴대학 교수, 건국대 총장과 한신대학교 학장을 역임했고, 초동교회와 토론토 한인연합교회 담임목사를 역임하였습니다.

그는 영어, 독어, 불어, 히브리어, 라틴어 등 언어에도 능통하여 한국 최초로 번역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와 ‘기독교와 역사’, ‘그리스도교와 동양인의 세계’ 등 인류학, 사회학을 다룬 저서가 있습니다.

이 찬송을 부를 때면 “저 가시 면류관 아직도 쓰셨나”에선 작가의 역사의식이 보입니다. 점층법(漸層法)으로 쓴 “가시 면류관”은 ‘라라미레미’와 ‘미미시라시’의 4도 하행모방을 써서 아픔의 절절함을 극대화 시킵니다.

이어지는 멜로디 “라라라솔파미레 도시라시라미”의 순차하행 멜로디는 “흘러내리는” 어화(語畵, tone painting)로 보입니다. 대중과는 거리가 있지만 고품(高品) 있는 찬송입니다.

3월 넷째 주 찬송/330장(통370장) 어둔 밤 쉬 되리니

일하라! 우리 게으름 일깨워 이르시는 주님의 명령
새벽 기도회에 순서를 맡은 장로님이 시간이 다 되어 헐레벌떡 교회에 들어섰습니다. 모처럼 몰고 나온 승용차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시청 앞 대로변에 세워놓고 왔다는 것입니다. 고급 외제승용차였는데 아끼느라 오랫동안 운행을 안 했더니 고장이 났답니다.

얼마 전, 강의 자료가 필요하여 비디오를 틀었는데, 플레이커녕 테이프가 헤드에 끼어 빠지지도 않아 보지도 못하고 테이프마저 망가뜨렸습니다.

고교 동창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새로 창단하는 실버 합창단에 응시를 하고자 하는데 어쩌면 좋겠냐는 것입니다. 대학시절까지 합창단에서 리더로 날리던 그가 수십 년 만에 노래를 하려니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좋고 비싼 기계라 할지라도,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라 할지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녹이 슬어 쓸모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찬송 시의 작사자로 표기된 코그힐(Annie Walker Coghill, 1836-1907)은 워커(Annie Louise Walker)양이 결혼한 47세 때부터 남편의 성을 따라 바뀐 이름입니다.

영국 스티포드셔(Steadfordshire)의 키더모어(Kiddermore) 태생인 코그힐은 아버지가 철도건설을 위해 토목기사로 일하는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인 18세에 이 시를 지었습니다.

이 시는 1854년 캐나다의 신문에 워커란 소녀 시절 이름으로 처음 발표되었는데 그녀는 평생 캐나다와 영국에서 6권의 소설과 수 편의 시나리오, 그리고 여러 권의 시집을 출판하였습니다.

곡명 WORK SONG은 미국의 대표적 찬송 작곡가 메이슨(Lowell Mason, 1792-1872)이 작곡하였습니다. 작곡자 이름 옆의 1864년은 그가 편집한 공립학교용 음악 교과서(The Song Garden)의 출판 연도로서 이 찬송이 처음 나타난 해입니다.

찬송의 관련 성구는 예수님께서 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을 고치시는 과정에서 하신 말씀으로 “때가 아직 낮이매 나를 보내신 이의 일을 우리가 하여야 하리라. 밤이 오리니 그 때는 아무도 일할 수 없느니라.”(요한복음 9:4)입니다.

우리 찬송엔 한참 노래하다가 뒤늦게 “일하라”란 단어가 나오지만, 원시는 처음부터 “일하라!”(Work, for the night is coming)라 명합니다. 그리곤 매절 매 구절마다 “Work!”, “Work!”하며 정신이 번쩍 들게 외치며 일깨웁니다.

워커(Walker)양이 워크 송(Work Song)으로 만든 행진곡풍의 워킹 송(Walking Song)인 것이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