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꿈꾸는 가정과 교회:고통을 소통으로

P: 오늘 우리가 소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텐데, 자네 생각에 사람과 짐승의 소통 방법이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I: 창세기에 하나님이 모든 생명체를 그 종류대로 창조하셨다고 하셨잖아요. 짐승이 아무리 지능이 높아도 사람처럼 다양한 언어와 다양한 의미들을 생각하고 소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일하게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사람만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고 언어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합니다.

P: 맞네. 한 주간 자네가 소통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이야기해줄 수 있겠나?

I: 소통이란 막힘없이 통하는 것이잖아요. 한자를 찾아보니 ‘트일 소(疏)’와 ‘통할 통(通)’이더라구요. 소통은 표정과 태도에도 나타나지만 가장 중요한 수단은 언어인 것 같아요.

P: 문화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서구를 ‘저 맥락 문화’로, 아시아를 ‘고 맥락 문화’로 얘기했는데 서구인들은 소통에서 분명한 언어를 강조하는 반면 아시아인들은 언어 외의 태도나 표정, 분위기 등을 중요하게 여기지.

I: 그러고 보니 한국인들이 “알아서 해”라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또 “적당히”, “아무거나”라는 말도 딱히 보이는 기준은 없지만 보이지 않는 기준 같은 것이 존재하는 느낌이랄까요.

P: 맞네. 게다가 아시아 국가들은 소통에서 수직적 질서를 강조하고 권위자 중심이지. 일반적인 한국인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와 ‘대화’하자는 말이 어떤 의미인가? ‘대놓고 화내는 것’ 아닌가? 부모들은 쌍방향 소통을 통해 이해나 설득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보다 일방적으로 지시, 명령, 통제에 더 익숙해. 자녀들 입장에서는 소통이 아니라 고통이지. 그럴수록 부모와 자녀의 담이 더 두꺼워질 뿐이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담을 무너뜨려 소통의 다리로 만드는 것이네.

P: 자, 이제 교육에서 소통이 왜 중요한지 얘기해주겠나?

I: 소통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하는 것이더라구요. 소통과 관련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3 법칙이 조금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로 말했는데요. ‘에토스’는 인격에 기반한 신뢰, ‘파토스’는 공감, ‘로고스’는 내용 또는 말입니다. 즉 신뢰할 만한 사람이 공감 가는 말을 할 때 비로소 들리는 말이 되고 소통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제 생각에 소통은 단지 말의 문제가 아니고 말하는 사람과 더불어 공감 가거나 매력적인 내용이 있을 때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동안 저는 좋은 내용이나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퀴즈 몇 개 내는 것으로 소통한다고 생각했어요. 한 주간 소통에 대해 생각하면서 저 자신이 하나님 앞에 바로 서고, 아이들의 관심에서 시작해서 주제로 이끌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P: 좋은 생각일세. 소통을 한자(漢子)로 보면 사실 일방성의 느낌이 강해. 하지만 라틴어 어원을 살펴보면 소통은 ‘공동체의 공유’라는 의미일세. 공유한다는 것은 서로 주고받는 것을 통한 ‘이해’에 기초하지. 그래서 서구적인 의미에서의 소통은 수직적 일방성이 아니라 수평적 쌍방향성을 의미해.

P: 그럼 가정과 교회에서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I: 저는 소통에 대해 생각하면서 “소통에 숨겨진 5가지 사실들(facts)”이라고 이름 붙여보았습니다. 물론 이것은 가르침에서의 소통 기술이기도 하고, 가르치는 방법론이기도 합니다.

P: 뭔가 귀가 솔깃하군. 5가지 사실(facts)을 알면 소통도 잘하고 잘 가르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게 뭔가? 어서 말해주게.
I: 영어 단어로 5가지 ‘facts’를 워드플레이(wordplay) 해보았습니다.
첫째는 ‘fun(재미)’입니다. 소통도 가르침도 재미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도입부를 주제와 관련한 에피소드나, 질문 또는 개념 설명 같은 것으로 관심을 끌 수 있고, 전체 내용도 잘 꾸미면 평범한 내용을 얼마든지 재미있게 할 수 있겠죠.

둘째는 ‘associate(어울리다)’입니다. 이 단어가 ‘관련되다’는 뜻과 ‘어울리다’는 뜻이 함께 있어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듯 소통할 친구가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contents(내용)’이 좋거나 유익해야 합니다. 아무리 재미있게 어울려도 내용 없으면 지속성을 가지기 힘들죠.

네 번째는 ‘time(시간)’을 지켜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놀이동산 갈 때 30분이나 한 시간 논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최소한 한나절 이상은 놀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놀 때는 지쳐도 행복해요.

그런데 예배나 공과는 1시간이나 30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식과 내용에 따라 아이들은 각자 마음에 ‘심리적 설정 시간’을 갖고 있어요. 만약 어떤 활동에서 자신의 ‘심리적 설정 시간’이 넘거나 부족하면 마음이 불편해지죠. 그래서 가르치는 사람도 상대방의 ‘심리적 설정 시간’을 지켜주든지 그 시간을 다시 설정하도록 미리 얘기해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simple(단순성)’입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뭔가 복잡하다고 판단하면 집중과 포기라는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관심있는 사람들은 집중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를 닫고 포기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단순하게 전달해야 하는데, 가능하면 말하고자 하는 바를 (1) 주장, (2) 근거, (3) 사례 순서로 하면 논리적이죠.

P: “소통에 숨겨진 5가지 사실들(facts)”이 소통과 가르침의 결정판처럼 보이네. 나도 열심히 연습해야겠어. 그럼 마지막으로 가르친다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나?

I: 이번에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영어로 가르친다는 단어 education이 라틴어 educare에서 나왔더라구요. 그것은 ‘ex(밖으로)’와 ‘ducare(이끌다)’가 합쳐진 것인데, 안에 있는 뭔가를 밖으로 이끌어낸다는 말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 대표적입니다.

따라서 가르친다는 것은 부모 또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지식을 넣어주고 훈계하는 것도 포함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 스스로 알아보고 찾아보고 생각하게 한 다음 질문을 통해 그것을 이끌어내고 정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 맞네. 아이들을 무조건 가르침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부터 우리가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네. 우린 아이들에게서 배울 것들이 정말 많네. 난 아이들과 하브루타로 성경공부 하면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생각을 듣고 놀란다네.

I: 그런데 목사님. 제가 생각한 소통의 기술을 들으셨는데, 혹시 더 필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P: 자네가 교사의 기술적인 면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난 환경적인 면을 얘기해보겠네. 나는 소통에서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하나는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통의 마당을 만들어주는 것이지.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은 교사가 아이들의 생각과 관심으로 내려가서 그들의 눈으로 소통한다는 것일세.

또 소통의 장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미네르바스쿨처럼 선생님은 주제를 던져주고 짧게 설명한 다음 아이들이 마음껏 이야기하게 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게 하는 것이지.

많이 가르치는 선생님보다 많이 들어주는 선생님이 필요한 이유일세. 그러면 아이들은 공과 시간이든 성경공부 시간이든 그곳이 생각 근육을 쑥쑥 키우는 멋진 마당이 된다고 생각하네.

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마지막에 정리하면서 오늘 모임을 마무리했다. 내가 연구한 ‘5가지 facts’에 목사님이 많은 관심과 격려로 응원해 주셔서 힘이 났다.

다음 주 과제는 유대인 교육법으로 알려진 ‘하브루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인데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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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신표
강신표 목사는 총신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기독교문화교육을,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하고 동대학 기독교교육상담학과 초빙교수와 국제교육원 한글학당 소장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2020년부터 엘피스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