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아직도 이새별”

스물두 해 인생으로 쓴, 영원한 한 알의 밀알, 꽃으로 피다
1995년 아내와 두 딸 은별, 새별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을 온 저자는 2010년 12월 작은딸 새별이를 주님께 여의었다. 저자는 장차 새별이 옆에 세우시고 맞아 주실 주님 앞에 설 때에 그분이 기쁘게 들어 주실 인생을 살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은과 금 없어도 받은 은혜 함께 나누며 섬길 수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를, 고난 풍파의 인생살이 속에서 상실로 인해 아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 많이 베푸실 수 있는 위안을 전하는 자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스물두 살의 둘째 딸을 간암으로 먼저 하나님께 보내게 된 응답되지 않은 기도였지만 마지막 호흡까지 새별이가 기쁨으로 바라본 주님이 누구신지 딸의 믿음만을 전하기 위한 아비의 고백으로 쓴 책이다.

1장 내 딸 같지 않은 내 딸
2장 불씨가 살아나다
3장 아빠, 안아 주세요
4장 딸에게 물려받은 유산
5장 영혼으로 쓴 영원

저자는 한국에서 새별이의 간암 소식을 전해 듣고 자신의 목숨을 포기할 수 있는 마음으로 딸을 치유해 주시는 주님의 역사를 체험하도록 기도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공항에 마중 나온 새별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빠를 맞이했고, 몇 달 정도밖에 못 산다는 의사의 말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어떤 결과가 주어지든 모든 것이 하나님께 말미암은 것이니 감사하다고 말하며 절대자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평안을 보였다.”

“새별이는 중학교 과정을 홈스쿨로 마치고, 엘림 크리스천 칼리지 헤드 걸로 졸업하였는데 동기들이 찾아와 새별이를 위한 기도의 불을 일으켜 주었다. 간암 환자가 간 이식으로 나았다며 심방해 주기도 했지만, 새별이는 자신이 낫기 위한 기도보다 가족과 친척들을 위해 기도하였다.”

“캐나다 교환학생을 앞두었던 시기에 간암 판정을 받았던 터라 어쩌면 고별의 시간이 될 것 같아 행복 시간 축하 파티로 지인들을 초대해 환송 파티를 했다.”

“색전 수술을 받고 회복실에서 깨어나면서 보인 첫 반응은 ‘아빠! 성경 말씀 읽어 주세요’. 새별이는 정말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만 강단을 유지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분의 말씀이 아이에게 평안과 기력을 공급하고 있었나 봅니다.”

내 이름은 아직도 이새별
다음은 새별이가 통증이 극심해지던 10월의 마지막 날 새벽과 11월 17일에 잔잔한 음성으로 이야기하듯 적어 나간 글 중에서

“… 최근 내 안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을 느낍니다. 원하지도 않는 다른 무언가로 내가 새로 정의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지고 있지요. 내 이름은 아직도 이새별입니다.

내게 간암이 생겼습니다. 이것 또한 사실입니다. 통증이 잠이 허락되도록 내버려 두지를 않는군요. 이 고약한 것이 나를 꼬박 깨어 있게 만들어요. 이런 와중에도 한편으로는 이런 고통을 주시는 것에 감사드리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통증이 너무나 끔찍하게 싫은 두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어요. 한때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집중력의 한계와 작가로서의 능력 부재가 현실로 만들기엔 역부족인 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더군요.

지금 뱃속의 통증이 점점 통제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어요. 그래서 이제 로그오프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기 전에 최근 내 눈을 사로잡은 좋은 금언 하나를 여러분에게도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경험에도 하나님이 나를 신뢰하고 계시다는 사실에 감사할 수 있을까? 그 이유에 대해 그분이 한마디도 설명을 안 해 주시는데도?’–헬린 로즈 베어(아프리카 콩고를 섬겼던 영국인 여류 선교사).

주님! 이 험난한 경험을 주시며 저를 신뢰하시니 참 감사합니다. 제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낮은 마음으로 겸허하게 또 은혜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내 인생 전체에 있어서도 바로 지금 그런 순간에 처해 있음을 알게 된 겁니다. 구름 아래 그늘에 가려 안전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또 변덕스럽게 한낮의 뜨거운 태양빛을 못 잊어 하고 있었던 겁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직접 경험하고 싶다고 부르짖어 찾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런 때가 주어지면, 마치 강력한 태양을 견디기 어려워 아우성치듯 너무 뜨겁다고 불평합니다. 타락한 우리 인간이 하나님의 엄청난 영광의 무게를 감당해 낼 수 없기 때문이지요.

이제 늘 감사하는 법을 배웁니다. 구름 아래 그늘에서뿐 아니라 뜨거운 햇볕이 내 쪼이게 될 때도 말이지요. 아 참, 그리고요. 제 블로그를 열었을 때 제게도 ‘팔로워’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릅니다. 여때까지 한 사람도 없었거든요. 예수님도 제자가 하나씩 생겨날 때마다 이런 느낌이 드셨을까 궁금해요…”

아빠, 안아줘, 더 세게
“기도에 피가 묻어납니다. 대신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정말 털끝만큼도 없으니 주님이 대신 담당해 달라고 혀를 말아 울며 기도합니다. 그러던 중 심장이 화로에 달궈진 인두로 지져지는 것처럼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혼수상태에 빠져 잠들었던 새별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제게 달려들 듯 안기며 외칩니다. ‘아빠, 안아줘!!!’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게 꿈인지 생신지 분간도 못하고 새별이를 엉거주춤 안아 주는데 아이가 다시 외마디 소리를 지릅니다.

저를 있는 힘껏 부여안으며 소리칩니다. ‘더 세게!’ 새별이가 이 세상의 언어로 들려주는 마지막 음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주님! 우리 딸 새별이 안아 주세요. 더 세게, 그리고 이제 저희에게 다시 돌려보내 주세요!!’

“중간의 내용이 어떠하든 연극은 커튼이 내려져야 한 편의 이야기가 완결됩니다. 그처럼 우리 인간의 삶도 죽음을 통해서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이루게 하신 한 편의 인생이 이루어집니다. 죽음 없이는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평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거치지 않고는 하나님께 이를 수 없습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가장 마지막 순간의 삶이 한 인간의 생애 전체를 정리하는 줄거리입니다.

이 죽음 앞에 저도 새별이 같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별이가 자신의 생명을 기쁘고 기쁘게 의탁했던 그분께 저의 인생도 내어 놓습니다. 가눌 수 없는 격랑을 가슴에 안고 제 딸의 인생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그 격랑이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 잠잠해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새별이의 이야기를 제가 마무리한다는 것도 가당치 않은 일입니다. ”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아픔과 이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여정을 살아내며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의 순간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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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종
올네이션미션센터 대표(GMS선교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2000년 3월 뉴질랜드 도착하여 21년간 한인 목회와 남태평양 선교 네트워크를 감당하고 있으며, 점수제 일반 이민 30년의 뉴질랜드 이민 역사 속에서 한인 저자들이 쓴 책 가운데 뉴질랜드와 한인의 삶이 담긴 12권을 매달 한 번씩 북 리뷰를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