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어린이날

긴머리의 가냘픈 소녀가 애절하게 노래를 부른다. 피부색이랑 몸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이국적이다. 사랑이 왜 이리 고된가요/이게 맞는가요/나만 이런가요/고운 얼굴 한 번 못 보고서/이리 보낼 수 없는데/

하소연하듯, 원망하듯, 담담히 물 흐르듯 허공 중에 띄우는 목소리가 청아하다. 장내는 숨을 죽이며 다음 노랫말을 기다린다.

사랑이 왜 이리 아픈가요/이게 맞는가요/나만 이런가요/중략/

심사위원 석에 있던 마스터들이 연신 눈물을 찍어 낸다.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는 이도 화면에 비추인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선정된 언택트 관객 평가단들도 눈물을 찍어 낸다.

긴긴 겨울이 모두 지났는데/왜 나를 떠나가오/기다리던 봄이 오고 있는데/이리 나를 떠나오/긴긴 겨울이 모두 지났는데/왜 나를 떠나가오(완이화가 부른 상사화에서)

작년 12월 5일 KBS ‘트롯전국체전’ 무대의 한 장면이다. 상사화를 부른 주인공은 13세 된 완이화 양이다. 미얀마에서 난민으로 한국에 정착한 미얀마 소수민족인 카렌 족 출신의 소녀이다. 아빠는 카렌 족 톱 가수였고 카렌 족의 우상이었다.

이화 양이 6살 때 아버지는 태국 국경을 넘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하여 하늘나라로 갔다. 이날에 부른 상사화는 하늘로 떠난 아빠를 위한 헌정 곡이라고 했다.

이 영상은 유튜브 조회 175만 회를 기록한다. 노래에 구구절절이 담는 사연도 사연이지만 당돌하고도 대견한 미얀마 소녀에 환호와 응원을 보냈을 것이다.

지난 주말에 캄보디아 프놈펜시 보레이게일라 지역에서 마을 잔치가 있었다. 캄보디아 어린이날 맞이 잔치이다. 마을 공회당 앞에 쌀 포대가 높다랗게 쌓인다. 쌀 포대가 쌓인 앞으로는 마을 사람들이 길게 줄은 선다. 두 개의 테이블을 4개나 마주 댄 긴 테이블에는 선물 보따리가 쌓인다.

마을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한참이나 조용했다.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어린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손에 손을 잡은 어린이들도 체육시간처럼 앞으로 나란히 선다. 마을 이장과 청년들은 한 가정당 10Kg 짜리 쌀 두 포대씩을 건넨다. 한쪽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긴다. 오랜만에 안아보는 선물에 마을 주민들과 어린이들의 얼굴이 환히 밝아 온다.

현장에서 마을잔치를 주관하던 ㅊ 선교사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인다. 이들의 얼굴에 얼마 만에 피어 나는 웃음인가. 즐거움인가 행복인가. 쌀 포대가 웃음을 준다. 선물 보따리가 행복을 안겨 준다.

ㅊ 선교사는 캄보디아 선교 10년 차가 되는 준 시니어 선교사이다. 주 사역은 빈민 구제, 한국어 수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과 후 학교 운영, 교회 예배이다.

2011년부터 월드사랑과 인연이 되어서 방과 후 학교에 나오는 어린이들을 일대일로 인연을 맺게 했다. 2년째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후원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기도하며 성원을 보낸다.

꿈을 가지고 자라 다오. 밝고 씩씩하게 자라다오. 캄보디아의 동량(인재)으로 자라 다오. 과거는 어두웠고 현재는 비참해도 내일에 살아라.

결연을 맺은 지 1년 6개월이 되어 간다. 간간이 보내오는 사진 속의 모습이 밝고 씩씩하다. 열한 살 난 로사(여)가 있다. 아버지는 병환으로 일찍 은퇴했다. 어머니는 시청에서 일용직으로 일한다. 오빠와 동생 둘을 둔 가정의 장녀이다.

학교를 다녀오면 아빠의 병수발로 시간을 거의 보낸다. 여섯 식구가 단칸 월세방에서 어렵게 살아간다. 어린이 신상카드에 적어낸 장래 희망은 교사이다. 보레이게일라에 있는 많은 로사들이 꿈을 이루도록 기도하며 응원한다.

어린이는 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이어나갈 새사람이다. 어린이의 몸과 마음을 귀히 여기자. 옳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올바르게 키워져야 한다. 가정과 사회에서 참된 애정으로 교육되어야 한다. 마음껏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공부나 일이 몸과 마음에 짐이 되지 않아야 한다. 굶주린 어린이는 먹여야 한다. 병든 어린이는 치료해 주어야 한다. 멋진 세계인으로서 인류의 자유와 평화와 문화 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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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만
춘천교대와 단국대 사범대 졸업. 26년 간 교사. 예장(합동)에서 뉴질랜드 선교사로 파송 받아 밀알선교단 4-6대 단장으로 13년째 섬기며, 월드 사랑의선물나눔운동에서 정부의 보조와 지원이 닿지 않는 가정 및 작은 공동체에 후원의 손길 펴면서 지난해 1월부터 5메콩.어린이돕기로 캄보디아와 미얀마를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