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 아빠 돌아가셨어요…”
“이모! 외삼촌 돌아가셨어요.”
“막내야! 오빠 돌아가셨다.”
늦은 밤에 울리는 전화나
새벽녘에 울리는 전화나
쉼 없이 카톡카톡 대는 소리가 울릴 때면
늘 불안불안 했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우리 엄마 나이 열일곱에 시집와서
열아홉에 낳은 첫아들!
온 천하를 얻은 것보다 더 기쁘고 신났다고
그때를 생각하며 회상에 젖곤 하셨는데…
이제 그 아들이 이 땅의 여든 일곱 해의
나그네 삶을 접고
부모님 계신 본향 하늘나라로 돌아 갔다고…
늦둥이로 태어난 내가 이 세상에 왔을 땐
이미 결혼하여 분가해 살았던 제일 큰 오빠인지라
알콩살콩 부대끼며 살았던 추억은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든든한 아빠 같은 내 오빠인데
마지막 길에 가뵙지도 못하고…
두 언니에게는 생사를 걸고 피난길에 함께 했던
전우 같은 오빠였는데…
그래서 내가 모르는 추억도 많고,
내가 모르는 할 말도 많고,
기쁨도 슬픔도 많았던 형제자매였는데…
홀로 남겨진 여든 셋의 올케언니와
나와 몇 살 터울밖에 안 되는
오십 중반의 외동딸 하나!
그 비어 있는 남편의 자리와
뻥 뚫린 아버지의 빈 자리가
한동안 허전하고 쓸쓸하고 휑하겠지요.
동영상을 통해 장례예식을 보았습니다.
장례식장이 터엉~ 비어 있네요.
코로나로 인해 일가친척들 중심으로만
참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빠 친구들은 다 먼저 세상을 떠났기에
참석할 친구도 없다 하네요.
우리 오빠가 친구들 중 제일 마지막 천국행이랍니다.
이제 우리 부모 세대는 이미 가고
이젠 형제들이 점점 나이가 들다 보니
언제가는 언니 오빠들 다 가고
맨 막내인 나만 홀로 남을 생각을 하니
갑자기 가슴이 텅 비어 오는 듯합니다.
보고 싶다고 볼 수도 없고,
가고 싶다고 갈 수도 없는
요즘 같은 세상에
어찌 나만 이런 소천 소식을 받겠습니까마는
그래도 형제 장례에 참석하지 못하는 마음은
몹시 슬프고 아픕니다.
이곳 딸네 집에 한 달간 방문했다가
갑자기 남편 소천 소식을 받은
우리 집사님 친정어머니도 계시고,
맏딸을 그리 사랑하던 아버지가
어제 저녁까지 영상 통화하며
보고싶다! 그립다! 그리 말씀을 나눴는데
오늘 새벽에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받고도
오도 가도 못하는 슬픔에 처한
내 가까운 이웃도 있습니다.
하늘길도 막히고,
바닷길도 막히고,
육지길도 막혀 있는 오늘날의 지구촌을 바라보며
궁금한게 참 많습니다.
이처럼 온 세계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맷돌처럼 빙빙 지구를 돌리셔서
기진맥진하여 어지럼증에 걸려 사는
우리 인생들에게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걸까?
답은 안 주시고 사명감만 무겁게 주시는
하나님의 속내는 무엇일까?
참으로 생각 많은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질문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아
먹고 싶은 것도 많은 요즘입니다!
아니요, 빙빙돌리시는 인생 맷돌로 인하여
너무 어지러운 요즘입니다.
“하나님, 맷돌 좀 그만 돌려주세요. 너무 어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