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는 사랑이라면”

몇년 전 어느 날 누군가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다. 노숙자들 100명의 자활을 위해 시간과 돈을 써봤자 자립하려는 의지를 갖추게 될 사람은 손에 꼽을 것이고, 또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거리를 방황할 거라고. 거기에 노숙자들을 향한 심한 말도 덧붙였었지만 서술하지 않겠다.

그때는 부정하고 싶었고 한 사람이라도 자립하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냐는 반론을 제기했었다. 결과가 없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지 않겠느냐고, 누군가는 사랑하려고 발버둥을 쳐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용히 속으로 혈기를 삭였었다.

과연 지난 몇 년간 리커넥트가 하는 일들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자립하게 되었는가 다시 생각해 본다.
어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굳는다고들 하신다. 마찬가지로 노숙자들이 자립 의지를 갖도록 자신의 삶을 향한 인식이 바뀌도록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옆에서 열심히 자극을 주고 도와드려 몇 분이 자활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한다 하더라도 대부분 오래가지 못했었다.

의지 문제뿐만이 아니라 건강과 관계 등등. 지금까지 쌓아온 많은 어려움이 길을 가로막는다. ‘정말 100명 중 손에 꼽는다는 표현이 맞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 공방에 앉아 있는데 허름한 옷을 입고 아티스트들의 그림이 그려진 엽서를 팔러 온 아저씨가 있었다. 자신은 이제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또 예전에 시티에서 노방전도를 하다 어떤 분이 자기가 노숙자였다가 예수님 만나서 삶이 바뀌었다며 소개를 하길래 누군가 했더니 노숙자였을 때의 정말 덥수룩한 수염과 머리를 가지고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던 내가 알던 옛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실 몇 번이나 번갈아 봐도 본인이 맞는지 못 알아볼 만큼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몸이 편찮으나 리커넥트와 함께 자활 프로그램에 1년 넘게 임하고 있는 할머니가 있다.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 노숙자들의 삶을 거쳐 간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 가운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사랑하려 한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본다.

포기하기 쉬운 일이고 계속 포기하게끔 만드는 상황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주눅 들고 용기도 잃고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도움이 되나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정말 예상치 못하게 사람들의 삶이 바뀌는 것을 볼 때 용기가 생긴다.

예수님은 우리를 그토록 기다리셨고 포기하지 않으셨으니 우리가 그럴 수 있겠느냐는 말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한다. 맞다, 내가 받은 은혜가 얼마큼인데 포기하랴. 리커넥트를 하며 정말 바뀌는 사람이 없어 보일지라도 결국 우리를 통해서든 아니든 사람들이 바뀌는 것을 보았기에 포기할 수 없는 길이고, 또 함께 사랑하길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계속 걸어갈 수 있는 길이다.

각자의 삶에서 사랑하기 어려운 상황들과 바뀌지 않을 것 같은 관계들이 있을 때 우리가 받은 하나님의 사랑이 마음속에 떠올라 사랑하길 포기하려는 마음을 밀어낼 수 있길. 또 각자가 사랑하길 포기하지 않으며 지킨 자리들을 거쳐 간 다른 사람들의 삶에 어느샌가 하나님의 마음이 닿아 있을 거라 믿으며 계속 사랑하는 길을 걸어갈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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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승
오클랜드대학교 Civil and Environmental Engineering(Hons) 졸업하였고, 임마누엘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사회 비영리 단체인 Reconnect의 행정 매니저로 있으며 연재 방향은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사랑을 실천하며 사랑으로 살아내려는 고민들을 담은 이야기를 독자들과 자연스럽게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