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스토리 텔러가 되는 것

정재권 목사<타우포한인교회>

성경을 이야기식 구조로 이해하고 말씀을 선포하는 것은 북미에서 유행된 설교의 한 양태입니다. 성경 자체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족장시대의 인물들인 아브라함, 야곱, 이삭, 요셉도 그러하고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출애굽한 사건이나 사사시대의 사건들, 왕정시대를 구성하며 왕을 세우는 이야기는 그 배후에 일어난 사건들 속에는 이야기체 구조로 전개되어 있습니다.

이는 복음서나 사도들의 이야기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이야기적인 요소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성경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하나님의 섭리와 역사들의 발자취’가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한 민족을 택하시고 당신의 구원의 역사, 그 섭리의 이야기를 풀어가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아들을 통해 구원을 완성하셨습니다. 이때 아들 되신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과 제자들과 함께 신앙의 이야기, 믿음의 스토리들을 하나씩 하나씩, 때로는 이적으로, 때로는 말씀 강론이나 나눔 사건으로 풀어가셨습니다.

이후 바울이라는 위대한 복음 증거자,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거듭난 이 사도는 자신의 회심 스토리와 더불어 복음이 확장되는 사건들을 편지 형식으로 교회들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양식은 편지 형식으로 회람하거나 읽혀졌지만 이 사건들도 신앙의 내용들(복음의 전달, 사건 등) 하나하나가 이야기적 요소로 되어 다음 세대들에게 이어져 갔습니다.

믿음은 인간의 삶 안에 담겨 있는 사건의 이야기들입니다. 단순히 이야기만 담겨 있다면, 개인적 이야기이거나 한 가문의 전기적인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믿음의 사람들이 고백된 믿음, 그들의 삶 가운데 임마누엘 하시며,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인도하시는 그분의 섭리를 고백하는 지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개인적 이야기들의 나열이 아니라 그 이야기들을 통해 인도하시며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나라의 역사요, 그분께서 오늘 우리를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믿음 사건의 스토리’가 됩니다.

이민의 이야기들, 고착(정)화된 성전에서 삶 속에서 살아있는 성전으로
성경을 또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성경은 이민의 이야기, 이 땅을 살아가고 있지만 하늘나라에 대한 비전을 품고 사는 ‘천국 노마드(방랑자, nomadic)’의 이야기입니다. 구약의 룻기는 가장 대표적인 이민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고향을 떠난 가족, 모든 것을 다 잃고 허무해진 남겨진 여인들의 이야기가 룻기의 기본 스토리 구조입니다.

그 스토리 구조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이방 여인을 통해 구원의 사건을 말씀하셨습니다. 족장시대의 아브라함도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일상의 평범하고 안락한 터전을 떠나 하나님께서 이끌어 주시는 곳으로 떠나는 이민자의 삶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구약의 성막은 하나님께서 친히 이스라엘 백성 공동체 속에 함께 하시겠다 말씀하시며 어느 곳에 머물고 있는 고착화되거나 고정화된 당신의 성전을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백성 공동체 속에 역동적으로 함께 하시며 함께 움직이시면서 당신의 임재를 경험하게 하신 장소가 성막이었습니다.

이 성막은 후에 다윗에서 솔로몬으로 이어지면서 성전으로, 그리고 예수님께 당신 자신이 성전이라 말씀하시면서 사흘 만에 무너지고 다시 세워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도 바울은 그러한 맥락으로 성전 된 인생의 의미를 선포하기도 했습니다(고린도전서 3:16, 6:19).

우리의 삶도 어찌 보면 이민의 역사가 아닐까요? 이 땅을 살아가면서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공간적으로는 천국을 지향하고, 시간적으로는 현재적 삶 속에서 우리 삶 속에 성령이 거하시는 거룩한 성전으로서의 삶을 지향하는 비전(vision)으로 향하는 백성, 그들이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하나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누가복음 17:21).

영화「미나리」의 스토리에서 얻는 믿음의 이야기
요즘 한국에서는 이민 2세 감독의 성장사를 잔잔하게 영상으로 담은 영화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과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덕분에 한국의 영화배우나 감독들이 미국이나 유럽인들이 주로 받는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영화「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한 한국 가정의 스토리입니다. 그 시대 이민가정이 그러하듯이 녹록지 않은 어려운 삶의 스토리들을 그려놓고 있습니다. 꿈과 소망으로 떠난 미국 땅, 또다시 꿈을 향해 미국의 대평원 농장에서 땅을 일구며 살아가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 사회에 이민의 역사나 이민자들이 일구어 놓은 사회적, 가정적 성장의 이야기들이 담고 있기에 미국인이나 다른 민족과 국가에게도 공감적인 요소를 그려놓고 있습니다.

영화「미나리」에서 보여준 ‘미나리’라는 식물의 생명력,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아무런 희망도 갖지 않았던 ‘미나리’를 통해 가족은 하나가 되고, 가족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나는 이 영화적 스토리가 보여주는 믿음의 이야기를 찾고 싶습니다. 우리는 믿음으로 축복의 역사, 축복의 기쁨을 받고자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역사에서 축복은 전제적 명제이지만, 그 축복을 향한 이야기 속에는 ‘미나리’ 같은 끈끈한 삶의 생명력,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과 비전을 버리지 않는 산 소망(베드로전서 1:6)의 생명력으로, 이 땅에서의 부활 신앙을 만들어가는 스토리 텔러(이야기꾼)가 그리스도인입니다.

우리 가정에 믿음의 스토리들 만들어 가기
이민의 땅은 언어나 문화, 그리고 여러 가지가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들이 공감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사실 매우 적습니다. 특히 자녀들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그들과의 유대적 관계를 이끌어 낼 요소들은 더욱 적어집니다.

어린 자녀들은 부모님으로부터 양육을 받지만 그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부모와 나누었던 삶의 이야기, 사건들이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통해, 오늘 우리 환경을 통해 인도하시는 ‘믿음의 사건’으로 고백하고 나누지 못하고 성장하게 된다면 부모 세대와 나눌 공통의 분모가 없게 됩니다.

그러기에 이민의 땅에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삶의 순간순간마다, 고비 고비마다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경험하는 신앙의 스토리를 기억하고 함께 나눌 때 가정은 화평할 것이며 하나님 나라의 임재를 경험하는 시간과 공간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염두에 둔 이 땅의 삶은 이민자(노마드)들의 삶과도 같습니다. 또한 우리는 현실적으로 우리의 본토 친척을 떠나 이곳 뉴질랜드에 이민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땅에서의 삶에서 우리는 우리 삶 속에서 역사하시고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미나리’와 같은 생명력으로 우리에게 힘주시고 회복시켜 주시는 임마누엘의 주님을 고백하고 나누는 이야기꾼이 될 때 산 소망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하나님의 사건, 임마누엘 되신 그분의 섭리를 우리의 삶의 이야기 속에 함께 나누는 은혜롭고 복된 가정으로 주님의 샬롬의 평화가 그리스도인인 우리의 삶, 이민의 삶의 이야기 속에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