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회가 되는 화요음악회를 맞으며

역사가 되었으면 하는 화요음악회의 기록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화요음악회를 시작한 지 어느덧 햇수로 10년이 되었습니다. 2012년 3월 6일 화요일에 교우 몇 분과 같이 시작한 첫 모임이 바로 엊그제같이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세월은 흘렀고 오는 4월 27일 화요일에 제300회 화요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첫 모임을 가질 때부터 모임이 끝나면 그날 들었던 음악을 중심으로 글과 사진으로 모임의 일지(日誌) 비슷하게 작성하여 제가 운영하는 다음 카페 ‘초대받은 사람들의 삶(https://cafe.daum.net/invitedlife)’에 올렸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나면 피곤하기도 해서 어떤 때는 건너뛸까 하는 꾀도 났었지만 그럴 때마다 참고 계속했습니다. 세월이 지난 지금 카페에 실린 300개의 글이 지난 10년 동안의 화요음악회의 내역을 생생하게 알려주는 기록이 되었습니다.

또한 지난 2019년부터 빠지지 않고 3년째 연재되고 있는 본 지 ‘크리스천라이프’의 ‘석운(夕雲)의 화요음악회 이야기’도 기록으로 쌓여가고 있습니다. 소설가 이병주 선생께서는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라는 멋진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화요음악회는 밤에만 열렸지만 그 기록은 햇빛을 만나 바래더라도 역사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봅니다.

정이정

2012년 3월 6일 첫 모임
2012년 3월 6일에 첫 화요음악회가 열렸습니다. 그날 밤 모임을 가진 뒤부터 제가 카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첫 번 글은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뉴질랜드에 온 뒤 많은 모임을 가져왔지만 거의가 교회와 관계된 모임이었기에 너무 경직되고 형식에 얽매이기 쉬웠다. 사람들과 보다 자연스럽게 모여 무언가를 같이 하면서 더불어 하나님 말씀도 나누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음악이었다. 젊었을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들어왔기에 꽤 많은 L/P 판과 CD를 소장하고 있었고 제법 괜찮은 오디오도 갖고 있었다. 이를 이용해서 사람들이 마음 편히 음악을 듣고 대화를 나누는 장(場)을 열자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대접하기 좋아하는 아내도 쾌히 동의하였다. 가까운 몇 분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갖기로 하고 오늘 3월 6일 화요일 저녁에 첫 모임을 가졌다.’

우리 부부가 오클랜드에 있는 한
첫 모임이 시작된 뒤 지금까지 화요음악회에 다녀가신 분은 의외로 많습니다. 우리 교민 중에 의외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분이 많다는 사실을 음악회를 하면서 알았습니다. 처음에 대여섯 분으로 시작했지만 횟수를 거듭하며 인원이 늘어 삼십 명 가까이 되었을 때엔 장소가 좁아 포개 앉아야 할 정도였습니다. 광고를 낸 적도 없고 일부러 아는 분들께 전화를 하지도 않았지만 오셨던 분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계속 새로운 분들이 오셨습니다.

우리 집이 교민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 꽤 멀리 떨어진 데본포트(Devonport)에 있기에 오기에 결코 편한 장소가 아니지만 화요일 저녁이 되면 찾아오셔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들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제일 행복했던 사람은 아마 우리 부부였을 것입니다.

이렇게 와주시는 분들이 너무 고마워서 저는 회원분들께 약속을 드렸습니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저희 부부가 오클랜드에 있는 한은 화요음악회는 계속 열릴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약속은 지켜졌고 앞으로도 지켜질 것입니다.

음악이 맺어준 아름다운 열매
화요음악회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주로 감상하였지만 때로는 너무 지루하지 않도록 좋은 음악 영화를 선정하여 감상하기도 했고 또 뮤지컬이나 오페라도 감상했습니다.

감상했던 음악 영화 중 한국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비롯해 ‘August Rush’, ‘Shine’, 그리고 ‘Copying Beethoven’이 남겨준 감동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또한 Notre Dame de Paris와 같은 뮤지컬이나 오페라 La Traviata를 전곡 다 감상했을 때의 감동은 모두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더 큰 감동은 음악 이외의 열매가 맺어졌을 때였습니다. 외국에서 살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문제가 자녀들의 짝을 찾아주는 일입니다. 좁은 교민 사회에서 선택의 폭이 좁기에 서로에게 알맞은 배우자를 만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화요음악회가 계속되면서 회원 간의 깊은 교류가 가능해졌고 적령기의 자녀를 가진 분들이 자연스레 사돈이 되는 경사가 생겼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음악회가 끝날 때마다 잠깐씩 하나님 말씀을 빠지지 않고 보았습니다. 우리 음악회에 입장료가 없는 대신 집에 가기 전 꼭 하나님 말씀을 한 구절씩 보는 것으로 입장료를 갈음한다고 제가 처음부터 말씀드렸기에 하나님 말씀은 자연스레 화요음악회의 마지막 순서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전해진 말씀이 그대로 땅에 떨어지지 않아 믿지 않던 회원 부부들이 어느덧 교회에 나가는 것을 보면서 오직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영광을 돌렸을뿐 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이고 또한 보람이었습니다. 이런 열매가 있었기에 화요음악회가 오늘도 계속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이정(淨耳亭)으로 승격된 화요음악회 음악감상실
음악을 좋아하고 사람과의 만남을 좋아하고 화요음악회를 아껴주시는 회원 여러분의 덕택으로 화요음악회는 계속 열릴 수 있었습니다. 횟수를 거듭하며 조금씩 음악회의 폭도 넓어지고 깊이도 깊어졌습니다. 우리 부부는 처음에 약속드린 대로 우리가 오클랜드를 비울 수밖에 없는 때를 빼고는 어김없이 화요일 저녁엔 집 대문을 열었고 화요음악회는 계속되었습니다.

음악 평론가 박용구 선생님(1914-2016)께서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들은 때가 2016년 6월이었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하며 샀던 선생님의 5권짜리 클래식 입문 도서 ‘교양의 음악’을 통해서였습니다. 제 평생 처음으로 샀던 음악 관련 서적이기도 했지만 음악에 눈뜨기 시작하던 그때 그 책들은 불모의 땅에 흘러든 샘물만큼이나 제게 귀한 책들이었습니다.

102세까지 장수하신 선생님께서는 만년에 여유가 생기자 댁에 음악실을 마련하고 여러분들과 음악을 같이 들으면서 그 음악실 이름을 세이정(洗耳亭)이라 지으셨다 했습니다.

화요음악회 회원분들과 선생님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음악실에도 이름을 지어주자고 해서 나온 이름이 정이정(淨耳亭)입니다. 화요음악회에 와서 음악을 들으며 마음과 귀를 깨끗게 하면 우리 모두도 박용구 선생님처럼 102세까지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덕담과 더불어 생겨난 이름입니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그 쓰임 받음에 따라 격이 달라지고 운명이 달라집니다. 이제는 정이정(淨耳亭)이 된 화요음악회의 음악실은 원래는 우리 집 1층의 주차장 옆에 있던 창고였습니다. 그 창고를 조금 손봤더니 괜찮은 음악실이 되었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장소가 되다 보니 정이정(淨耳亭)으로 승격되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삶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태어났느냐 보다는 어떻게 쓰임 받느냐가 중요합니다. 제대로 쓰임 받기 위해서는 우리 각자의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300회 화요음악회를 맞으며
십 년의 세월 동안 음악회가 계속되어 300회를 맞을 수 있도록 아끼고 격려해 주신 회원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욱 발전시켜 화요음악회가 뉴질랜드 교민사회의 문화의 일익을 담당하는 아늑한 사랑방이 되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오늘이 있기까지 우리를 인도해 주신 하나님의 은혜로운 손길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화요음악회와 같이하여 주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으로 글을 맺겠습니다.

고린도전서 3장 7절입니다
“그런즉 심는 이나 물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나게 하시는 하나님뿐이니라.”

우리 모두 힘을 합하여 정성껏 심고 물주며 화요음악회를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자라나게 하시는 이는 오직 하나님뿐이라는 귀한 말씀을 항시 가슴에 품고 나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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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 사업을 하다가 1985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20년간 키위교회 오클랜드 크리스천 어셈블리 장로로 섬기며 교민과 키위의 교량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클래식음악 감상회를 열어 교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