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즈음 겨울 어느 날에 리커넥트 팀과 봉사자 몇 명과 함께 오클랜드 시티 거리로 나가 노숙자들에게 푸드팩을 나눠주었다. 처음은 아니었으나 긴장 반 설렘 반으로 거리를 걷게 되는 시간이었다.
갖가지 먹거리가 들어 있는 종이봉투들을 큰 가방에 가득 넣고 두셋씩 짝을 지어 시티를 쏘다녔다. 사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노숙자 무리를 그날따라 유심히 찾게 되는 날이었다. 시티 중심가에다 저녁 즈음이라 그런지 찾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다가가서 인사하며 조심스럽게 묻는다. “we’ve got some food packs, would you like to take some?”. 나름 그들을 최대한 존중하고자 하는 생각에 어떻게 말을 꺼낼까 하다가 그나마 위 질문이 나은 것 같아서 그날 내내 거의 같은 말만 반복했다.
그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지레짐작하고 다가간다면 공격적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무리 노숙자들이 거리에서 평소에 구걸하고 있고 음식을 달라고 하고 있더라도 그들의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기에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다.
그래서 먼저 그들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는 게 우선은 최선이라 생각했기에 먼저 물어보고 푸드팩을 나눠주었었다.
푸드팩을 나눠줄 때 돌아오는 반응은 대부분 감사의 표시였다. 웃으면서 받아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무표정이지만 어느 정도 말도 걸어주며 친근하게 대해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끔 거절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밀쳐내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푸드팩을 받으며 가지고 있던 사탕이나 초콜릿을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나도 입에 먹을 걸 왕창 물고 노숙자들과 잠시 얘기도 나누고 서로 삶도 나누며 시티 거리에서의 저녁을 보냈었다.
지금은 시티 밖, 핸더슨 라누이 지역에 노숙자들은 아니지만 거의 끝자락에 다다른 이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나눔을 하고 있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늘 긴장하며 두려운 마음으로 나눔을 하러 다닌다.
‘내가 정말 그들을 존중하고 있는? 나와 같은 동일 선상에 있는 사람 대 사람으로서 대하려는 마음가짐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들을 끊임없이 물어보고 있다.
봉사활동과 구제 활동을 하면서 ‘이런 일들을 왜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집요한 질문이 늘 있었으면 한다. 참 쉽게도 본인이나 본인이 속한 단체의 양심의 만족과 드러나는 자선활동의 충족에 빠지기 쉬운 것 같다. 사람들이 손뼉 쳐줄 일이기에, 그래서 겸손을 보이려 하지만 씰룩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을 때도 있기에 더욱이 조심하고 마음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함을 자주 느낀다.
리커넥트 팀과 자주 얘기하는 부분이 ‘우리가 늘 우리의 대상을 생각하고 있느냐?’와 ‘정말 그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려는 마음으로 일들을 진행하고 있느냐?’이다. 가끔 우리의 대상을 존중하기보다 우리의 성과를 앞세울 때도 있어 크게 반성하고 또 아예 갈아엎은 적도 있었다.
내가 사랑을 주기보단 사랑을 서로 주고받는 것,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내가 더 잘 살아서, 더 잘 알아서 사랑을 하는 것도 아니길, 오히려 내가 낮아지면 낮아졌지 내가 사랑함을 통해 조금의 우월감이라도 느낀다면 그건 참으로 경계해야 할 마음이겠다.
내가 푸드팩을 나눠주고 초콜릿을 받듯이, 내가 사랑을 하려고 하면 나 또한 사랑 받게 되는 것이 참 감사하고 행복한 섬김의 발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