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 운전 연습 좀 시켜주세요.”
운전 좀 해라, 해라 해도 그렇게도 안 하던
겁많은 딸이 드디어 운전을 하겠다고 운전 연수를
요청해 왔습니다.
차는 미리 사다 놓고 앞마당 주차장 지킴이로
세워만 놓더니 운전을 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딱 한가지죠.
“고등학교 때 따 놓은 러너라이센스가
올해 8월이면 끝나요. 러너 딴지 벌써 10년이나 되었어요. 이번에 꼭 제한면허 따야 해요.”
올 8월까지 제한면허를 따지 않으면
다시 필기시험을 치러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 온 겁니다.
그래도 간혹 연습을 해왔던 터라 동네부터 시작하여
점점 지경을 넓혀가며 운전 연습을 시킵니다.
사거리도 건너고,
코너도 돌고,
라운드어바웃도 돌고,
언덕도 오르고 내리막길도 내려가며
엑셀과 브레이크와 운전대 감각을 익힙니다.
그런데 그게 맘대로 됩니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엑셀과 브레이크로
서 있는 앞차 엉덩이 바짝 가서 멈춰 서는 바람에
간이 떨어져 밖으로 튀어 나오기도 하고,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풍선처럼 부풀기도 하고,
코너를 돌면서 중앙선을 넘어가는 바람에
으으으으악! 소리를 지르며
주여~주여~주여!
주여 삼창(?)을 속으로 외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도 엄마답게, 어른답게, 베테랑 운전자답게
목소리 깔고 격려와 위로의 말을 합니다.
“엄마도 처음에 운전할 때 다 그랬어!
그랬습니다.
저도 처음엔 속도를 내지 못하는 바람에
늘 맨 앞에 가는 대장이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차를 뒤에 달고 다녔는지 모릅니다.
어느 날, 교회 학생이 친구와 함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언덕 너머에서 차 한 대가
슬슬 넘어오더랍니다.
그 뒤에는 수십 대의 차들이 줄줄이 따라 오구요.
“저건 민폐야 민폐!
키위 할머니가 속도도 못 내고 벌벌대고 오시는구먼!”
저건 민폐라고 생각하고 앞선 대장 차를 보니
운전자가 바로 저더랍니다.
그러나 지금은 툭하면 스피드 벌금 통지서를 받을 정도의 특출하게 뛰어난 실력자(?)가 되어 있습니다.
“너는 엄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냐. 넘넘 잘하고 있어!”
한 번 두 번, 하루 이틀,
날이 갈수록 점점 실력이 늘어만 갑니다.
이제는 모토웨이도 곧 잘 달립니다.
처음으로 3km 되는 터널을 지나 온 날은
속이 울렁거리고 허리도 아프고 배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온몸이 아프다고 합니다.
그래도 지금은 시키는 대로 잘합니다.
왼쪽으로 가라 하면 완쪽으로 가고,
오른쪽으로 가라 하면 오른쪽으로 가고,
라운드를 돌라 하면 라운드를 돌고,
빨간 불 스톱! 하면 브레이크를 밟고,
파란 불 가! 하면 엑셀을 밟고…
저도 당연히 초보 때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내 맘대로 달립니다.
그냥 냅다 달립니다.
가끔 신호등도 무시합니다.
그렇게 내 맘대로 냅다 달리다 보니
말씀의 빨간 신호등 앞에서도 엑셀을 밟기도 하고,
말씀의 파란 불 앞에서도 브레이크를 밟기도 하고…
이런 나 때문에 하나님께서 많이 힘들어 하시죠.
초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씀의 엑셀과 말씀의 브레이크 조절이 잘 안 되네요.
말씀 앞에서 나의 뜻을 멈추고
말씀 앞에서 하나님의 뜻을 구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단 말입니다.
나의 고장 난 엑셀과
나의 고장 난 브레이크 어떻게 고쳐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