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찢지 마세요!”

“종이에 손가락을 벤 적이 있나요?”
“아니요, 없습니다.”

“그럼 종이 뭉치로 얻어 맞은 적이 있나요?”
“아니요, 없습니다.”

정서불안으로 자리에 앉기만 하면 종이를
자꾸 찢는 버릇이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무리 고치려 해봤지만 그 버릇을 고칠 수가 없어서
혹시나 정신이상이 있나 해서 정신과를 찾아갔습니다.

만나는 의사마다 묻습니다.
“종이에 손가락을 벤 적이 있나요?”
“그럼 종이 뭉치로 얻어 맞은 적이 있나요?”

종이로 인한 어떤 상처나 트라우마가 없는지라
답답할 노릇입니다.

한 군데만 더 가보기로 하고 정신과 병원문을
두드렸습니다.

“저는 과거에 종이로 베거나 종이에 대한 어떤
트라우마가 없는데도 자리에 앉기만 하면 불안해서
자꾸 종이를 찢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 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빤히 쳐다보던 정신과 선생님이 단호하게 한마디 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찢지 마세요! 안 찢으면 될 거 아닙니까?”
“Yes, Sir! 넵, 알겠습니다!”

직빵 처방을 받은 그 사람…
직빵으로 순종하고는 그 후로 종이를 안 찢었답니다.

그러게요…
그 처방이 나에게도 늘 내려지는데…

“걱정하지 마요!”
“넵, 알겠습니다.”

“염려하지 마요!”
“넵, 알겠습니다!”

시키는 대로 내가 다짐하고 결단하면 되는데
앉기만 하면 걱정을 붙들고 찢고 있고
앉기만 하면 염려를 붙잡고 찢고 앉아 있으니
늘 앉은 내 자리엔 쌓이는 건 걱정 부스러기요,
쌓이는 건 염려 덩어리뿐입니다.

진리의 삶을 추구하고
아름다운 사람을 추구하는
크리스천라이프 창간 16주년을 보내고
2021년 창간 17주년을 맞이하면서
지나간 세월을 새삼 돌아봅니다.

처음엔 늘 찢어진 종이 부스러기가
내 주위에 가득했습니다.

앉기만 하면 자꾸 찢었습니다.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고
내 힘으로 하려고 했기 때문이었지요.

10년 세월이 지난 지금은
간이 튼튼해지다 못해 밖으로 튀어나왔는지
겁나는 게 없고 무서울 게 없습니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Yes, Sir!”

나도 하나님의 직빵 처방을 받고
직빵으로 순종하려고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400호까지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큰 산도 만나고,
큰 강도 만나고,
끝없는 광야도 만나고
골리앗도 만나면서
사울의 칼과 방패와 갑옷으로 무장도 해보았지만

그러나 만군의 여호와 이름으로
맷집도 생기고 깡도 생기고 배짱도 생김으로 인해
더욱더 하나님을 신뢰함이 견고해졌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얻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

세상은 우리를 미련하다고 놀릴지라도
구원받은 우리는 하나님의 능력임을 믿기에

온 지구촌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을지라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성령이 우리 안에 역사하심으로 인하여
세상을 넉넉히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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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