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더우면 땀이 흐른다. 추우면 몸이 떨린다. 아프면 얼굴을 찌그린다. 피부도 신호를 보낸다. 빨갛게 부으면 상처가 났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자세히 살피면 그 신호를 해석할 수 있다. 코 안 쪽이나 목 안에 상처가 생기면 재채기가 시작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상처에도 우리 몸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20세기에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두뇌 속의 신호도 사진으로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오클랜드의 한 회사에 출근하게 된 케빈 로버츠가 깜짝 이벤트로 동물원의 사자를 빌려서 함께 출근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는 ‘사랑’이라는 말을 들으면 두뇌 세포에서 빛이 난다는 점에 착안해서 광고 시장의 10대 아이디어 상을 받기도 하였다.
21세기에는 마음에 상처가 생기면 두뇌는 몸에 상처가 생긴 것과 똑같은 반응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때려서 몸에 입힌 상처나 말이나 댓글로 마음에 입힌 상처가 똑같다는 것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웨슬리의 참회반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무서운 것은 현대 과학기술로도 초기 증상을 쉽게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증상 감염이라고 불린다. 다행인 것은 ‘발열, 기침, 구토, 설사’의 순서로 진행되는 몇 가지 증상을 이제라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 좀 더 증상을 정확하게 구별하면 치료 방법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몸에도 마음에도 영혼에도 쉽게 상처를 입는 우리는 약한 존재이다.
18세기 옥스퍼드 종신 교수이면서 목사였던 존 웨슬리는 암호일기를 쓰는 동안에 참회 반(Penitents’ Band)이라는 소그룹 모임을 시작하였다. 영혼에 생긴 상처를 치료하는 목적으로 시작한 모임이었다.
속회와 반(Band)으로 나뉜 소그룹 모임에서 대부분은 믿음이 성장하였지만, 몇몇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 상처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웨슬리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일주일에 한 번씩 반(Band) 모임에 참석하면서 그들 대부분은 믿음에서 믿음으로 날마다 성장하였다. 하지만, 몇몇은 믿음을 잃었다. 큰 잘못을 저지르고 한 번에 믿음을 잃기도 하였고, 거의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실수가 쌓이고 쌓이면서 조금씩 믿음에서 멀어지기도 하였다. 옳고 착한 일인 줄 알면서도 행하지 않고 피했던 죄가 쌓이고, 가슴을 뚫고 일어서는 죄의 싹을 끊지 못해서 쌓이고, 깨어 기도하지 못해서 쌓이는 좋지 못한 습관들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은 믿음을 잃는 결과를 가져왔다. 노력도 해보고 기도도 해보았지만 더 이상 회복되지 않았다. 그런 그들이 자발적으로 원해서 만든 특별한 모임이 ‘참회반’이다.” – “A PLAIN ACCOUNT OF THE PEOPLE CALLED METHODISTS” IN A LETTER TO THE REVEREND MR. PERRONET, VICAR OF SHOREHAM, IN KENT, Written in the year 1748
참회반의 구성과 운영
남아 있는 기록 가운데 비교적 최초의 기록은 1741년 3월 18일(수요일) 일기이다.
“저녁에는 믿음의 성장이 더딘 여성들을 특별반으로 묶어서 따로 만났다. 하나님의 은혜를 믿지 못하는 여러 증거들이 그들에게 나타난 것에 대해서 심하게 나무랐다. 하나님의 말씀을 믿지 못하고 그 말씀에 민감하게 응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령께서 우리 모두를 위해서 슬퍼하시고 탄식하시는데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살아가는 데 무뎠다.”
그 뒤로 참회반에 대한 기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선발 신도회(Selected Society or Selected Band)에 관한 기록보다 더 찾기 힘들다. 남의 잘못을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빌미를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4만 번의 설교, 2백 권의 저작, 65년 동안 기록한 자세한 일기 속에서도 찾을 수 없다.
참회반의 구성과 설립 과정은 페로네트 목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단편적으로 소개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할 수밖에 없다.
구성은 반(Band) 모임과 같다고 해야 한다. 3명 4명 또는 아주 작은 규모의 소그룹 모임이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래야 참회반이 자발적 모임이었던 것도 설명할 수 있다. 스스로 자기 생활을 절제하려고 결심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속회 모임도 생활의 절제와 훈련을 목표로 하였지만, 반(Band) 모임은 더욱 철저한 자기 관리를 목표로 하였다. 4명 정도 작은 인원이었던 것도, 남녀를 구별해서 따로 모였던 것도, 자발적인 모임이었던 것도, 모두 다 ‘내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허심탄회한 상태로 나누며 서로를 지지하려는 목적이었던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운영되는 반(Band) 모임에서 자신의 결점과 현실에 타협하는 죄를 발견한 다음에 나쁜 생활 습관을 교정하려고 자발적으로 따로 구성한 모임이 참회반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웨슬리는 그들을 향해서 아주 심한 꾸지람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었다.
참회반의 설립 과정
동기 시작한 동기는 쉽게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사소한 실수를 무시해서 전체 신앙생활이 무너지는 결과를 경험으로 느끼는 데 있었다. 생활 속에 남아 있는 죄의 뿌리를 반성할 만큼 깨어 기도하고, 아주 작은 죄의 싹이라도 움트면 스스로 아픔을 느낄 수 있는 훈련된 소그룹 모임이 동기가 되었다. 작은 아픔까지 느낄 수 있는 민감한 영성이었다.
요청 아픔과 문제를 스스로 극복하지 않고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였다. 관찰 오랫동안 함께 한 전문가의 관찰과 검증으로 문제를 정확하게 판단하였다.
분리 참회반의 모임 시간은 토요일 저녁이었다. 일주일 동안 가장 자유로운 시간이었고, 18세기 당시에는 술을 마시기 좋은 시간이었고, 오락을 즐기기 좋은 시간이었다. 참회반은 의도적으로 토요일 저녁 시간에 모였다. 익숙한 규칙, 익숙한 장소, 익숙한 시간, 익숙한 습관, 익숙한 사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일부러 그 시간에 모임을 가졌다.
기도 각자의 상황에 맞는 기도, 찬송, 대화를 하였다. 찬송은 노래하는 기도였고, 대화를 통해 성경에서 가르치는 말씀으로 권면하고 조언하였다.
참회반은 독특한 소그룹 모임이었다. 아픔과 죄와 습관을 치유하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완전한 믿음으로 성장하기 원하는 모임이었다. 좁은 문을 열고 들어가서 하나님 나라로 향하는 길을 함께 걷기 원하는 사람들의 특별한 소그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