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재앙으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교회는 공 예배의 문을 닫고 영상으로 대체하는 일을 경험하면서 우리가 늘 누리고 있었던 가치를 새삼 다시 깨닫고 있다. 디지털 기기와 마스크가 일반화되는 비대면의 시대가 우리 곁에 온 것을 우리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우리가 사는 뉴질랜드는 지난 3월 25일부터 전국이 봉쇄되고 이동금지령이 내려져 약 10주 동안 교회 모임이 불가능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교회마다 영상을 미리 준비하여 실시간 온라인 예배를 드리거나 교회의 사정에 맞게 최선의 방법을 찾아 예배를 드렸을 것이다.
파머스톤 노스는 웰링턴과는 차로 2시간, 오클랜드와는 약 7시간 거리에 있는 인구 8만 5천 명 정도의 학생의 도시로 메씨대학 본교가 있는 북섬의 중소도시이다. 파머스톤 노스 한인교회는 약 24년 전에 세워졌으며 현재 다섯 번째 목회자가 목회하고 있는 작은 교회이다.
우리 교회는 약 4년 전부터 구세군교회를 빌려 낮 1시에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원래 사용하던 타운 중앙의 키위교회 건물이 지진 보강공사를 위해 옮겼고, 내년에 지진 보강공사가 무사히 끝나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우리 교회처럼 작은 규모의 교회들은 이번에 록다운과 같은 상황에서 장비와 인력 등의 어려움으로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록다운 기간의 예배와 분위기
파머스톤 노스 한인교회는 록다운 동안 온라인 예배를 시도하는 대신 각자의 처소에서 가정별로, 개인별로 예배를 드린 후 말씀의 은혜를 나누는 아날로그 방식을 선택했다. 목사는 주일예배 순서지와 설교 전문, 그리고 묵상을 위한 성경 문제들을 토요일 밤에 전체모임방에 올렸다.
성도들은 각자 정한 주일 오전 예배 시간에 모여 성경을 펴서 읽고, 대표 기도를 하고, 찬송을 부르고, 가족 중의 한 사람이 설교문을 읽으며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드린 후에 인증사진과 그날 본문 말씀에 대한 성경 문제를 풀어보고 전체모임방에 올려 은혜를 나누도록 권면했는데, 성도들은 예배 인증사진을 올리는 것보다 말씀 묵상 올리는 것을 더 좋아하며 동참했다.
특히 학생 청년들이 성경 문제를 풀어서 전체모임방에 적극적으로 꾸준히 올려주었다. 성경 문제중에는 초등학생도 풀 수 있는 단답형도 있었지만, 깊은 묵상을 요구하는 문제들도 있었는데 학생 청년들의 묵상이 참으로 은혜와 감동을 주었다. 주일날 이른 아침부터 오후 저녁까지 띄엄띄엄 올라오는 그들의 묵상을 읽으며 어른 성도들은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우리는 더 없이 은혜롭고 특별한 11번의 주일을 보낼 수 있었다.
어려움 중에도 우리 성도들은 온라인으로 헌금을 드렸고 헌금액은 평상시와 별 차이가 없었다. 교회를 세우고자 애쓰는 충성된 사람들의 헌신이 참으로 감사했다.
파머스톤 노스 한인교회는 록다운 기간에 전체모임방을 통해 정보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알 수 있었다. 그때는 코로나 확진자가 전국 여기저기서 늘어나고, 레벨이 올라가는 심각한 상황이어서 성도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말씀이 주는 힘과 위로로 생명력 넘치는 일상을 살 수 있어
그리고 태어난 지 100일이 지나도록 만나지 못하는 성도의 아기를 전체모임방에서 사진과 영상을 통해 반갑게 만나는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우리 교회 성도들은 지금도 록다운 기간에 예배드렸던 본문 말씀을 기억하고 묵상의 은혜로웠던 나눔을 그리워하곤 한다. 참석만 하는 온라인 예배였다면 맛보기 어려웠을 가정예배에서 말씀의 은혜를 맛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말씀을 사랑하는 사람은 쉽게 요동하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 성경 요절 말씀을 보냄으로 자녀들과 성도들과 동역자들과 365일 연결되어 기도의 연결고리로 삼고 있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의 요절 말씀을 순서대로 한국어와 영어 각각 3 버전으로 타이핑하여 매일 아침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위기를 만날지라도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을 통해 말씀을 암송하는 그룹이나 성경을 통독하는 그룹에 속하여 매일 말씀과 동행한다면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때를 살아갈지라도 말씀이 주는 힘과 위로로 생명력 넘치는 일상을 살 수 있다. 우리 성도들도 우리 자녀들도 스스로 성경을 펴서 읽으며, 스스로 무릎을 꿇고 입을 열어 기도하며, 소수가 모이는 가정에서도 예배하는 삶이 훈련되어야 한다. 말씀의 반석 위에 서지 않으면 모래성같이 다 쓸려 내려가고 말 것이다.
COVID-19 사태 통해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 깨닫게 돼
우리는 이 코로나 재앙을 통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 환경으로 이끄심으로 우리는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과 인간의 계획이 참으로 아무것도 아님을 처절히 깨달았다. 그리고 서로에게 연결됨의 소중함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어려움 중에도 행복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록다운이라는 비상사태가 없었다면, 오클랜드로 대학을 간 지 몇 년 된 아들이 학기 중에 갑자기 집으로 돌아와서 부모와 함께 온종일 함께 지내고 두 달 반이나 집에만 머물며 삼시 세끼 얼굴 보고 밥 먹으며 닭볶음탕을 어떻게 만드는지 가르쳐 줄 시간은 없었을 것이며, 부모와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며 예배하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도 없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오클랜드에 남아 있던 딸들과는 화상 미팅(Zoom)으로 대화하던 일도 행복한 추억이 되었다.
파머스톤 노스 한인교회는 Kiwiway라고 부르는 국제 여성들의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키위 교회에 자원봉사자를 요청하여 영어를 배우는 목적으로 10여 년 전에 매주 모임으로 시작되었으나, 몇 년 전부터는 매달 정기모임으로 무슬림을 포함하여 9개국의 여성들이 모이고 있다. 그들의 생일에 케이크를 만들어 섬기며 겉으로는 친목이지만 전도의 목적으로 그 모임을 이끌고 있다.
감사하게도 그들 중에서 일본인 중국인이 우리가 소속된 키위 교회로 전도되어 세례를 받고 성가대원으로 섬기고 있다.
록다운 동안에는 그들과 함께 만 보 걷기 단체방을 만들어 매일 얼마나 걸었는지를 사진으로 올리며 서로 격려하며 활기차게 지내도록 도왔고, 대면 모임이 가능해졌을 때는 집에 모여 음식을 나누며 즐겁게 지냈다. 접촉을 꺼리는 비대면의 시대에는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고립되므로 어떻게든 연약한 이웃들과 서로 연결하여 안부를 물으며 돌아보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하다.
뉴노멀 시대에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회복되기를
교회와 성도가 뉴노멀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기독교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초대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 그리고 부활의 생생한 복음에 기초하고 있다. 율법주의의 행위 구원론, 그리스도의 인성을 부인하는 영지주의 이단과 유대인과 로마 황제들의 무서운 박해 속에서도 초대 교회와 성도는 복음의 뜨거운 신앙을 잃지 않고 오히려 복음으로 세상을 정복해 나갔다.
종교개혁 시대도 마찬가지다. 종교개혁 시대는 중세의 잃어버렸던 신앙을 초대 교회의 신앙과 가치로의 회복을 추구했다. 무서운 위협과 박해를 무릅쓰고 행위 구원을 반대하고 오직 은혜로 말미암아 믿음으로 얻는 구원을 강조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고자 분투했다.
종교 개혁자들의 외침은 인간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자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가 회복해야 할 신앙과 가치는 바로 초대 교회의 생생한 복음이다. 결국, 교회가 살고 교인이 사는 길은 예수 그리스도 복음을 통해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닌가!
뉴노멀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준비해야
미래가 불확실하고 불안한 시대에 교회와 교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위기의 때는 기독교의 핵심 윤리인 사랑을 실천할 기회이다. 종말의 때 무슨 징조가 있을지 질문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전쟁, 기근, 지진 등을 예고하셨다. 세계를 마비시킨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종말의 때에는 사랑이 식어 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점점 더 자기를 사랑하고 돈을 사랑하고 쾌락을 사랑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큰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들이다.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돕는 실제적 행동이 있어야 한다.
학생은 왜 공부하는가? 성도는 왜 직장생활을 하고 사업을 하며 부를 축적하는가? 교회는 왜 세상 한복판에 있어야 하는가?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이다. 종말의 증상은 교회와 성도들에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사랑을 준비하고 실천하라는 말씀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 교회와 성도는 위기 상황에서 사랑을 실천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질문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간절히 소망하며 기도하는 본 교회의 장단기 목표
파머스톤 노스 한인교회는 예배 공동체, 사랑 공동체, 선교 공동체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코로나 전이나 후나 변함없는 몇 가지 장단기적 실천목표가 있다. 우선, 국제 소그룹 활성화를 통해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고 전도를 훈련하여 현지인은 물론 외국인 등 지역 복음화에 기여 하는 것이다.
둘째, 학생들을 도와 글로벌 리더로 준비시키는 것이다. 학생의 도시라는 별칭을 가진 파머스톤 노스는 놀거리나 갈 곳이 별로 없는 도시이다. 그러므로 아버지가 자녀를 직접 말씀으로 교육하는 신앙학교를 세우고, 교회가 호스텔을 운영하여 대학생들을 돕고, 신앙을 훈련하는 장을 갖추기를 꿈꾼다.
셋째, 노인을 위한 문화가 필요하다. 뉴질랜드의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이 외로움을 겪지 않고 천국 소망을 가지며 그리스도인의 행복한 삶을 추구하도록 노인대학과 교제 문화가 있기를 바란다.
넷째, 지역 사회에 유익을 줄 수 있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교회가 언어, 음악, 스포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난민과 다민족을 돕고, 호스피스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복음 전하기를 소망하며 기도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봄이 왔다. 자연은 전염병과 상관없이 하나님의 법과 질서에 순종하여 제 기능을 다 하고 있다. 겨울에도 만발했던 목련꽃은 새싹으로 바뀌고, 나무들도 꽃이 피고 움이 돋고 있다. 교회와 성도들도 봄과 같이 꽃이 피고, 움이 돋기를, 이 전염병의 유행이 지나는 동안 그리스도인의 본질적인 신앙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복음의 꽃을 피우고, 새싹이 돋아나고, 넓적한 잎으로 뜨거운 태양을 막아주는 그늘과 풍성한 열매를 제공하는 교회와 성도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