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시대에 필요한 속회

지난 8월 1일, “코로나19가 오래 지속될 것이다” 하는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위원회의 발표가 있었다. 뉴질랜드 감리교회에서는 지난주 7월 30일 상황별 대응 방법을 도표로 만들어서 각 교회에 전달하였다.

메소디스트 웨슬리의 방법은 300년이나 묵었지만, 여전히 배울 것이 있다. 그 뿌리가 “오직 성경”과 “오직 예수”에 있으면서도, 르네상스 이후 산업혁명을 주도한 이성과 과학과 지식을 무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00년 동안 꾸준히 사용되면서 다듬어진 방법이기도 하다.

특별히, 암호 일기 쓰기에서 시작한 (1) 분석하는 방법과 (2) 조직하는 방법은 주목할 만하다. 성경 읽기에서도, 사회봉사에서도, 각종 저술에서도, 교회 활동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를 소그룹으로 나누고 여러 소그룹을 상황에 따라서 다시 묶는 방법이 인상 깊은 것도 그 뿌리가 한결같기 때문이다.

기본 속회 운영 방법
구성 : 12명
모임 : 일주일에 한 번
질문 : 실제 생활을 묻는 질문.
헌금 : 각자 1페니, 가난한 사람의 헌금은 리더가 대신함.

질문의 내용은 “기독교인으로서 올바로 생활하였는지?” “영혼이 건강하도록 신앙생활을 하였는지?”였다. 또한, 리더는 기회가 되는 대로 속회원을 만나 건강한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권면하고 격려하였다. 1페니 헌금의 가치는 뉴질랜드 골드 코인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당시 한 끼 식사는 3페니 정도였고, 커피 한 잔 가격이 1페니였다고 한다. 하지만 1페니는 지난 300년 동안 속회를 지속시킬 만큼의 가치를 가졌다. 본래 1페니 헌금은 교회의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https://en.wikipedia.org/wiki/Beer_Street_and_Gin_Lane#/media/File:GinLane.jpg
18세기 음주 문화가 사회에 끼친 나쁜 영향을 고발하는“진 거리” 1751

속회의 역할
코로나19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속회(소그룹)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속회의 기본 역할 때문이다. 리더를 포함해서 12명은, 남녀노소 빈부귀천 지식의 많고 적음에 영향을 받지 않고 리더가 속회원을 돌볼 수 있는 숫자이다.

물론 “속회”보다 더 작은 규모의 “반”을 만들었지만, 반의 역할은 속회와는 아주 달랐다. 그래서 속회 리더는 아무 부담 없이 속회의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돌봄과 성장에서 부족한 부분은 “반”에서 채워주는 구조였다. 속회의 리더는 자신의 맡은 역할에 충실하기만 하면, 계속하는 동안에 저절로 리더십을 성장시킬 수 있는 구조였다.

그렇게 해서 여성도 노예 출신도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리더도 훌륭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다. 리더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자격을 따지는 사람들과 마찰이 생기기도 하였지만, 웨슬리는 꾸준히 질문할 수 있으면 누구나 리더로 세웠다.

리더가 질문하면 속회원이 한 사람씩 대답하였다. 단순한 질문과 대답이 계속되는 동안에, 관계가 이어지고 생활이 바로 잡혔다. 관계를 이어주는 속회의 역할과 생활을 훈련해서 바로 잡아주는 속회의 역할이 중요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속회가 필요한 이유이다.

속회를 지속하는 방법
웨슬리가 사용한 속회를 지속하는 방법은 암호 일기를 쓰는 방법과 꼭 닮았다. 가장 쉬운 것을 찾아서 단순하게 무한 반복하며 시간마다 점검하는 방법이었다. “예수께서는 어떻게 하셨을까?” 하는 짧은 질문에 평생 40만 시간을 집중했던 웨슬리 본인을 생각하면, 진짜 기독교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작은 생활 습관부터 고쳐나가는 데 얼마나 최선을 기울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단순하게 성경에서 가르치는 말씀을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든 질문을 리더가 질문하고 속회원이 대답하는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지만, 당시 사회 문제가 되었던 음주 문화를 뿌리부터 개혁하는 방법이었고, 항상 기도하며 감사하는 생활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방법이었고, 날마다 성경 읽는 생활을 응원하는 방법이었다.

속회는 “세상의 죄를 끊고 구원받기를 원하는 열망”을 매 주일 점검하는 소그룹이었다. 꾸준히 참석하기만 하면, 진짜 기독교인으로서 생활 습관 훈련할 수 있었다. 생활에 실천하지 않으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 매 주일 반복해서 대답했기 때문이다.

생각은 온 세상을 가슴에 품고 기도하며 하나님 나라의 큰 그림을 그리고, 생활은 손이 닿는 작은 규모의 실천에 최선을 다하였다. 12명을 기본으로 하는 속회는 그렇게 서로의 생활을 점검하고 격려하는 소그룹이었다.

코로나19와 속회
새로운 바이러스가 수많은 사람의 직장을 잃게 하였다. 하늘길을 막고 2m 거리두기와 철저한 개인위생을 가르쳤다. 전에는 반갑게 악수하고 껴안던 가까운 이웃들도 만나면 멈칫하면서 새로운 인사법으로 인사하기 시작하였다.

속회의 역할을 다시 활용할 시간이다. 외로운 사람이 더 많이 외로워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세상을 이미 경험하였다. 단절이 익숙한 일상이 되어 간다. 하지만 세상의 어떤 존재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속회는 외로운 사람에게 말을 건다. 진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보자고 질문한다. 21세기 새로운 시대에 속회가 다시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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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감리교 신학대학원 졸업. 뉴질랜드 트리니티 대학에서 리더십에 관한 교사와 연구 학생으로 수학했으며, 현재 뉴질랜드 감리교회가운데 한 교회에서 영어 설교 목사와 한인 제자들교회 담임을 하고 있다. 존 웨슬리 암호 일기 연구해 “방법쟁이” 책내고 자기만의 암호 일기를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