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 집 부엌에 가면 세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게 뭔지 아세요?”
“그러게, 그게 뭘까?”
“우리 집에도 그 세 가지 공통점이 다 있어요.”
“그래? 우리 집에도 그 세 가지가 다 있다구?”
“네, 한번 찾아보셔요.”
한국 사람 집 부엌에 있는 세 가지 공통점이 뭘까? 하고
우리 집 주방을 둘러봅니다.
“음~, 커피 머신? 정수기? 압력밥솥이나 전기밥솥?”
“아뇨~!”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힌트 없이 빙그레 웃고 서 있는
아들을 향해 힌트를 구합니다.
“글쎄, 그게 뭘까? 궁금하네!”
“첫째는요, 오븐을 안 쓰고 그 오븐 속에
프라이팬을 넣어 두는 것이구요,
둘째는요, 식기세척기 고장 났거나 식기세척기 안 쓰고
그 속에 냄비나 큰 그릇 잔뜩 넣어두는 것이구요,
셋째는요, 비닐봉지 넣어두는 주머니 하나씩 매달아 놓은 거래요.”
“정말 그렇네. 딱 우리 집 부엌, 엄마 스타일이네!”
“그 얘기 듣자마자 우리 집 부엌, 그리고 엄마 생각났어요.”
그러네요.
하나도 안 틀리고 그 세 가지 공통점이 우리 집에
다 있습니다.
우리 집 오븐 속에는 늘 프라이팬이 잔뜩 들어 있습니다.
식기 세척기 고장난 지 그 어느 때인가?
식기세척기 안에는 냄비 뚜껑,
잘 안 쓰는 큰 그릇들이 잔뜩 들어 있고,
문고리에는 비닐봉투 가득 들어 있는 주머니가
늘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처음 이민 와서는 오븐이 무척이나 바빴었죠.
쿠키도 굽고,
빵도 굽고,
홍합도 굽고,
고기도 굽고…..
무엇이든 오븐에 구웠습니다.
그런데 전기요금이 장난이 아닙니다.
오븐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처음 이민 와서 식기세척기도 쉴 틈 없이 바빴습니다.
공장 돌리듯이 매일 돌렸지요.
그런데 손으로 뽀드득뽀드륵 후다닥닥 해치우는 게 빨라
식기세척기 사용을 멈췄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의 편리함을 위해
비닐봉다리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하나도 안 버리고 주머니 속에 꾹꾹 눌러 넣었습니다.
그런데 그로 인해 지구가 많이 아프답니다.
비닐봉지 줄이고 시장 가방 들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만드신 세상!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셨던 이 지구!
비록 죄악이 관영하여 아파하고,
바이러스가 온 땅에 편만하여 혼란할지라도
내 속에 충만한 세상 온갖 잡동사니만 할까요?
뜨겁게 달구어져야 할 오븐,
깨끗하게 씻겨주어야 할 세척기,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 채워져야 할 예쁜 주머니!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채워버린 나의 잘못입니다.
제 일을 하지 못하도록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채워버린 나의 마음입니다.
아니요, 제 잘하는 꼴 보기 싫어
온갖 잡동사니 생각으로 판단했던 나의 못된 심보입니다.
오븐은 오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세척기는 세척기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예쁜 주머니는 예쁜 것을 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찬 나의 마음을 비울 수만 있다면
하나님 싫어하시는
미움 다툼 시기 질투 불의 추악 교만 욕심 탐욕 욕망 악의
악독 분쟁 판단 비판 정죄 사기 비방 분노 모욕 음욕 무시
무자비 거짓증언 더러운 말 악한 생각……
내 안에 있는 이러한 모든 것이 사라질텐데요.
주여, 살려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