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와 웰링턴 한인교회

“어머니! 제발 고집 좀 그만 부리세요!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니에요!”

COVID-19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시작하고 뉴질랜드는 괜찮으려나 했지만 결국은 뉴질랜드도 별수 없이 전 국민 Lockdown(이하 록다운)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수상이 직접 방송에 나와 레벨3을 선포하고 마지막 단계인 레벨4까지 48시간이라는 말미를 주었다. 나는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아들, 이게 무슨 난리니?”

웰링턴 그리스도의편지교회 강성준 목사

3년 전, 20년간의 오클랜드 생활을 정리하고 새로운 교회 개척이라는 명목으로 6명의 대식구를 이끌고 웰링턴에 내려왔을 때 함께 사시던 어머니는 웰링턴으로 내려오시지 않으셨다. 말씀은 친구분들이 있고 그래도 할 일이 있는 오클랜드에 남으시겠다는 것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아들 따라 뉴질랜드까지 왔는데 느지막한 연세에 타지에서도 또 새로운 도시로 옮기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셨을 것이다.

결국 내려가서 자리가 잡히는 대로 모시러 오겠다는 약속만 남기고 어머니만 홀로 오클랜드에 계신지 벌써 3년이나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COVID-19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확산이 되었고 70세 이상 노인들과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은 더욱더 조심해야 하는 뉴스가 여기저기 방송되면서 드디어 전 국민 록다운이라는 발표가 떨어지자 마음이 불안해졌다.

아침부터 서둘러서 어머니께 몇 차례 전화를 드려 내려오시기를 간청했지만, 어머니는 뭐 별일이야 있겠느냐며 한사코 내려오시기를 거부하셨다. 결국 불효인지 알면서도 어머니께 역정을 내고 전화를 끊고 말았다.

하지만 덩달아 안달이 난 아내와 아이들이 돌아가며 할머니를 설득한 끝에 몇 시간 만에 어머니의 항복(?)을 받아 냈다. 그렇게 록다운 기간만이라도 내려오시기로 허락하신 것이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당장 아들과 함께 차를 몰고 오클랜드로 올라갔다.

10시간이나 걸리는 길을 가는 동안에 변해가는 뉴질랜드의 모습이 여기저기 보였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심지어 작은 마을에 들어가면 외부 사람들을 경계하는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뉴질랜드가 이렇게 낯설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다.

우여곡절 끝에 오클랜드에 도착하여 어머니와 짐을 한 차 싣고는 다음 날 다시 웰링턴으로 출발했다. 레벨4가 되면 지역 간 이동도 불가능하게 된다기에 그전에 다시 웰링턴에 도착해야만 했다.

호떡집 불난 것 같이 너무 호들갑을 떨어서일까? 어머니는 손자가 몰고 있는 편안한 자가용 뒷자리에 앉으셔서 울먹이며 말씀하셨다.

“아들, 이게 무슨 난리니? 예전에 6.25 전쟁 때 기차 지붕에 매달려 피난 가던 생각이 난다. 어쩌면 좋니~”

COVID-19로 인한 다양한 변화
맞는 말씀이시다. 지난 몇 달간 우리가 겪은 COVID-19로 인한 변화들은 마치 전쟁에 견줄만한 변화를 가져왔다. 심지어 사람들은 종말론을 들먹이며 이제 예수님 다시 오실 날이 머지 않았다고들 한다.

요즘은 오래된 영화라도 재앙과 종말에 대한 영화들이 다시 뜨는 시대가 되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이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종말의 징조는 성경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징조들로 본다면 정말 심판의 날이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한가지는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부터 세상은 이미 종말론적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평상시를 종말처럼 살아야 하는 것이 더 성경적인 우리들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COVID-19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오늘날을 어떻게 종말론적으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실험의 시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웰링턴에 사는 한인은 도전 정신으로 변화에 준비돼

일상을 종말처럼 살아야 하는 것이 더 성경적인 기독교인다운 모습

종말론적으로 산다는 것은 한마디로 오늘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이 내일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오래전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종말을 외치고 산으로 들어갔던 어떤 종말론자들처럼 살라는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 우리가 지금은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들이 없어져 버리는 상황을 견뎌내는 순발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 예배를 못 드리는 상황이 와
그 대표적인 예가 COVID-19로 인해 현장 예배가 멈추어진 시간을 보내야 했던 일이다. 많은 사람이 토요일이 지나면 당연히 일요일이 오고 일요일에는 늘 예배가 정해진 장소에서 드려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피곤하거나 기분이 안 좋으면 ‘에이~ 이번 주 쉬고 다음 주에 참석하지’라는 생각을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주변에 많았다. 그런데 막상 참석할 수 있는 현장 예배가 사라지자 그것이 얼마나 소중했는가를 비로소 느끼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언제 다시 모일 수 있는가를 그리워하며 다시 모일 날을 소망했다. 그리고 그 간절함은 실제로 온라인 예배에도 고스란히 좋은 영향을 주었다.

물론 현장에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드리는 공 예배와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어려운 상황에서 같은 시간에 온라인으로 함께 예배할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심지어 웰링턴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신 분들과 한국으로 돌아가신 분들도 온라인 예배에 참석을 원하셨다.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느라 여러 가지 힘든 부분들은 있었지만 그래도 방송을 녹화해서 각자 알아서 참여하는 방식보다는 실수가 있더라도 같은 시간에 동시에 참여하여 드리는 생방송 예배가 좀 더 예배의 생동감을 주었던 것 같다.

생방송 예배가 좀 더 예배의 생동감 줘
사실 웰링턴 그리스도의편지교회는 3년 전부터 온라인 생방송 방식으로 새벽기도회를 인도해 오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미래를 준비하는 안목이 있었다기보다는 원래는 마땅히 새벽에 사용할 수 있는 예배당 장소가 없었고 또 젊은 청년들이 새벽기도회 장소에 왔다가 다시 시내로 출근하는 어려움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온라인 생방송 새벽기도회였는데 COVID-19 시기에 드디어 빛을 발했다.

새벽기도회에 한 번이라도 참석해본 성도들은 어렵지 않게 온라인 주일 예배에도 참석하였다. 그리고 내친김에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성경 공부와 교회 회의들까지도 화상으로 진행되었다. 처음은 진행하는 목사인 나조차도 좀 많이 어색했지만, 인도자나 참석자가 모두 점점 익숙해졌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단지 웰링턴 그리스도의편지교회뿐만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실제로 인터넷상에서 교회들의 예배들이 온라인에 올라오는 모습을 관찰해 보면 참 재미있다. 어떤 교회들은 처음에는 실수와 긴장으로 예배의 모습이 영 어색해 보였는데 그것도 몇 주 지나면서 점점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들로 예배 변해 가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교회들은 COVID-19로 인해 예배를 포기하고 주저앉기보다 어떻게 해서든지 하나님을 예배하고자 하는 노력을 스스로 찾았고, 그것은 코로나가 우리 교회들에 가르쳐준 아주 긍정적인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COVID-19 바이러스가 우리의 신앙의 순발력을 많이 높여 준 것 같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것들이 언제든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는 불안감을 주기도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신앙의 순발력을 높여 준다. 그렇게 우리는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교회를 유지하는 힘을 기르는 시험대를 통과했는지도 모른다.

웰링턴은 활기가 넘치는 도시
요즘 방송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는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그만큼 COVID-19로 인한 변화가 크다는 말이다. 나는 이 질문에 대한 신앙적 답변을 웰링턴이라는 도시에서 찾았다.

웰링턴은 활기가 넘치는 도시이다. 물론 웰링턴에도 오랫동안 살아온 토박이들이 많이 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아무도 뉴질랜드를 찾지 않던 초창기에 이곳을 찾아온 개척자의 마음을 강하게 가지고 계신 분들이다.

웰링턴을 활기차게 하는 두 번째 주역들은 또한 청년들이다. 새로운 직장을 찾아 부모 형제를 떠나서 웰링턴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청년들이 아주 많다. 심지어 오클랜드에서 보기 힘든 워킹홀리데이 청년들도 웰링턴에서는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의 삶의 특징은 한마디로 도전의 삶이다. 이번 COVID-19의 시간을 지나며 웰링턴이라는 도시가 변화에 준비된 도시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렇게 웰링턴 전반에 깔린 도전정신이다. 어쩌면 새로운 환경과 삶에 대한 도전정신이 COVID-19에 대한 웰링턴의 특별무기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신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COVID-19 이후에는 평범한 것이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시대가 올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맞는 말이다. 벌써 얼마나 많은 부분이 변화되고 있는지 조금만 생각해 봐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구가 끝났다는 둥 우리는 망했다는 둥 그렇게 주저앉아 있는 것은 참된 신앙인이 아니다. 우리가 정말 종말론적 삶을 살아야 한다면 오히려 앞으로 변화될 일들에 도전해 보는 것도 신앙에 큰 유익이 될지 모른다.

COVID-19는 아직 끝나지 않아
하나님은 원래부터 우리에게 그런 삶을 요구하셨는지도 모른다. 아브라함에게 본토 아비 집을 떠나 하나님이 명령하시는 새로운 땅에 도전하게 하신 것을 본다면 코로나가 재앙이든 종말의 징조이든 자연 파괴로 인한 인간의 실패이든 그렇게 큰 상관은 없다. 어떻든 우리는 그 변화에 도전하여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COVID-19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시 2차 확산을 염려하고 있다.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고 높다. 하지만 COVID-19는 오늘날을 사는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를 향하여 울린 출발신호와 같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이 내일은 없을 수 있다는 이 종말론적 사실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 COVID-19가 들려준 출발신호에 맞추어 새로운 도전의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온라인 예배, 온라인 제직회, 생방송 새벽기도회, 온라인 성경 공부. 그 이름이 무엇이든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하나님 나라를 향한 발걸음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일이라면 도전하고 또 도전해야 할 것이다.

“어머니, 전화 왔어요~, 어머니, 제발 그냥 집안에서도 전화기를 가지고 다니세요” 웰링턴에 내려와 있는 동안에도 어머니 전화기는 불이 난다. 우리 집에서 제일 전화기를 많이 사용하시는 사람이 어머니시다. 심지어 전화만 받으시는 것이 아니다. 전화기의 유튜브로 별의별 영상을 다 찾아보신다.

이번 록다운 기간에 전화기로 드라마를 틀어서 티브이에 연결하여 보는 방법을 가르쳐 드렸다. 조금 어려워하시는 듯하시더니만 결국 해내신다. 팔순이 되신 어머니가 새로운 스마트폰에 도전하는 모습이 새삼 감동을 준다.

도전은 나이의 문제도, 변화의 성격의 문제도 아니다. 하나님이 주신 이 변화무쌍한 세상을 멋지게 살아가는 우리 삶의 보석과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