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열다섯 살이에요”

“우리 집 사서 이사해요.”
알콩달콩 두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던 젊은 성도 가정이 새 집을 사서 이사한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옵니다.

어느 정도 이삿짐 정리가 되자
처음 마련한 그들의 새 집 이사를 축하도 하고
푸짐하게 축복 기도도 해줄 겸 방문을 했습니다.

앞마당에 들어서자 높이 자란 큰 나무가
성탄장식을 몸에 감고 있듯 주렁주렁 나뭇 잎을 매달고
힘에 겨운 듯 우뚝 서 있습니다.

고개를 뒤로 젖혀야 끝이 보일 듯한 나무 꼭대기까지
나무 온 몸을 칭칭 동여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담쟁이 넝쿨이었습니다.

담벼락을 보니 담벼락 역시 담쟁이 넝쿨이
사방으로 멋진 그림을 그린 듯 오글오글
올라타고 갑니다.

나무가 있으면 나무를 타고
벽이 있으면 벽을 타고 넘어가는 무적의 담쟁이 넝쿨

아무리 큰 나무도
아무리 높은 담벼락도
담쟁이에게는 문제가 안됩니다.
그냥 타고 올라가면 되니까요.

우리 집 층계참에도 화분에 담겨 있는
10년이 족히 넘은 담쟁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소리없이 담쟁이 한 줄기가
2층 계단을 타고 오르더니
이젠 방문 앞까지 기어 올라와 있습니다.

죽지도 않고 시들지도 않고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기어 오릅니다.

담쟁이에게는 오르지 못해 포기할 나무가 없고
너무 높아 못 넘을 절망의 벽은 결코 없습니다.
담쟁이는 벽을 타고 자라는
evergreen 입니다.

열다섯 살을 맞은 크리스천라이프가 이처럼 살아왔습니다.
나무가 있으면 나무를 타고,
벽이 있으면 벽을 넘고,
죽지도, 시들지도 않고
오직 한 길 하나님 한 분만 바라보며 오늘까지 왔습니다.

때로는 오르지 못할 나무도 만나고,
때로는 넘지 못할 벽도 만났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그 나무를 오르고,
하나님의 은혜로 그 벽을 넘었습니다.

함께 염려해 주며 기도해 주신
여러분들이 계시기에 그 나무를 또 오르고,
함께 끌어주고 밀어주신
여러분들이 계시기에 그 벽을 또 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한 해, 두 해
이렇게 열다섯 해를 보냈습니다.

이제 또 시작하는 한 해 동안
오르지 못할 나무를 만나도
넘지 못할 벽을 만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겁나지 않습니다.

앞서 가시는 하나님이 계시고,
끌어주고 밀어주시는 여러분이 계시니까요.

그러나 걱정입니다.
그러나 염려가 됩니다.
오르지 못할 나무를 또 오를 수 있을까?
넘지 못할 벽을 또 넘을 수 있을까?

이러한 저희 크리스천라이프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그 기도로
올 한 해도 오르고 넘으며 힘껏 나가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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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