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대로 실천하는 원리.1

사진설명/옥스퍼드 홀리클럽:웨슬리의 방법을 일상 생활에 실천하던 사람들

단 한 마디로 새해를 “최고의 해”라고 불러보았다. 웨슬리의 나이 82세였다. 메소디스트 운동을 시작하던 18세기의 기록이다. 날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기도하였지만, 1785년 1월 1일 새해 첫날에는 평소보다 조금 늦게 6시 30분에 일어났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특별한 철야 기도로 밤늦게까지 기도하였기 때문이다. 그 기도 끝에 “최고의 해”를 꿈꾸게 되었다.

올해가 생애 최고의 해가 되기를
May it be the best year of my life!
[존 웨슬리 일기에서 1785년 1월 1일]

두 시간이나 늦게 일어났지만, 하루 일정이 흐트러진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6시간 숙면을 취하고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똑같은 시간에 충분히 잠자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던 웨슬리가 갑자기 기도 시간을 세 시간이나 늘리면서 잠자는 시간을 줄였던 것은, 그만큼 새해 첫날이 중요하였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 평소 습관을 깨뜨릴 만큼 중요하였기 때문이었다.

오전에 말씀 묵상은 “옛것은 지나가고 새것이 되었다”는 고린도후서에 집중하였고, 오후에는 ‘부정한 것을 만지지 말라’는 말씀에 집중하였다. 말씀 묵상도 웨슬리가 생각하는 믿음의 관점에서 보면 새해를 최고의 해로 만드는데 걸맞는 묵상이었다. 말씀 묵상의 주제는 메소디스트 운동을 시작하던 청년의 때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평생 한결같은 주제였다.

평균 생존 연령이 36.6세였던 그 시대에 82세는 고령의 나이였지만 희망과 목표는 최고로 잡았다. 20대 청년 때 보다도 더 진지하게 가장 높은 수준의 목표를 세우고, “최고의 해가 되기를!” 꿈꾸면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해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하나님의 선한 은혜로 나이 82세를 지나간다. 하나님 때문에 어떤 것도 너무 힘든 일은 없었다. 나이 먹어 힘들다는 것을 느낀 지 이미 11년이 되었지만, 올해도 역시 셀 수 없이 많은 시간을 목이 쉬어서 목소리가 더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설교할 수 있었다. 걷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나이 들어서도 지난 일 년 동안) 힘을 다할 때까지 걷기를 수없이 하였고, 더이상 걸을 힘이 없을 때까지 걷기도 자주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때 조차도, 나이들어 할 수 없다는 느낌은 없었고, 오히려 머리에서 발끝까지 완전히 평안하다고 느꼈다. 이런 나의 건강이 자연스럽게 주어진 건강이라고 감히 주장할 수 없다. 오직 하나님의 뜻에 달려있는 건강일 뿐이다.”
(1785년 6월 28일 화요일 일기)

매일 꾸준한 훈련으로 좋은 방법 찾아가기
웨슬리의 건강은 꾸준한 훈련의 결과였다. 그 훈련은 머리로 아는 대로 뜨겁게 기도하고 일상생활에 실천하는 훈련이었다. 쉬지 않고 훈련하면 좋은 일이 생겼다. 지치지 않고 즐겁게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는 일이었다.

잠자는 시간에 대한 방법도 수십 년을 지속하면서 다듬었다. 몇 시간 잠을 자면 가장 좋은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는지,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려면 몇 시에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지, 웨슬리는 날마다 점검하고 그 시간을 기록하였다.

그래서, 젊어서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났고, 나이가 들어서는 좀 더 일찍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대략 저녁 9시 30분으로 동일했다. 그랬더니,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방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다. 수십 년 동안 날마다 실천하면서 찾은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했을 뿐이다.
강요하지 않는 까닭도 분명하게 기록으로 남겨 놓았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품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가 실천한 여러 가지 경건의 훈련은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선물을 찾아가는 훈련이었다.

웨슬리는 일 년을 단위로 결심을 새롭게 하였다. 새로운 결심을 할 때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감사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였다. 지난 시간 했던 일과 마음에 가졌던 생각과 태도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기억하려고 노력하였다.

기억하는 단계도 세 단계로 나누었다. 마지막 단계는 완벽하게 기억해 내고 모든 것에 감사하는 단계였다. 기억할 수 없으면 반성할 수 없었고, 반성할 수 없으면 온전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 수 없다고 믿었다. 성경에서 배운 삶은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고 십자가를 기억하며 회개하는 삶이었다.

일 년을 단위로 결심을 새롭게 한 다음에는 한 달을 단위로 삶을 요약하였다. 한 달은 다시 한 주로 나누고, 한 주는 다시 하루로, 하루는 한 시간으로 나누었다. 때로는 30분, 때로는 15분, 때로는 10분, 때로는 5분 단위로 나누어 생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기본 단위는 한 시간이었다.

너무 복잡하지 않게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씩 나누어서 실천하였다. 감당할 수 없는 것은 포기하고 버리고 거절하였다. 하지만, 한 시간 단위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감사하는 일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계속하려고 치열한 노력을 쏟아부었다.

노벨 경제학상 받은 ‘제한적 합리성’ 이론이 증명해
웨슬리의 방법이 아주 오래된 구닥다리 꼰대의 방법은 아닐까 하고 고민하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2020년 한 해는 웨슬리의 방법을 따라서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스스로 훈련하는 한 해가 되어도 좋겠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제한적 합리성’이라는 이론이 개발되었다. 경제, 정치, 행동, 심리학에서 중요하게 다루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이론이다. 매 순간 사람에게는 일천백만(11 million) 개의 서로 다른 정보가 주어지는데, 그중에 40개의 정보만 활용하고 나머지는 버린다는 과학적 사실로 증명된 이론이다.

‘제한적 합리성’ 이론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기 거의 300년 전에 이미 웨슬리는 스스로 자신을 훈련하면서 나쁜 습관이나 불필요한 정보를 버리는 훈련을 계속하였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특별히 묵상했던 “부정한 것을 만지지 말라”는 고린도후서의 말씀도 ‘제한적 합리성’ 이론에 따르면 21세기에 가장 필요한 생활 습관의 하나이다.

그렇게 시작된 웨슬리의 방법은 조지 휫필드에 따르면, ‘방법쟁이(Methodist)’라는 별명의 유래이기도 하다. ‘방법’ 또는 ‘규칙’으로 번역되었고, 감리교회라는 이름이 여기에서 나왔다. 어쩌면 감리교회는 “훈련쟁이”라는 별명으로 불려도 좋을 것이다. 온전한 그리스도인을 목표로 경건을 연습하고 훈련하는 방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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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감리교 신학대학원 졸업. 뉴질랜드 트리니티 대학에서 리더십에 관한 교사와 연구 학생으로 수학했으며, 현재 뉴질랜드 감리교회가운데 한 교회에서 영어 설교 목사와 한인 제자들교회 담임을 하고 있다. 존 웨슬리 암호 일기 연구해 “방법쟁이” 책내고 자기만의 암호 일기를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