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일은 한 가지

누구나 열심히 기도하면 껍데기 기독교인은 될 수 있다. 성경에 나오는 바리새인의 열심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들은 성경 말씀을 작은 상자에 담아 이마와 손목에 묶고 기도하였다. 그 상자의 이름은 “테필린”이었다.

일곱 번을 정성껏 팔에 감아 묶고 다시 세 번을 손가락에 돌려 굳게 고정한다. 그러면 말씀 상자는 심장 가까이에 고정된다. 기도할 때는 다른 손으로 말씀 상자를 만지면서 기도할 수 있다.

이마에 묶는 말씀 상자도 끈을 뒤로 돌려 흔들리지 않게 고정한다. 끈을 돌려 고정할 때는 “하나님께서 응답하시리라”하신 말씀을 암송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관문에는 “메주자”라는 문패를 걸어 놓았다. 성경 말씀을 새겨 넣고 그 문을 지날 때마다 입을 맞추며 기도하였다. 누구나 현관문을 열고 나설 때 기도하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때 기도하였다. 문패에 기록한 성경 말씀은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말씀이다.

예수님의 말씀에도 바리새인들은 주목받는 기도하는 사람들이었다. 회당과 큰길 모퉁이에서 자랑스럽게 기도하는 사람들도 그들이었다. 금식하며 기도하였고,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의무도 성실하게 실천하였다. 성경에서 가장 큰 계명이“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하는 말씀인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그들 바리새인이었다.

“열심”은 그렇게 사람을 경건하게 하고, 진지하게 하고, 기도하게 한다. 하지만 방법쟁이 또는 규칙쟁이라 불리는 존 웨슬리는 열심있는 사람에게 경고한다.

“열심보다 더 중요한 것을 찾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경건한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합니다. 열심이 없으면 신앙생활의 발전을 이루기도 어렵고, 이웃을 돕는 어떤 생활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열심을 뺀다면, 신앙생활을 잠깐 동안 지속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신앙생활을 가장 많이 훼손한 것도 ‘열심’이었습니다. 인류를 가장 많이 망쳐놓은 것도 ‘열심’이었습니다.”<존 웨슬리, ‘열심에 대해서’ 중>

웨슬리는 잘못된 열심에 대해서 특별히 강한 어조로 경고하였다. “교만, 탐욕, 야망, 복수” 등은 인류 역사 속에서 수천 명을 죽이는 힘을 갖는다고 설명하면서, 기독교의 잘못된 열심은 수만 또는 수천만 명을 죽이는 힘을 갖는다고 자세하게 설명하며 경고한다.

올바른 열심을 훈련하는 방법
한 시간 단위로 기도하는 방법을 만들고, 모든 일을 기도로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방법을 만들고, 자신의 기도와 경건 생활을 모두 기록하는 방법을 만들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존 웨슬리의 경고가 특별한 까닭이 있다. 경건 생활을 실천한 것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평가하며 철저히 반성하였기 때문이다. 반성과 자기 점검을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한 시간마다 기도하며 기록하였고, 자투리 시간까지 허비하지 않으려고 암호를 개발하면서까지 노력하였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던 웨슬리는 바리새인의 방법을 정죄하거나 폄하하지 않았다. 그가 남긴 기록의 곳곳에“바리새인보다 나은 삶”을 살고자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웨슬리에게는 누구나 마찬가지였다. 바리새인도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야 살 수 있는 인생이었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지은 죄를 고백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신분의 귀천이 있었던 18세기에 신분의 귀천 없이 리더를 세운 웨슬리의 배경에는 그런 믿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방법쟁이 웨슬리의 방법을 따라 해 보면, 몇 가지 특별한 일이 생긴다. 그중에 하나가“비워내기”이다. 기도에 그런 힘이 있는지? 일기를 쓰는 습관에 그런 힘이 있는지? 반성에 그런 힘이 있는지? 아니면 감사하는 생활에 그런 힘이 있는지? 웨슬리를 따라 하면서 조심스럽게 살펴보아야 알 수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 시간마다 비워내지 않으면 암호로 기록하는 웨슬리의 방법을 따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야 할 많은 일들
노벨상을 받은 이론 중에“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이론”이 있다. 매 순간 사람은 천백만 개의 정보를 동시에 받아들이지만 실제로 활용하는 정보는 40개에 불과하다는 이론이다.

반대로 이해하면, 매 순간 사람은 천만 개도 더 되는 정보를 잊어버려야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99.999%의 정보는 잃어버리고 극히 일부분의 정보만 가지고 살아가는 인생이라는 뜻이다.

실제 생활에서 해야 할 일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 사랑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은 얼마나 될까? 그중에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일을 찾아서 실천했던 방법이 있었다. 오직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그만큼 사랑하고, 그만큼 겸손하고, 그만큼 자신을 쳐서 복종시키고, 그만큼 감사하며 살아가는 방법이었다. 한 시간마다 그런 생활을 실천하고 반성하고 기록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하게 되고 열심을 더하게 된다. 뉴질랜드에서 영어를 배울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간은 ‘대학에서 남의 도움 없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던 시간이었다.

담당 교수의 예화를 잊지 못한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나오면서 계산대에서 사용하는 영어 단어의 개수가 몇 개인지를 조사해 보자는 예화였다. 100개 이상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100단어만 완벽히 익히면 누구나 네이티브 스피커라는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50단어 이하로도 완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해야 할 일은 한 가지
진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사는 것도 웨슬리의 방법을 사용하면 한 가지면 충분하다. “그리스도라면 어떻게 하셨을지?”를 생각하고 그분께서 본을 보여 주신대로 살아가면 된다.

진짜 알맹이 그리스도인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시간마다 기도하고, 실천하고, 반성하고, 기록하면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욕심을 하나씩 하나씩 비워가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웨슬리의 암호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불필요한 필기법을 하나씩 생략하고 꼭 필요한 부호와 숫자만 남기다 보니 어느새 암호가 되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삶을 하나씩 버리다 보니 기도가 생활이 되었고 가난한 이웃을 찾아가게 되었고 사랑과 믿음과 기쁨과 감사가 특징인 삶을 살게 되었다.

출처: “테필린”말씀 상자
https://en.wikipedia.org/wiki/Tefillin#/media/File:A_set_of_Tefillin.jpg
각주: 존 웨슬리,“열심에 대해서”
http://wesley.nnu.edu/john-wesley/the-sermons-of-john-wesley-1872-edition/sermon-92-on-zeal/
그림: 웨슬리의 암호에 사용한 속기, 바이롬의 속기에서 모음 표기 방법
https://en.wikipedia.org/wiki/John_Byr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