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주 떫은 사람이었다”

“너도 밤나무냐?” “나도 밤나무다!” 밤나무 같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그 열매 생김새 놓고 붙여진 나무 이름들. 한국 식물명 ‘너도’ 혹은 ‘나도’ 접두사. 어떤 식물에 비교적 가까우면 ‘너도’가 붙고 비슷해 보이나 전혀 다른 식물이면 ‘나도’가 붙는다. 밤나무와 다르나 열매의 맛, 잎 모양 밤나무에 가깝다 하여 붙여진 울릉도 자생 ‘너도밤나무’(Beech). “너 정도면 밤나무라 할 수 있다.” 울릉도의 ‘너도밤나무’ 울릉도 떠나면 말라 죽는다. 사람뿐만 아니라 식물계 이민 역시 쉽지 않은 일.

율곡을 임신한 신사임당 꿈속에서 현무 만난다. 율곡의 죽을 운명 바꾸는 길 밤나무 100그루 심는 일. 신사임당 밤나무 100그루 심는다. 한 그루 말라 죽는다. 100그루 밤나무 채우지 못했다며 호랑이 율곡 잡아간다. 그때 옆에 있는 나무 외친다. “나도 밤나무다!” 간신히 죽을 운명 피한다는 민간설화 주인공 ‘나도밤나무’. 열매는 밤과 거의 같으나 커다란 잎을 보면 밤나무와 다르다.

1907년 헤이그 밀사 사건 후 순종 황제 자리 고종에게 물려준다. 1912년 환갑맞이한 고종 황제 네덜란드 공사로부터 ‘나도밤나무’ 한 그루 선물 받는다. 지난 100년 동안 덕수궁 석조전 옆자리 오늘도 지킨다. 한국 첫 이민 온 ‘나도밤나무’ 불어명 ‘마로니에’(Marronnier). 몽마르트르 언덕 샹젤리제 거리 줄지어 선 명물 마로니에. 반 고흐 사랑받은 마로니에. 지구촌 가로수 반열 앞자리 차지한 마로니에.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봄이면 아이스크림콘처럼 하얀색 보라색 꽃피우며 노래하는 ‘나도밤나무’. 영국명 ‘말밤나무’(Horse chestnut, Conker tree). 자고 나면 따스한 여름 향취 뒷모습 점점 멀어질 무렵. ‘나도밤나무’ 영국 가을 알린다. 영국 온 동리 가로수길 가지가지마다 열리는 ‘나도밤나무’ 가을 노래. 영국 가을 ‘나도밤나무’ 노랫소리로 이렇게 시작된다.

교회 가는 길 지나칠 때마다 눈에 가득 들어오는 넓은 들판 그레잇 웨이커링(Great Wakering). 한때 푸르른 밀밭 싱그러움 넘치는 춤사위판. 다른 한 때 황금빛 넘실대는 오케스트라 연주 무대. ‘들쥐들 한 철 이민 생활’ 그 이야기 떠오르는 무대… 삶의 풍요 흐르는 넓디넓은 영국 들판 이주한 수많은 들쥐 최적 삶의 터전 잡는다. 무르익어가는 밀밭 바라보는 들쥐들. “우리, 이곳에 오길 참으로 잘했지?” 친구 만나 시집가고 장가간다. ‘들쥐들 이민 생활’ 낙원 절정 도달한다. 들쥐들 이민 생활 황금 들판 파라다이스 눈 앞에 펼쳐진다.

이 들쥐들 낙원 생전에 보고 듣지 못했던 어두운 그림자 다가온다. 거대한 추수 기계 시끄러운 소리 토하며 낙원 짓밟는다. 트랙터 아래 짓밟히는 수천 마리 들쥐들 슬픈 죽음… 농장 주인 풍요와 기쁨 노래하는 그 시간 트랙터에 짓밟혀 산산이 조각나는 들쥐들 파라다이스 믿음. 그들 작은 머리로 상상한 영원한 낙원 추수 때까지 존재한다. 슬픈 들쥐들 한 철 이민 이야기 필립스(J. B. Philips) 말한다. “이 땅의 수많은 인간 마치 이 작은 들쥐들 삶처럼 살고 있다.”

“하나님, 제발 무가베를 좀 데려가 주세요!” 짐바브웨(Zimbabwe) 수많은 백성 외치고 또 외쳤다. 전 짐바브웨 대통령 장기 집권자 무가베(Mugabe). 서슬 시퍼런 독재 정권 상대로 대드는 천주교 감독들. “무가베, 물러가라!” 되돌아오는 무가베의 미사일급 폭언. “당신들 그런 식으로 나가다간 위험할 줄 알라. 하나님과 가깝다고 생각하여 그런 말 하는 것 같은데, 하지만 하나님 당신네 말 듣지 않으니 참으로 딱하다. 오직 하나님만이 나를 이 자리에서 내려오게 할 수 있다.”

그의 말처럼 하나님 그 자리 뺏으신다. 1980년 손 안에 넣은 권력 2017년 퇴임 강요당한다. 95세 나이로 싱가포르 병원서 그 마지막 숨 거두자 장기집권 통치 막 내린다. 2019년 9월 14일 토요일 국장으로 치러진 수도 하라리(Harare) 장례식. 6만여 명 좌석 마련한 대형 운동장 텅 비었다. 시민들 말한다. “그가 떠나서 더욱더 기쁘다.” “왜 우리가 그의 장례식에 가야 하나?” “그곳에 갈 자동차 기름조차 아깝다.” “그는 우리나라 문제 원인이었다.”

“그는 아주 떫은 사람이었다” A Very Bitter Man. 곁에서 지켜본 그의 조카 한마디로 요약한 그의 생애. 떫은 사람, 쓴 사람, 설익은 사람… 95년 살아도 설익고 떫은 생애 될 수 있다. 어린 시절 배고파 덥석 깨물었던 설익은 감 맛. 온종일 그 떫은 맛으로 살아야 했던 지금도 떫은 그 기억… 무가베 인생, 달콤한 밤처럼 보이나 강한 독성 지닌 ‘나도밤나무’ 삶이었나? 텅 빈 그의 장례식장 그의 떫은 생애 증언하나? 텅 빈 장례식, 텅 빈 레거시(Legacy), ‘나도밤나무 인생’ 대변하는 날이었나?

9월이 오면 보이는 영국 가을 문턱. 여름 내내 따스한 햇볕 온몸으로 받은 황금 들판. 가을 들판 텅 비어갈 무렵 가득 차는 사람들 먹거리 곡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으로 감사할 일. 내 발로 밟고 다니는 이 땅에서 사람 살리는 양식 나온다. 인류 살리는 가장 고귀한 자연의 선물 내 발아래 있다. 인간 삶의 가장 큰 진리 땅속에 묻혀있다. 땅은 곧 생명이요 음식이다.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여호와의 것입니다. 세상과 그 안에 사는 모든 것이 여호와의 것입니다.” (시편 24:1, 쉬운성경) 이 세상 존재하는 동안 좋은 씨 뿌리는 자 있다. 나쁜 씨 심는 원수도 있다. 세상 마지막 추수 때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마태 13:37-39). 농부 추수 때 간절히 기다린다. 하나님 마지막 세상 추수 간절히 기다리신다.

작은 들쥐들 머리로 꾸며낸 낙원 농부의 추수 기쁨 모른다. 세상 마지막 심판 모른 채 사는 설익은 인생, 떫은 인생, 나도밤나무 인생. 한 마리 작은 들쥐 한 철 이민 생활. 황금 들판 오가며 서로 눈맞아 청혼하고 결혼하며 자식 낳고 재산 늘려가며 낙원 잔치 즐긴다. 추수 때 다가오자 트랙터 손질하는 농부. 트랙터 요란한 소리 들쥐들 낙원 짓밟는다. 이 세상 하나님 영원한 심판 잣대질 실험 들판. An Experimental Field of God.

추수 절기다. 어떤 열매 내 삶에 보이는가? 한평생 ‘나도밤나무’로 살 수 있고 ‘너도밤나무’로 살 수 있는 우리 인생. 달고 알찬 밤 맛 인생도 있고 떫고 설익은 말 밤 맛도 있다. ‘무가베 표’ 떫은 독성 지닌 ‘나도밤나무’ 인생 맛. 나 한 사람 삶의 맛 사회 깊숙이 파고든다. 맛은 곧 책임이다. 신중한 결단 끝에 투자한 결과의 산물 곧 나의 인생. Good results are the product of prudent calculations. 내 생애 끝난 후 듣고 싶은 말 있다. “그는 떫은맛이 없는 아주 달콤한 사람이었다.”

*Source: BBC News (9th, 14th September 2019); Robert Mugabe Biography (https://www.biography.com); https://mb.ntdtv.kr; https://namu.wiki; https://www.hankookilbo.com; https://namu.wiki; 그 외 출처 알 수 없는 영문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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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문찬
문문찬 목사는 1984년 한국 감리교회 선교사로 영국 도착 후 미래 목회 위해 선교 훈련, 종교철학, 교육학, 선교신학 등 수학 후 웨일즈대학에서 박사학위 수여. 필리핀, 호주, 슬로바키아 등에서 목회 및 선교. 오늘까지 영국 감리교회를 섬기고 있다.